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국내證 아닌 외국계證에만 주관사 ‘콜’②상장 문턱 낮은 나스닥, 요건 충족 쉬워③기업가치 극대화·빠른 자금조달 가능상장 요건 코스피·나스닥 모두 충족···선택의 문제
그런데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 공개 무대는 코스피가 아닌 미국 나스닥이 될 수 있다는 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와 나스닥 상장 요건 충족에 큰 무리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 회사가 어느 쪽 시장을 선택하느냐가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의 나스닥 상장설이 나오는 첫 번째 이유는 주관사에 있습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복수의 외국계 증권사를 대상으로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는데요. 국내 증권사를 제외한 외국계 증권사에만 RFP를 보냈다는 점에서 코스피가 아닌 나스닥 상장을 우선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나스닥 상장 문턱이 낮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Global Select Market)이나 글로벌 마켓(Global Market)은 규제 기준이 높은 편이지만 캐피털 마켓(Capital Market)의 경우 자본·시가·순이익 중 1개 요건만 충족하면 상장이 가능합니다. 캐피털 마켓 상장 이후 요건 충족 시 글로벌 셀렉트 마켓으로 이전할 수도 있습니다.
나스닥 캐피털 마켓의 상장 요건을 보면 ▲자본 500만달러(약 55억원) ▲시가총액 5000만달러(약 548억원) ▲최근 연도 또는 최근 3개 회계연도 중 2개 회계연도 순이익이 75만달러(약 8억원)를 충족(종전 1년치 회계를 지닌 비상장 회사도 가능)하면 되는데, LG에너지솔루션은 이중 자본 요건과 순이익 요건을 충족해 상장이 가능합니다.
지난해 12월 1일 물적분할 방식으로 신설된 LG에너지솔루션의 자본은 5조9581억원(자본금 1000억원, 자본잉여금 5조8582억원)입니다. 증권가에 따르면 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900억원, 올해는 영업익 1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올해 나스닥 상장은 무난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상장 시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으로 꼽힙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초 기준 수주잔액이 150조원으로 매년 3조원 이상의 시설 투자가 필요합니다. 2023년까지 260GWh(기가와트시)의 양산체제 확보 계획을 세운 만큼 IPO를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빠르게 자금 조달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회사 측도 해외 상장 가능성을 이미 열어놓고 있습니다. 차동석 LG화학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도 물적 분할 발표한 지난해 9월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신설법인 설립 후 IPO를 고민할 것"이라며 "(해외)다른 시장도 규모나 적정성을 고려할 때 배제할 요소는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상장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회계감사와 법률검토, 기업실사 등 상장 전 과정을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진행해야하는데,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입니다. 예비투자설명서 작성 이후 수 주간 진행되는 해외 로드쇼 역시 대면 진행이 어렵습니다. 비용 역시 부담 요소입니다. 때문에 해외 상장에서 코스피로 선회하는 기업도 적지 않습니다.
코스피 역시 올해 상장은 가능합니다. 분할 신설법인인 에너지솔루션의 경우 ‘3사업년도가 경과하지 않은 신규상장 신청인이 상장 예비심사 신청 전 세칙(합병·분할)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할 경우 실질적인 영업활동기간을 고려할 수 있다’고 예외 조항을 두고 있어 물적 분할 이전 영업 상황을 회사가 증명할 수 있다면 상장이 가능하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입니다.
일각에선 에너지솔루션이 코스피 시장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코스피에 잔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에너지솔루션이 코스피에 상장할 경우 예상 시가총액은 최소 50조원, 최대 100조원에 달합니다. 상장과 동시에 시총 5위권 기업으로 도약이 가능합니다. 2차전지 시장 전망이 밝은 만큼 향후 추가적인 기업가치 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장을 기다려 온 개미 투자자들도 코스피 상장을 환영하는 눈치입니다. 해외 주식 투자는 환차손을 고려해야하는 만큼 거래 편의성이 높은 코스피가 더 낫다는 의견이죠. 작년 물적분할 당시 ‘소액주주 소외’ 문제가 불거지며 개인의 대량 매도가 나온 만큼 나스닥 상장 시에도 개인 투자자의 반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잔류냐, 해외 진출이냐. 결국 관건은 LG에너지솔루션의 선택입니다. 코스피와 나스닥 상장이 모두 가능한 상황에서 회사가 어느 시장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갈 길 바쁜’ LG에너지솔루션의 행보에 여의도의 눈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뉴스웨이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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