1분기 부채비율 -210%···완전자본잠식 상태현금 자산 10억뿐···3개월 새 70억 가량 소진단기금융상품 24억 보유, 질권 잡혀 무용지물비용절감 중 불구 지급해야 할 금품 규모 상당대주주·인수기업·정부 등 당장 자금지원 힘들어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올해 1분기(1~3월)에 매출 907억원, 영업손실 36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매출은 45%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부진한 실적은 코로나19 여파에서 비롯됐다. 이스타항공의 여객수요는 2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3월 초 일본의 입국금지·제한조치가 강화되자 국제선 운항을 전면 중단했고, 곧이어 국내선 운항도 멈췄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1분기 월별 여객 실적은 ▲1월 85만383명 ▲2월 46만7813명 ▲3월 23만7742명으로 집계됐다. 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6.4% 성장했지만, 2월과 3월에 각각 39.2%, 58.2%씩 감소했다.
국제선만 운항하는 인천공항의 경우 3월 여객은 단 2544명에 불과했다. 주력 기종인 보잉 B737-800 NG(189석)을 기준으로 운항편수(85편)를 대입하면 탑승률은 16%다. 국제선의 경우 통상 70% 이상의 탑승률을 보여야 수익이 난다. 항공기를 띄울수록 적자가 커지기 때문에, 비운항 조치로 그나마 적자폭을 줄였다.
이스타항공의 자본총계는 지난해 -632억원에서 1분기 -1042억원으로 더욱 확대되면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부채비율은 -210%로 집계됐다.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10억원으로, 작년 말 77억원에서 80% 가량 빠졌다. 3개월 만에 67억원 가량이 소진된 것이다. 더욱이 4~5월에 국내 항공사 최초로 실시한 전 노선 ‘셧다운’으로 수입이 전혀 없다. 남아있던 현금마저 일찌감치 바닥을 드러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상품은 24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질권설정으로 사용이 제한돼 있어 유동성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스타항공의 자금난은 회생불능 상태에 빠진 모양새다. 운항 재개 시점은 국내선이 이달 말, 국제선은 7월부터다. 앞으로 최소 한 달간 무수입으로 버텨야 하는 셈이다.
임원 급여 반납과 무급휴직, 희망퇴직 등으로 전사 차원의 비용절감 중이지만 여의치 않다. 이스타항공은 2월부터 임원 급여 반납과 단축근무 등을 시행했다. 저연차 수습 부기장 80여명에게는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100% 출자해 세운 지상조업사 이스타포트와의 계약도 끊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체 인력의 22%에 해당하는 350여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받았다. 하지만 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60여명만 신청했다. 회사는 비정규직 180여명을 정리해고했고, 나머지 90여명에 대해서는 강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리스 항공기도 조기반납하며 지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계약 종료일이 오는 2023년 12월과 2024년 5월까지인 B737-800NG 2대는 이미 돌려보냈다. 또 지난달 18일에는 리스 기간이 끝난 항공기 1대를 추가로 반납했다. 이스타항공은 연내 5대, 2021년 4대를 더 반납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 지불해야 할 돈은 상당한 규모로 파악된다. 이스타항공은 유동성 문제로 임직원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했다. 3월과 4월 급여는 전체 체불됐다. 또 1~2월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료를 미납했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들에 대한 위로금과 퇴직금 등을 마련하는 데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 리스료와 공항 시설 이용료 등은 일부 연체됐다.
이스타항공이 당장 자금 지원을 받을 만한 곳이 없다는 점은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 3월 LCC업계에 3000억원 가량의 금융지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긴급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는 사실상 두 손을 놓고 있다. 이스타항공 노동조합은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 등 오너일가가 사재 출연으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스타항공 상무(등기임원)로 근무하며 1분기에만 11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인수기업인 제주항공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발(發) 실적 악화로 지난 1분기 별도기준 638억원의 적자를 냈다.
정부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완료하면 1700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태국과 베트남 등에서 추진 중인 해외기업 결합심사가 지연되면서 인수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청산하지 못한 비용을 제주항공이 떠앉아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금 만으로는 이스타항공 경영정상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인수 포기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국토교통부의 신규 운수권 배분에 참여하는 등 경영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실상은 개점휴업보다 심각한 상태”라며 “제주항공이 잔금을 납입하더라도, 밀린 금품을 청산할 수 있을지 미지수”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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