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44개 기후환경 시민·사회단체들이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그룹의 주요 간부들에게 보낸 서신의 일부 내용이다.
기업을 향한 글로벌 투자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탄소중립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의 자산운용사 APG도 지난 2월 삼성전자, SK주식회사, SK하이닉스, LG화학 등 국내기업 총 10곳에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제 기업의 친환경 경영은 피할 수 없는 의무가 됐다. 탄소 감축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경우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에서 배제되거나 중간재를 공급해야 하는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제외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APG는 지난해 1월 화력발전을 계속한다는 이유로 한국전력의 투자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처럼 'E(환경)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으나 국내 기업이 당장 RE100 가입 등을 결정 짓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장기간 RE100 가입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현재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도 15곳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부담이다. 반도체 제조는 전기 사용량이 워낙 많고 미세공정을 늘리는 과정에서 전력 사용량 증가가 불가피한 구조다. 이에 반도체 생산량을 늘릴수록 온실가스 배출량 또한 함께 증가할 수 밖에 없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2020년 RE100에 가입했으나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소모하는 막대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영국 연구기관 엠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삼성전자가 한 해 사용한 전력량보다 20% 적었다.
국내 기업이 해외 공장에서 높은 비율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으나 국내 사업장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쉽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해외 기업들은 재생에너지가 화석에너지보다 훨씬 저렴하나 국내는 재생에너지가 원가 상승을 불러올 정도로 비용 부담이 크다.
이 같은 와중에 정부의 탄소감축 목표도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현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배출량 40%를 감축하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친환경이 곧 경쟁력인 시대가 됐다. 하지만 친환경으로 가는 길에 기업 경쟁력이 발목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에 국내 기업들의 탄소감축을 이끌어내려면 정부의 근본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장기간 목표를 세우고 달려야 하는 '탄소중립'에 초반부터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정부의 세심한 뒷받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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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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