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정 기자
등록 :
2020-06-04 12:39

수정 :
2020-06-04 15:17

한화 김동관, 손정의 책사 ‘시마 사토시’ 공들이는 까닭

손정의 비서실장 출신의 첫 외국인 이사
신사업 전략 등 경영자문…김 부사장과 시너지 효과
소프트뱅크 태양광사업 이끌어 지식·실무경험 상당
한화와 8년전 인연…일본 등 글로벌 확장 역할 기대

그래픽=박혜수 기자

한화솔루션은 지난 1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합병해 출범했다. 석유화학과 태양광, 첨단소재 사업부문의 통합으로 덩치가 커진 만큼, 이사회 구성원도 보강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인 김동관 전략부문 부사장은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한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사내이사에 올랐다. 김 부사장은 한화솔루션의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이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사외이사진은 전면 교체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사람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겸 사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시마 사토시다. 일본인인 시마 이사는 한화솔루션 전신인 한화케미칼을 포함해 처음으로 영입된 외국인이다.

시마 이사는 한화솔루션에서 신사업 전략과 관련된 경영자문을 맡고 있다. 김 부사장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시마 이사는 1958년생으로 나고야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정치인 양성소인 마쓰시타 정경숙 2기생으로, 9년간 국회의원으로 근무했다. 정계에서 물러난 시마 이사는 2005년 소프트뱅크 사장실 실장으로 재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2014년까지 약 8년간 손 회장 최측근으로 근무하며 ‘손정의 심복’, ‘손정의 책사’ 등으로 불렸다.

한화솔루션이 시마 이사를 선임한 배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 부사장이 집중 육성해 온 태양광 사업과 맞닿는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최대 IT투자 회사로 알려져 있다. 손 회장은 야후재팬을 설립해 인터넷 열풍의 시작을 알렸다. 또 보다폰KK 등을 인수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고, 중국 알리바바 등 유망 IT기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손 회장의 또다른 관심 분야는 재생에너지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자력 발전 위주의 일본 에너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 2011년 태양광 자회사 SB에너지를 설립했다. 태양광 등 자연에너지를 연구하는 재단도 사재를 출연해 세웠다. 일본 ‘재생에너지법’이 통과되도록 한 장본인이자, 일본이 글로벌 4위 규모의 주요 태양광 시장으로 성장하는 단초를 마련했다.

시마 이사는 소프트뱅크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손 회장이 머릿속에 세운 구상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 수많은 기업인과 정치인을 만나 물밑작업도 펼쳤다. 실제 시마 이사의 정계 이력은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인맥은 일본을 넘어 한국과 미국 등으로까지 퍼져있다.

한화와의 인연은 이미 8년전 태양광으로 시작됐다. 한화솔라원(한화큐셀 전신)은 2012년 SB에너지의 태양광 모듈 공급자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 김 부사장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을 맡았다. 한화솔라원은 SB에너지가 설립하는 태양광발전소 2곳에 필요한 5.6메가와트(MW)를 전량 공급했다.

일본은 자국 기업 부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한화는 SB에너지와의 계약을 시작으로 마루 베니상사, 스미토모 상사 등에 모듈을 공급했고, 라쿠텐과 합작회사도 설립했다.

김 부사장은 태양광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만큼, 본격 영토 확장을 추진 중이다. 태양광 부문은 올해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 11.1%의 영업이익률을 거뒀다. 역대 최고치로, 케미칼과 첨단소재 부문의 부진을 상쇄시켰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발전소 개발과 건설, 운영까지 아우르는 다운스트림(최종 소비자에 에너지원을 공급)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스페인에서 총 1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 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다운스트림은 태양광 시장 확대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수익률을 10~20%대로 추정한다. 한화솔루션은 현재 태양광 모듈 제조 등 미드스트림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지만, 이익률은 한 자릿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시마 이사는 태양광 발전소 건설과 운영, 전력 공급 등에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갖추고 있는 만큼 상당한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

한화솔루션의 일본 시장 공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전력공급을 분산형 발전으로 전환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일부 대기업이 독점하던 배전 라이선스를 신규사업자에도 나눠주는 것인데, 한화솔루션은 단순 모듈·시스템 공급자에서 벗어나 전력공급자로 파이를 확장시킬 수 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술(ICT)은 물론, 에너지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손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시마 이사가 향후 신사업 발굴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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