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경비 1번지' 서울 종로경찰서의 인력을 용산경찰서로 대거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용산 시대' 본격화를 눈앞에 두고 경호·경비 준비를 구체화하고 있다.
1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차장을 팀장으로 한 경찰청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용산 집무실 이전 관련 논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집무실도 관저와 마찬가지로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하기로 방침을 사실상 확정했다.
옥외집회와 시위 금지 장소를 규정한 현행 집시법 11조는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 공관 등으로부터 반경 100m 이내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대통령 집무실'은 명시적으로 기재돼있지 않다.
집무실 용산 이전으로 관저와 집무실이 물리적으로 분리되면서 법 해석이 필요한 지점이 발생한 셈이다.
기존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과 숙소가 모두 청와대 경내에 있어 집시법상 해석의 문제가 없었던 것이니만큼, 해당 법 조항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집무실도 당연히 시위 금지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관저의 의미는 집무실과 생활 공간을 포함한다는 경찰의 입장은 변함없다"며 "입법적 연혁이나 전반적인 상황을 볼 때, 집시법에서 대통령실을 관저 하나로 규정한 것으로 봐선 관저 범위에 집무실도 포함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집무실 100m 이내 집회를 제한하는 것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대통령이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다른 제도도 많다"고 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청와대 시절 관저와 집무실은 같은 울타리 안에 있었기 때문에 집시법상 원래 취지상 관저는 대통령의 거주 여부보다 집무실 개념이 포함돼있다고 보는 것이 맞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의사당도 의원들이 먹고 자는 공간이 아닌데도 100m 내 집회시위가 제한되는 만큼 대통령 집무실도 같은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이런 법 해석을 두고 여러 의견이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인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집시법상 관저 개념은 집무실이 포함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국가 안보상으로나 경호 관점에서도 집무실 근처 집회시위는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경찰 손을 들었다.
자유연대 김상진 사무총장 역시 "대통령이 업무를 하는 집무실 바로 앞에서 집회시위를 하면 업무가 제대로 되겠느냐"며 "경찰이 법에서 규정한 대로 제대로 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무실을 관저와 같은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자의적 해석"이라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이 거주하는 숙소 개념의 관저와 집무실을 구분해 판단한 2016년 서울행정법원 결정을 들며 "경찰이 집무실 인근 집회를 허용하지 않으면 행정소송 등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경찰은 TF 회의를 통해 용산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인력 재배치 등도 논의하고 있다.
용산경찰서 경비·교통·정보 등 관련 부서의 인력이 충원되고, 기존 청와대를 담당하던 종로경찰서 관할 지구대·파출소를 통폐합하는 방침 등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전담 경호·경비 인력인 서울경찰청 산하 101·202단 청사 이동 등도 연쇄적으로 예고된 상황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인력 조정 규모와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이전된 집무실을 담당하는 용산서 관계자는 "최종 결정은 서울경찰청에서 지침이 나와야 한다"면서 "지침에 맞춰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이 완화되는 가운데 집회 무게중심도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옮겨가면서 경찰은 변화할 집회·시위에 대한 대응 방침도 고민 중이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집회·시위가 있으면 참가자들이 서울역에 집결해 용산역으로 이동한 뒤 용산 집무실까지 행진하는 등 이전보다 동선이 길어지고 장소가 다변화할 가능성도 높게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시위 장소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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