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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지배구조법 개정 재추진···업계 “규제개혁위도 반대했는데”

금융당국 지배구조법 개정 재추진···업계 “규제개혁위도 반대했는데”

등록 2020.05.22 07:01

정백현

  기자

규제당국 퇴짜 놨던 대주주 심사 확대안 재등장셀프 연임 금지·임원 보수 공시 의무 강화 언급“시장 불신의 증거···금융사 자율 경영 의지 꺾어”“금융권 활력 넣겠다더니 옥상옥 규제 행보” 비판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범위를 특정인에서 실효적 영향력이 미치는 다수의 주주로 넓히고 최고경영자(CEO)의 ‘셀프 연임’을 막으며 고액의 보수를 받는 CEO의 보수 지급 체계를 간섭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면서 금융권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이미 여러 방법을 거쳐 국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고 투명 경영에 나서게끔 조치를 취했음에도 또 다시 금융당국이 법으로서 금융회사의 자율적 경영에 족쇄를 채우는 것은 뿌리 깊은 시장 불신에서 비롯된 시대착오적 행보라며 꼬집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금융위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에는 CEO의 이른바 ‘셀프 연임’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규정을 엄격히 강화하고 감사위원의 임기를 2년 이상으로 명시하며 고액의 보수를 받는 임원에 대해서는 보수에 대한 공시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세부적으로는 CEO 본인이 임원 후보로 추천된 상황에서 임추위원으로 참석하는 것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며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 추천 결의에도 대표의사의 의결권이 제한된다.

또 감사의 임기는 2년 이상으로 규정하되 같은 회사에서 최대 6년간 사외이사나 감사로 재직한 경우 연임이 불가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임원의 보수 지급 산정에 대해서는 연차보고서를 통해 세부적으로 공시하고 상장 금융회사는 주주총회에 이를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이번에 입법예고된 정부 개정안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대주주 적격성 평가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당국이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부분은 정부 입법 대신 의원 입법 형태로 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권은 이와 같은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이미 자체적 내규 개정을 통해 CEO의 셀프 연임이 불가능하도록 봉쇄했고 사외이사 추천도 내부 임원보다는 주주들에게 권한을 주기로 한 상황에서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옥상옥 규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금융회사 현직 CEO는 임추위원 명단에서 빠지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특히 규정 개정 이전에 CEO들이 스스로 임추위원을 맡지 않겠다고 물러나면서 셀프 연임 논란은 해소됐다.

보수 공시 의무 강화 역시 임원들에 대한 지나친 족쇄 채우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영에 대한 성과 보상 차원에서 보수가 지급되는데도 단순히 고액의 급여를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금융회사 임원들을 압박하는 규제라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한 금융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미 사업보고서에 급여,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을 어떻게 산정했고 얼마나 주고 있다고 상세히 공시하고 있는데 법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그룹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얼마나 금융회사를 못 믿고 있는지 법 개정 행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면서 “말로만 금융 규제를 혁신해 자율성을 강화하겠다고 할 뿐 실질적 행동은 이에 따라가지 못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두 번째 이슈인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정부가 스스로 세운 원칙을 깬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범위 확대 방안에 따르면 특정 대주주(최다출자자) 1인으로 한정했던 심사 범위를 최다출자자는 물론 최다출자자와 연계된 특수관계인 주주까지 확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의 경우 그동안은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만 적격성 심사 대상에 포함됐지만 법이 개정되면 이 회장의 특수관계인이자 삼성생명 경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방안은 2년 전인 2018년 7월 규제당국으로부터 규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려됐던 내용이다. 당시 규제개혁위원회는 해당 규정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범위 확대안의 철회를 권고한 바 있다.

금융권은 이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민간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는 법안인데도 정부와 거대 의석을 보유하게 된 더불어민주당이 무리하게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기업인들을 오히려 경색시킬 수 있다면서 규제 강화 행보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핀테크 기업에 대해서는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낮추고 있지만 대형 금융사들에 대해서는 거꾸로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규제 완화를 할 것이라면 원칙을 세워서 일관성있게 완화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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