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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찬밥’ 부서에 ‘에이스’ 꽂았다...증권사 인사 키워드는 ‘소비자 보호’

라임사태 연루된 증권사 3곳 조직개편...소비자보호 조직 대폭 강화
기존 핵심 임원들은 대거 좌천...후폭풍 못 이겨 상근 고문직 달기도
매년 폭증하는 민원에 리스크 관리 중요성 커져...신뢰회복에 ‘총력’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증권사들의 인사 지형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매서운 눈초리를 의식한 증권사들은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소비자보호 기능을 크게 강화했다. 반면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기존 핵심 임원들은 짐을 싸면서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등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연루된 증권사들은 조직에 큰 변화를 줬다. 잇따른 금융사고로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하자 그간 찬밥신세였던 소비자 보호 조직을 강화한 게 핵심이다.

지난 29일 조직개편을 발표한 신한금융투자는 고객 신뢰회복과 사후 관리체계 강화를 위해 소비자보호본부에 상품관리부를 신설했다. 또 준법감시본부에는 운영위험관리팀도 만들어 운영 시스템상 위험요인 점검과 관리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직개편에 맞춰 오해영 상무가 소비자보호본부를 이끌 새로운 선장이 됐다. 승진한 사공탁 상무보는 준법감시본부장을 맡게 됐다. 특히 오 상무는 업계 최고수준으로 도약한 FICC운용본부를 맡아온 인물로, 채권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왔다.

같은 날 KB증권도 금융소비자 보호와 선제적 내부통제를 위한 관련 조직을 신설했다. 기존 리스크심사부를 리스크심사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예하에 기업금융 및 대체투자 관련 전문 심사부서를 두기로 했다. 내부통제혁신부도 신설해 전사 업무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리스크관리본부장에는 염홍선 상무가, 리스크심사본부장에는 이종철 상무가 신규 선임됐다. 조직 확대와 담당 임원 승진을 통해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대신증권도 올해 6월 조직개편을 통해 CCO(금융소비자보호총괄)을 독립시키고 상품내부통제부를 산하에 신설했다. 상품내부통제부에는 핵심의결기구인 리테일상품리스크검토위원회가 승인한 상품의 판매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대신증권의 CCO에는 10여년간 감사업무를 담당해온 김성원 상무가 신규 선임됐다. 그간 준법지원부문 소속이었던 금융소비자보호부가 CCO 산하로 들어가면서 관리감독 책임자도 임원급 부문장으로 격상됐다.

올해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규준 개정안에 따라 증권사들은 앞다퉈 독립적 CCO를 선임하고 있다.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과거 3년간 평균 민원건수 비중이 4%를 넘는 증권사만 해당되지만 대신증권 등 민원건수가 적은 증권사들도 선제적인 관리감독 강화에 나선 모습이다.

그간 증권사들의 소비자 보호 인프라는 적은 민원건수 탓에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증권사에 대한 민원은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어 소비자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집계된 증권사 금융민원은 총 365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라임자산운용의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 3곳의 임직원들은 퇴직 후 법정 구속되거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구속된 신한금융투자의 전 PBS본부장이 대표적이다. 기존 핵심 임원들이 가졌던 영향력이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들에게 옮겨가는 모양새다.

금투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 증권사의 A전무는 올해 인사에서 상근 고문에 임명됐다. 1990년대부터 증권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지만, 라임 사태의 후폭풍을 견뎌내지 못한 셈이다. A전무는 고문이지만 이례적으로 상근하며 내부 수습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잇따른 사모펀드 사고를 계기로 소비자 보호가 증권사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소비자 보호가 증권사의 중요한 리스크 중 하나로 인식되면서 관련 조직 정비에 힘을 쏟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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