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료 1000원 인상 6개월 만에 가격 또 한 번 올려관객 불만 폭증 롯데시네마·메가박스 연쇄 인상 가능성넷플릭스 등 OTT 성장 속 무리한 가격 인상 ‘독’ 될 우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GV는 다음달 2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1000원씩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CGV의 영화관람료는 주중 1만3000원, 주말 1만4000원으로 오른다.
앞서 CGV는 지난해 10월 영화관람료를 최대 2000원 올린 바 있다. 이번이 벌써 6개월 사이 두 번째 인상 결정이다. 반년 만에 두 차례나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CGV가 6개월 사이에 두 차례나 관람료를 올린 것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실적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관 관객 수가 급감했는데, 대형 신작들마저 하나 둘 개봉을 미루거나 포기하면서 또 관객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극장 관객 수는 총 5952만명으로 전년 대비 73.7%나 줄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CJ CGV의 연결 기준 매출액 역시 5834억원으로 전년보다 70.0%나 급감했다. 영업손실도 3925억원이나 발생했다. CJ그룹은 지난해 말 그룹 내 재무통으로 꼽히는 허민회 대표를 CJ CGV의 새 수장으로 교체했고, 허 신임 대표는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CGV 이용객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까지 반년만에 두 차례나 가격 인상을 하면서 영화 관람료가 크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인 기준으로 주말에 영화를 관람하며 팝콘 세트까지 먹게 되면 4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써야 한다. 이 가격으로 쓰면서 영화관을 찾을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CGV는 SK텔레콤 등과의 제휴가 종료되면서 하나 둘 할인 혜택마저 사라지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GV가 가격 인상 후에도 배급사에 관객당 1000원의 개봉 지원금을 지원한다는 점마저 눈총을 받고 있다. CGV는 손해 하나 보는 것 없이 관객의 돈으로 배급사를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CGV는 지난해 가격 인상 당시에도 정부가 1인당 영화 관람료를 6000원씩 할인해주는 ‘소비할인쿠폰’ 정책을 펼치자 일부러 CGV가 관람료를 올린 것 아니냐는 논란이 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CGV가 가격을 올리면서 도리어 자신의 경쟁력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OTT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영화관만의 경쟁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는데 관람료마저 오르면 누가 영화관에 방문하겠냐는 의견이다. 실제로 주말 기준 1만4000원의 영화 관람료는 OTT 한 달 이용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영화관을 찾는 대신 OTT를 이용하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영화산업 주요 부문 매출 총 1조537억원 중 극장 외 시장(TV VOD와 인터넷 VOD, DVD 및 블루레이 시장 매출규모 등 포함) 매출은 451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2.9%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 비중 20.3%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때문에 코로나19가 안정기에 접어들더라도 관객들이 다시 영화관으로 쏟아져 나올지도 의문이다.
업계 1위인 CGV가 가격을 인상하면서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역시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에도 CGV가 가격을 올리고 한 달 여 뒤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가 관람료를 순차적으로 1000원씩 인상했다.
영화산업 관계자는 “극장에 관객이 모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있는 영화가 상영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많은 영화들이 신작 개봉을 미뤘고, 최근 대규모 투자가 들어간 영화도 OTT를 통해서만 공개되는 등 관객들이 영화관에 찾게 되는 요소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두 번의 가격 인상으로 고객들이 더 외면하게 되진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CGV 관계자는 “적자 폭이 더욱 늘어날 경우 극장은 물론 영화산업 전반의 붕괴가 올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 가격 인상은 생존을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었다”며 “한국영화 산업 구조는 전체 매출의 76%가 극장 관람료 매출에서 발생하고, 50% 이상이 영화 배급 및 투자·제작사에 배분되는 만큼 영화산업에 있어서 ‘극장 매출’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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