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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화 된 윤석헌 흔들기···금융권-정치권 물밑거래 있었나

[사건의 재구성]본격화 된 윤석헌 흔들기···금융권-정치권 물밑거래 있었나

등록 2020.06.02 16:39

정백현

  기자

尹, 최근 靑 감찰설·퇴진 압박설 휘말려학자 때부터 금융권 향한 강경 행보 고수불만 쌓인 금융회사들, ‘尹 흔들기’ 나서공교롭게 전직 의원·관료 하마평에 등장“갈등 봉합 어려워···압박 받는 쪽은 尹”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스웨이DB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스웨이DB

‘금융권의 칼잡이’로 명성을 떨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 이후 금융회사 경영진과 기관에 대한 징계 문제를 두고 최근 청와대로부터 감찰을 받았고 윤 원장의 퇴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윤석헌 원장에 대해 구원(舊怨)이 쌓인 금융회사들이 유력 정치인들과 손을 잡고 윤 원장을 몰아내기 위해 물밑거래를 했고 그 결과로 정부 고위층의 감찰이 시작됐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과 금융회사,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무슨 일이 오간 것일까.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원장이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직접 감찰 조사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물론 금감원은 윤 원장의 소환 조사를 부인했다. 현안 보고 등을 위해 종종 청와대에 갈 일이 있었고 그동안 금감원이 청와대로부터 감찰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특정 사안에 대한 이른바 ‘표적 소환 조사’는 없었다는 것이 금감원 측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굳이 직접 소환 조사가 아니더라도 그동안의 청와대 행보를 본다면 윤 원장에 대해 직·간접적인 조사는 물론 거취 문제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 고위층이 윤 원장을 향해 칼을 들이민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DLF 대규모 손실 사태 관련 징계와 일부 은행에서 발생한 보안 관련 금융사고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DLF 손실 관련 징계에서는 CEO 인사 개입 논란까지 언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 안팎 다수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윤 원장에 대한 고강도 감찰은 누군가 뒤에서 찌르지 않는 이상 나오기 힘든 시나리오”라면서 “평소 윤 원장의 행보에 불만이 많았던 금융권 일부 인사들이 윤 원장을 흔들기 위해 나선 것 같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민간 금융권과 윤 원장의 사이는 꽤 험악했다. 과거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윤 원장은 학자 시절 상당한 직설가로 꼽혔다. 금융당국의 폐쇄성과 보수성을 지적하며 진보적 금융학자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지만 때로는 은행들에 대해서도 날선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은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대표적 사례가 ‘키코 사태’ 언급이다. 윤 원장은 학자 시절 “키코 사태는 금융사기 범죄”라며 은행들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결국 윤 원장은 금감원장 취임 일성으로 키코 사태의 재조사를 언급했고 결국 재조사를 진행했다. 재조사 결과 금감원은 은행들에게 불완전 판매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물론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금감원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윤 원장은 학자 시절은 물론 금감원장 취임 이후에도 금융 사고가 터질 때마다 금융회사 CEO의 직접 제재가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경영진의 속을 긁었다. 실제로 지난해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는 “은행의 입장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일해달라”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서로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일이 바로 DLF 사태 처리였다. 윤 원장은 지난해 8월 DLF 손실 사태가 터진 직후 “개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는 중대사고”라며 “은행들에 대해 강력한 조사에 나서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결국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을 상대로 고강도 현장 검사가 단행됐고 손태승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 등 CEO 또는 CEO급 경영진에 대한 직접 제재 의지를 적극 피력했다. “회사 경영의 정점에 있는 CEO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의지의 증거였다.

금융 사고 관련 CEO 직접 제재의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에도 윤 원장은 경영진 개인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강행했고 은행에 대해서도 과태료 부과와 영업정지 처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결국 금융권의 불만이 극에 달했고 법정 공방을 벌이는 형국이 됐다.

윤 원장은 ‘금융 소비자 권리 보호’라는 목적에서 강경한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 초강경 행보 탓에 금융회사는 이익 감소와 경영진 징계라는 상처를 받았다. 당연히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윤 원장을 곱게 볼 리가 없었다.

한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는 “윤 원장 취임 후 금융회사 경영에는 상당한 압박이 따르고 있다”며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학자의 지나친 이상주의 탓에 기업이 피해를 받는 사례”라고 꼬집기도 했다. 불만이 쌓일 대로 쌓였다는 메시지였다.

민간 금융권의 불만이 가득한 상황에서 정부 부처이자 금감원의 법적 상위 조직인 금융위와 사사건건 반목하는 모습까지 더해지면서 정부 고위층의 심기까지 불편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등장했다.

취임 2년을 넘긴 윤 원장이 시기상 물러날 때가 됐다는 금융권 일각의 여론도 윤 원장 흔들기에 동참했다. 실제로 역대 금감원장 12명의 평균 재직기간은 약 1년 8개월이다. 3년 임기를 다 채운 사람은 2명뿐이고 2년 이상 일한 사람으로 범위를 넓혀도 5명이 전부다.

결국 올해 초부터 민간 금융권이 정치권과 결탁해 움직였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마이웨이’를 고수하던 윤 원장을 흔들고자 정치권과 사이가 가까운 일부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들이 정치권 인사들과 함께 정부 고위층에 윤 원장을 밀고한 셈이 됐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국회 임기를 마친 의원이나 전직 고위급 관료 일부가 금감원장 하마평에 오르면서 금융권-정치권 결탁설이 더 힘을 얻었다.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병두 전 무소속 의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등이 하마평의 주인공들이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윤 원장이 자리를 보전한다고 해도 윤 원장과 금융권 사이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이라며 “더 큰 압박을 받는 쪽은 윤 원장이 될테니 고민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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