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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감독 "225억원 '미스터 고', 이건 불가능한 영화였다"

김용화 감독 "225억원 '미스터 고', 이건 불가능한 영화였다"

등록 2013.04.18 18:03

수정 2013.04.19 10:56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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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시도였다.”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게 나 조차도 놀랍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로 흥행 감독 타이틀을 거머쥔 김용화 감독은 들떠 있었다. 영화 자체가 ‘꿈을 만들어 내는 공정’이라고 하지만, 김 감독의 새로운 프로젝트 ‘미스터 고’는 문자 그대로 ‘꿈같은’ 시도였고,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1980년 중반 발표된 허영만 화백의 ‘제 7구단’이 모태가 된 영화 ‘미스터 고’는 흥행 감독인 김용화의 눈에도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손을 댔다. “고릴라가 프로야구를 한다”는 설정 하나만으로 장장 4년의 걸친 과정에 돌입했다. “풀 3D는 할리우드에서나 가능하다”는 기본 명제가 우선 이 과정에서 깨졌다.

‘미스터 고’의 VFX(시각효과 visual effects)를 담당할 회사인 ‘덱스터 디지털’ 회사가 세워졌다. 김 감독이 사제 30억 원을 털어 세웠다.

18일 덱스터 디지털이 위치한 경기도 파주에서 만난 김 감독은 “‘국가대표’의 기대 이상 흥행이 날 아이러니하게도 절망으로 떨어트렸다”면서 “6개월을 놀았다. 정말 아무것도 안했다. 그 과정에서 ‘미스터 고’를 만났다”고 말했다.

그의 눈에 띈 이 영화는 빠르게 영화화로 이어졌다. 주변 지인들과 나눈 ‘미스터 고’의 최대 관건은 바로 ‘고릴라’의 시각화다. 우선 동물이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에 불가능이란 벽이 서 있었다.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말이 안되는 얘기다. 단순하게 고릴라가 등장하는 영화가 아닌 고릴라가 주인공이고,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면서 “솔직히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라며 웃었다. 투자와 배급을 맡은 쇼박스의 김택균 홍보부장도 “처음 김 감독에게 이 프로젝트를 듣고 웃어 넘겼다”면서 “그냥 ‘말도 안 되는 영화’라고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김용화 감독 "225억원 '미스터 고', 이건 불가능한 영화였다" 기사의 사진

현재 밝혀진 ‘미스터 고’ 전체 총 제작비는 225억원 수준이다. 한국 영화 시장에서만 보자면 블록버스터를 넘어선 메가톤급 규모다. 이 돈으로 영화 속 주인공인 고릴라 ‘링링’을 만들어 내야 한다. 2010년 파주에서 8명이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나 180여명의 국내 최고 VFX 엔지니어들이 이 한 영화에 모여 들었다.

연출을 맡은 김 감독과 ‘미스터 고’ VFX 총괄 슈퍼바이저 정성진 감독은 8명에서 180명으로 늘어난 인원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초창기 고생은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단다. 미국 유수의 업체를 찾아가 자문을 구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기만 했다. 초창기 애니메이터들을 일본 동물원에 2박3일간 보내 고릴라의 움직임을 관찰케 한 게 가장 큰 호사였다고.

김용화 감독 "225억원 '미스터 고', 이건 불가능한 영화였다" 기사의 사진

김 감독은 “할리우드 쪽에서 다들 미쳤다고 했다. ‘미스터 고’ 속 풀CG 샷이 900샷 이상이었다”면서 “참고로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 속 풀CG가 150샷 정도인데 투입된 예산만 600억 원 정도다”고 말했다.

초기 ‘미스터 고’ VFX 예산은 회의를 거듭한 끝에 증액이 돼서 120억 원으로 결정됐다. 김 감독은 “‘반지의 제왕’ ‘아바타’를 만든 VFX 스튜디오인 웨타 디지털에 문의했을 때에도 ‘미스터 고’의 VFX 예산이 최소 500억 이상이었다”면서 “우리에게 맞는 기본 시스템을 만드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자체 시스템 개발은 영화 속 핵심인 고릴라 ‘링링’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김 감독이 세운 ‘덱스터 디지털’이 세워진 이유였다. ‘고릴라’ 탄생의 핵심이자 최대 걸림돌은 바로 ‘털’이었다.

VFX 총괄 슈퍼바이저 정성진 감독은 “CG로 구현해야 할 털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였다”면서 “200만개가 넘는 털을 전부 컨트롤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만큼 데이터도 상상을 초월했다. 결국 몇 개의 지점을 설정한 뒤 주변부를 조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을 거친 ‘링링’은 실사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자랑했다.

정 감독은 “덱스터 수준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할리우드 ILM(‘스타워즈’ 조지 루카스 감독이 만든 VFX 스튜디오)와 월트 디즈니의 ‘픽사’ 외에 한 두 곳 정도만 가능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덱스터’다”고 말했다.

덱스터 디지털 전경덱스터 디지털 전경

크게 ‘덱스터’가 구현해 내는 VFX 과정은 ‘촬영 이미지에 3차원 공간을 넣는’(매치무브), ‘고릴라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모델링), ‘고릴라의 외형 질감을 나타내는’ (텍스처), ‘고릴라의 전체 움직임을 조정하는’(애니메이션), ‘고릴라의 털과 옷을 담당하는’ (크리처), ‘야구장에 디지털 군중을 앉히고 각종 자연현상을 처리하는’ (FX/RND), ‘조명을 세팅해주는’(라이팅), ‘이렇게 만들어진 3D 데이터를 2D 이미지로 변환하는’(렌더링), ‘실사 분량에 완성된 CG를 합성하는’(컴포지팅), ‘전체 분량을 편집하는’ (VFX 에디토리얼)이란 세부 과정으로 나뉜다.

‘미스터 고’의 CG분량은 90%에 달한다. 촬영 기법도 전 세계 영화계에서 사용 중인 기술이 모두 동원됐다.

(좌) 정성진 총괄 슈퍼바이어 (우) 김용화 감독(좌) 정성진 총괄 슈퍼바이어 (우) 김용화 감독

김 감독은 “덱스터에서 진행하는 후반작업 공정율이 75% 정도 된다”면서 “수백명의 열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꼭 지켜봐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올 여름 시즌 국내 개봉 예정인 ‘미스터 고’는 중국 3대 영화투자배급사 중 하나인 화이브러더스에서 500만 달러(한화 50억여 원)를 투자받았다. 이에 따라 중국내 5000여 관 이상에서 개봉한다.

(경기=파주)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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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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