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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vs 현산, 아시아나 ‘수싸움’ 돌입…핵심 쟁점 들여다보니

현산측 재실사 수용 관측…역공 차단 목적
기간 단축이나 계약이행 완료 등 역제안 가능성
불리해질 현산…딜 파기보단 지연·흠집찾기 초점
금호·채권단, 소송전 염두에 둔 증거 확보 나설 듯
M&A 불발 책임소재 입증 관건…극적타결 여지 존재

아시아나항공 M&A 불발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매각주체인 금호산업과 인수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간 수싸움이 본격화됐다. 양측은 거래지연과 파기의 책임이 상대방에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놓고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고도의 수싸움에 돌입했다. 양 측은 계약 불발에 따른 책임을 서로에 미루기 위한 작업을 펼치고 있다. 결국 M&A 무산 빌미를 제공한 쪽이 누구인지가 최대 쟁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이번주 중으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산이 제안한 재실사 요구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 계획이다.

채권단은 재실사를 허용하되, 그 기간을 당초 HDC현산이 밝힌 12주에서 확 줄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또 HDC현산의 인수의지 진위를 파악해야 하는 만큼 재실사 조건으로 M&A 완료 약속을 받거나, 불필요한 재실사 항목을 대폭 삭제하는 등의 카드가 거론된다.

한시라도 빨리 딜을 완료해야 하는 채권단이 HDC현산 측 제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이유는 딜 파기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HDC현산의 요청을 마냥 무시하기엔 리스크가 존재한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재실사를 거부해 충분한 자료 조사를 하지 못했고, 인수를 포시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사유가 됐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HDC현산은 지난달 26일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12주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당시인 작년 12월과 비교할 때 인수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의 불성실한 태도와 동의없이 추진된 차입금 확대, 계열사 부당 지원 등도 문제삼았다.

이를 두고 HDC현산이 M&A를 포기한 뒤 계약금 2500억원을 돌려받기 위한 사전작업에 착수한 것이라는 해석이 줄을 이었다. HDC현산이 대면 협의가 아닌, 공문으로만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도 인수 철회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이자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이 불성실 피인수기업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반발하며 ‘HDC현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HDC현산의 문제제기는 계약 위반 구실을 찾고 있는 것이라며, 원고지 33매 분량의 반박문을 냈다.

다만 HDC현산이 이번 M&A에 진정성을 갖고 협조한다면, 관대한 마음으로 인수 후 경영 관련 점검 등 협의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했다.

사실상 채권단에 매각 주도권 우위를 내준 금호산업이 강력한 어조의 입장문을 낼 수 있는 것은 채권단의 승인 아래 이뤄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또 반박문에는 거래지연 책임이 HDC현산에 있다는 점과 거래종결 시한을 통보받은 직후 재실사를 요구한 것이 ‘꼼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HDC현산은 채권단의 역제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한 발 물러나 재실사 기회를 준 것 만으로도 HDC현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수 의지를 갖고 시행하는 재실사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인수 포기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인 만큼,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점 찾기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산은 채권단이 제안한 재실사 기간 만료에 맞춰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추가 실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먼저 M&A 파기를 언급하면 계약금 등을 건질 수 없기 때문에 딜 지체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추측도 합리적이다.

이 경우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HDC현산이 의도적으로 M&A 불발을 목적으로 딜을 지연시켜왔다는 증거를 모으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이 의혹을 제시한 부분들에 대해 올 초부터 충분한 자료를 제공해 왔거나 이미 합의가 끝난 부분이라는 점은 물론, 인수 의지를 밝히지 않은 채 금호 측 접촉을 무시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등이다.

오는 12일부터 SPA 해지 권한이 생기는 금호산업이 딜을 중단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반박문에서 ‘거래종결을 위해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금호산업의 일차적 목표는 매각 성사지만, 매각 불발에 대비해 끝까지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복안이다.

일각에서는 극적인 M&A 타결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둬야 한다고 본다.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 6월에 이어 다시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문제를 논의하거나, 양 측이 합의점을 도출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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