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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이변 없는 1년 임기 연장···진짜 후계 경쟁은 이제부터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에 1년 더 CEO 맡기기로
라응찬 이후 두 번째 ‘10년 금융지주 CEO’ 등장
앞으로 1년이 숙제···후계자별 리스크 해결 필요
데면데면한 금융당국과도 냉랭한 신경전 풀어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그래픽=뉴스웨이DB

이변은 없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하나금융 경영 지휘봉이 다시 쥐어졌다. 이로써 지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회장으로 재임했던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후 11년 만에 ‘10년 금융지주 CEO’가 또 다시 탄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조직 안정을 꾀하기 위한 경륜 깊은 CEO 선임에 방점이 찍힌 만큼 앞으로 김정태 회장의 책임감이 더 무거워지게 됐다.

하나금융지주 이사회 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4일 서울 모처에서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로 김정태 회장을 단독 추천했다. 다만 김 회장의 나이가 올해로 만 69세인 점을 고려해 추가 임기를 1년으로 한정했다. 김 회장은 오는 3월에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선임된다.

회추위는 경영 승계 계획과 후보 추천 절차에서 정한 면접 평가 요소인 기업가 정신, 전문성과 경험, 글로벌 마인드, 비전과 중장기 경영전략, 네트워크와 기타 자질 등에 대해 심층 질의응답으로 개별 후보자들을 검증했고 김정태 회장을 차기 CEO로 낙점했다.

회추위원장을 맡은 윤성복 사외이사는 “안팎에서 하나금융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분들의 우려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후보자들을 평가했다”며 “김정태 회장이 조직의 안정을 꾀하고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적임자라는 점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회장 임기 연장이 결정된 후 김정태 회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고 그룹의 조직 안정화에 헌신하겠다”는 짧은 소회를 남겼다.

◇회추위원장도 인정한 ‘조직 안정’ = 김 회장의 임기 연장 요인으로는 가장 먼저 ‘조직 안정’이 우선됐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코로나19라는 위기에 봉착한 만큼 보수적 조직 안정 추구가 생존의 길이라는 내부 판단이 힘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윤성복 위원장의 언급처럼 “조직의 안정을 꾀하는 CEO가 필요하다”는 하나금융 안팎의 여론이 김 회장의 임기 연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셈이다.

무엇보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처럼 코로나19 금융지원 장기화로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가 중요하게 꼽히는 시국에서 김 회장의 경륜과 기존 조직이 이끌어온 안정적 경영 실적을 신뢰한 것이 김 회장의 임기 연장으로 연결됐다고도 풀이할 수 있다.

최근 금융권 CEO들의 잇따른 연임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김 회장을 제외한 대형 금융지주 CEO가 지난해 모두 자리를 지켰다.

김 회장의 임기 연장에는 큰 결격사유가 없었던 만큼 금융지주 CEO 중의 맏형으로서 금융권 전체를 잘 이끌어달라는 금융권의 희망 사항도 이번 임기 연장에 담겼다고 볼 수 있다.

◇후계 주자, 앞으로 1년이 중요 = 김정태 회장의 임기가 1년 늘어난 것은 차기 CEO에 대한 하나금융 내부의 고민이 그만큼 깊었고 이렇다 할 해답이 없었기에 내린 결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차기 회장 후보에 오른 인물 중에는 함영주 부회장과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등이 있었다.

그중에 함영주 부회장은 하나금융 안팎에서 차기 CEO 후보 0순위로 꼽혔던 인물이다. 통합 하나은행의 초대 은행장으로서 큰 탈 없이 조직을 안정적으로 통솔했고 하나금융의 꾸준한 성장을 이끌면서 ‘포스트 김정태’ 시대를 이끌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함 부회장은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 관련 중징계와 이에 따른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하나은행 채용 비리 사건과도 엮여 있다.

함 부회장에게는 앞으로 1년이라는 시간이 더 주어진 만큼 본인 앞에 놓인 위기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향후 거취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후계 주자들도 1년간 자신의 경영 성과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CEO 후보로서 이름값을 높여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차기 회장 후보에 올랐던 박성호 부행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박성호 부행장은 과거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장을 맡으며 글로벌 감각을 익혔고 하나아이앤에스(현 하나금융티아이) 대표를 맡으며 디지털 관련 경력도 쌓았다. 박 부행장은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뒤를 이을 후임 은행장으로 거론되는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당국과의 암묵적 갈등 관계도 풀어야 = 김정태 회장의 임기 연장은 내부의 안정을 꾀하는 효과를 내게 됐다. 그러나 외부, 특히 금융당국과 서먹한 감정은 ‘김정태 체제’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김 회장은 지난 2018년 연임 과정에서도 금융당국과 상당한 마찰을 빚은 전력이 있다. 이 당시 금융당국과 각을 세우면서 하나금융이 상대적으로 입은 손해가 컸기에 당국과는 데면데면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이사회의 일이기에 뭐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CEO 선임 절차가 조금 더 투명했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금융과 금융당국 모두에게 여전히 앙금이 남아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감독당국과 무리하게 각을 세우면 양쪽 모두 손해를 볼 수 있다”면서 “하나금융 내부적으로도 지배구조와 CEO 선임 문제의 투명성을 높이고 감독당국도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 업무에는 자율성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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