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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우려 여전한데…해외부동산 펀드에 다시 ‘뭉칫돈’

11월 이후 1.5조 신규 유입…경기 낙관론 영향
해외 부동산 펀드 ‘고위험 익스포져’ 80% 육박
“경기회복 늦어지면 수익 악화·엑시트 리스크 우려”

그간 주춤했던 해외 부동산 펀드에 다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개발 등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금융당국은 해외 부동산 펀드가 단기간에 터질 뇌관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경기 회복이 늦어질 경우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공모와 사모를 더한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 잔액은 60조139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부동산 펀드(110조4841억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해외 부동산 펀드에는 지난 11월 이후 1조5802억원이 신규 유입됐다. 지난 9월 22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던 설정액은 10월(7601억원)부터 회복을 시작해 이달에만 4396억원이 늘었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작년까지만 해도 한달에 1조원씩 신규 자금이 유입되던 인기 상품이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개점휴업상태였다. 지난 1월말 54조8553억원 수준이던 설정잔액은 9월말 57조7993억원으로 8개월동안 3조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코로나19로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심리가 위축된데다 현지 실사 등이 어려워지며 운용사들의 딜 성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최근 백신 개발 등 경기 낙관론이 퍼지며 해외 부동산 펀드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아마존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공모펀드 16호’를 출시해 965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현대자산운용 등도 미국과 일본, 영국 현지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를 내놨다.

◇“국내 금융사, 해외부동산 투자 80% ‘고위험 익스포져’”=시장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지만 해외 부동산 펀드의 잠재 리스크는 여전하다. 특히 국내 증권·운용사들의 투자 대상이 코로나19에 취약한 상업용 부동산에 집중돼 경기 회복이 늦어질수록 손실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5일 발표한 ‘코로나19 팬데믹과 해외 고위험·고수익 투자 리스크’ 보고서에서 “국내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고위험 투자가 크게 확대됐다”며 “앞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차질이 생기거나 경기회복이 더뎌질 경우 이들 고위험 투자 리스크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신속한 정책적 대응으로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일단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이 고위험·고수익 투자상품의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급격한 위험회피성향은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국내 금융사는 해외 부동산 투자의 86.5%를 오피스빌딩과 호텔, 리조트, 물류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에 집중했는데 이들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지분투자 및 후순위 대출 등 고위험 익스포져 비율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익스포져 대부분은 변제순위가 낮은 지분 또는 메자닌 형태로 구성돼, 문제 발생 시 투자자금 회수율이 낮다는 우려다.

메자닌 부채는 기업 자본구조상 보통주를 제외하곤 가장 후순위로 변제되는 무담보부 고위험 상품이다. 수익률이 높은 만큼 리스크고 크다. 사모 자본시장 특성상 전체규모의 파악이 어렵고, 계약조건이 건별로 자유로워 해당 리스크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부족하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금융에서 메자닌 대출은 대부분 실제 부동산 소유주체와 직접적인 대차관계를 맺지 않아 채무불이행 발생 시 투자자의 권리행사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회사의 부동산 투자 익스포져 14조1000억원의 약 80%인 11조3000억원이 고위험 부동산 투자 익스포져로 추정된다”며 “이들 해외 부동산 투자는 2016년 미국, 유럽 등 부동산 가격 고평가 시기에 집중돼 손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해외 익스포져 중 대부분이 변제 순위가 낮은 지분 또는 메자닌 형태로 구성돼 문제 발생 시 투자자금 회수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대량 환매 우려 적지만…경기 회복 지연시 리스크 우려”=금융감독원은 해외 부동산 펀드가 평균 만기가 길고 대부분 폐쇄형으로 설정돼 대량 환매 우려가 크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 펀드에서 임대료나 이자 연체 등이 발생하고 매각여건 악화로 만기를 연장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실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 77곳이 운용 중인 해외 부동산 펀드의 99.4%(51조2000억원)는 만기 전에 환매할 수 없는 폐쇄형 펀드였다. 또 펀드의 평균 만기는 7.6년으로 2023년부터 본격적인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이후 만기 도래 펀드는 52.1%(26조7945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경기회복 지연시 펀드 수익성이 하락하고 엑시트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대출형 펀드는 중·후순위 비중이 커 신용위험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부동산을 포함한 대체투자펀드 잠재리스크 요인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올해 10월부터 시행 중인 ‘대체투자펀드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이 대체투자펀드를 설정·운용하고 있는지 자체 점검해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지은 기자 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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