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금리 2.81%···최저기록 경신최근 신용대출 폭증에 대출 부실 우려 급상승박리다매 전략 버리고 보수적 영업 기조 전환“시장 상황보며 효율적 방향으로 전략 수정”
한국은행이 지난 6월 30일 발표한 5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현황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5월 말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2.81%로 4월 말보다 0.08% 떨어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0.06% 떨어진 2.52%로 집계됐다.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 금리 하락은 두드러졌다. 특히 한때 4%대 중반에 다다랐던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의 대출 금리는 4%대 붕괴가 임박했고 상호금융기관의 대출 금리는 3%대 중반에 머무르고 있다.
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이처럼 떨어진 것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도 있지만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의 지속적인 하락이 더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코픽스 지수는 매달 중순에 집계해 발표하는데 지난 6월 15일 공시한 올 5월 기준 코픽스 지수 현황을 보면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1.06%, 잔액 기준 코픽스는 1.55%, 신 잔액 기준 코픽스는 1.26%다. 세 지표 모두 통계 집계 시작 이후 최저치 수준이다.
자금 조달이 필요한 대출 수요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대출의 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을 원하는 금융 소비자들의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은행권 상황은 그렇지 않다.
여러 시중은행들이 대출에 대한 위험 관리 강화를 천명했고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무턱대고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은행에서 접근하는 대출 상품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다. 금리가 내려간 만큼 어떻게든 많이 판매를 해야 이자이익이 늘어나겠지만 은행들은 신용대출의 한도를 축소하거나 요건을 강화해 대출 문턱을 높이겠다는 기조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이 신용대출의 문턱을 높이려는 이유는 부실 대출의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이미 흘러들어간 대출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과도 연결이 된다.
올 6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18조75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6월 한 달 사이에만 4조원 이상 신용대출 규모가 늘었다.
신용대출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생활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받거나 상반기 내내 지속되고 있는 주식 투자 신드롬도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6.17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주택 관련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신용대출로 몰리는 ‘풍선효과’도 대출 폭증의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신용대출이 늘어나면 은행 입장에서는 부실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신용대출의 경우 소득이나 상환 환경이 취약한 차주들이 더 많은 만큼 악성 부채로 변질될 가능성도 크다.
악성 부채 규모가 커질수록 은행의 건전성은 더 나빠지고 전반적인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점을 모두 고려한 결과 은행들이 대출 접근 문턱을 오히려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수요에 따라 공급을 늘리는 것이 시장 원리가 될 수 있겠지만 여신 리스크가 잘못 터지면 대혼란으로 연결되는 만큼 보수적 대출 영업은 불가피하다”며 “무작정 문을 닫을 수는 없으니 시장 전체 상황을 봐가며 영업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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