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제로금리 정책 유지, 강세 환경 조성OECD “韓 경기위축, 회원국 대비 제한적”증권가 “유동성 환경 수혜, 신흥국 중 최고”
연준의 이 같은 유동성 파티에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국가는 한국이다. 변수는 환율이다. 달러화 약세(원화 강세)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 돌아오기 좋은 조건으로 꼽힌다. 코로나19 2차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우려로 원·달러 환율은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연준의 부양 의지를 재확인한 만큼 정책 추가 도입 가능성이 열려 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큰 폭의 조정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861.82포인트(6.90%) 폭락한 2만5128.1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8.04포인트(5.89%) 내린 3002.1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527.62포인트(5.27%) 하락한 9492.73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미국의 3대 주가지수가 5~6%대 하락률을 보인 것은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높아진 영향이다. 여기에 연준이 제로금리 정책을 장기간 유지키로 한 점도 촉매로 작용했다. 이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앞서 연준은 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0~0.25%로 동결하고 자산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회의보고서의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위원 17명 전원이 2021년까지 금리동결을 전망했다. 2022년에도 금리동결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위원은 15명으로 집계됐다.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올해, 내년, 2022년말 모두 0.1%로 나왔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미국 경제가 최근의 사건을 극복하고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궤도에 진입했다고 자신하기 전까지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고평가 부담에 노출된 주식시장에 안도감을 준다는 시각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12MF PER) 기준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에 해당하는 12배 수준에 있는 코스피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22배를 넘어선 S&P500지수는 연준 제로금리 장기화 국면 속에서 추가적인 고평가 영역 확장을 시도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경제상황이 제로금리 장기화를 단정할 만큼 불확실성에 노출된 점은 과제다. 같은 날 연준은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제외하고 월 기준 미 국채 800억달러(약 95조원), 주택저당증권 400억달러(약 47조원) 이상을 사들여 양적완화 유지를 약속했다. 연준은 기자회견에서 채권 매입과 관련 “시장 기능이 제법 회복됐지만 현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자산 매입을 지속할 것”이라며 “자산 매입은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했다.
연준의 이 같은 유동성 지원으로 우리나라는 신흥국 중에서도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 2차 확산 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5%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차 확산이 없더라도 -1.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988년(-5.1%) 이후 22년 만의 역성장한다는 전망이지만, OECD 회원국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그나마 선방할 것이란 시각이다. OECD 측은 “한국은 코로나19 충격을 먼저 경험했으나 정부의 효과적인 방역 조치로 다른 OECD 회원국보다 올해 경기 위축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신흥국 중에서 연준이 연장해 준 유동성 파티에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국가”라며 “변수는 환율이다. 글로벌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과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연장으로 달러약세 압력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원화 강세 및 달러 약세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 돌아오기 좋은 조건으로 꼽힌다. 달러를 원으로 바꿔 투자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원화 강세를 보일수록 환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하락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나흘만에 다시 1200원대로 올라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4원 오른 1203.8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은 10.8원 오른 1207.2원에서 출발해 한때 1209원대까지 치솟았으나 증시 움직임에 맞춰 상승 폭을 줄여 나갔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4.48포인트(2.04%) 내린 2132.30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별 매매현황을 살펴보면 개인이 5508억원을 순매수했으며,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623억원, 2797억원 순매도 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위험 선호 현상 약화와 달러화 반등 등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로 복귀했다”며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2차 확산 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겠지만, 연준의 경기 부양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으로 해석된다. 앞서 파월 의장은 미국 국채의 만기 수익률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통화 정책인 국채금리상한제 카드도 내비쳤다. 경제학 용어로 ‘수익률 곡선 제어(Yield Curve Control·YCC)’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2차 팬더믹 우려가 높아질 경우 수익률 곡선 제어 정책 도입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상영 흥국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조정이 예상되지만 지난 3월의 경우와 다른 점은 유동성 공급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며 “한국은행을 비롯한 정부의 대응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급락세를 지속하기 보다는 실적 호전 기업 위주로 기회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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