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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 “‘롤러코스터’ 촬영, 데뷔 후 가장 재미있던 경험”

[인터뷰] 정경호 “‘롤러코스터’ 촬영, 데뷔 후 가장 재미있던 경험”

등록 2013.11.05 12:41

김재범

  기자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남들은 너무도 좋아한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놀이동산이다. 겁이 많아 놀이기구 타는 것을 너무도 싫어했다. 그 가운데서도 ‘롤러코스터’는 개인적으로 ‘지옥’의 다른 말과 같았다. 초등학교 시절 아무것도 모른 체 친구들과 함께 탔다가 반 실신 상태로 내린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이 ‘롤러코스터’를 최근 너무도 재미있게 탔다. 한 번도 아니고 정확하게 세 번이다. 정말 미친 듯이 웃었다. 무려 94분간 이어지는 ‘롤러코스터’다. 이건 기네스북에나 올라갈 법한 탑승 시간이다. 국내에 이런 ‘롤러코스터’가 있다고? 한 두 개가 아니다. 서울 시내 극장 어디를 가더라도 탈 수 있다. 단 줄 서는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왜? 재미있다고 입소문이 퍼질 대로 퍼졌으니 말이다. 배우 정경호가 94분간 함께 ‘롤러코스터’를 즐겨 준단다. 이건 대박이다.

늦가을로 접어든 며칠 전 삼청동 한 카페에서 정경호를 만났다. 우선 정경호의 출연작 들을 살펴봤다. 끝에서 끝으로 오가는 캐릭터들만 즐비했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속의 유약한 ‘최윤’이 그랬다. 영화 ‘거북이 달린다’의 탈옥수 송기태는 어땠나.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출연작이 어디 이 두 작품뿐이랴.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정경호는 “듣고 보니 그렇다. 굳이 무언가를 의도하고 덤벼든 것은 아닌데 하다 보니 정말 끝에서 끝으로만 왔다 갔다 한 걸 이제 알았다”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롤러코스터’는 가도 너무 갔다. 정경호가 입만 열면 육두문자를 속사포처럼 내뱉는 한류스타라니. 정경호가.

그는 “사실 극중 마준규 캐릭터를 잡아나가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쉬웠다”면서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정말 이런 건 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한 것만 골라서 마준규에게 입혔다. 진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간 것 맞고”라며 웃는다.

영화는 94분 동안 비행기 안이란 극히 한정된 공간 속에서만 벌어진다. 보기에 따라선 슬랩스틱에 버금가는 코미디가 있다. 한 편으로 극단적인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각 캐릭터들을 카메라는 쫒는다. 그 가운데 정경호가 있고, 마준규가 있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정경호는 “형(하정우 감독)도 그랬고, 나도 책(시나리오)을 받고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면서 “승무원들이 생활하는 공간에선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면 어떻게 될까. 조종사들은 그 좁은 공간에서 10시간 20시간 동안 앉아만 있을까. 이런 궁금증이 자꾸만 커지는 거다. 그 궁금증의 집합체가 ‘롤러코스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쉴새없이 몰아치는 배우들의 대사와 상황 설정, 좁은 공간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각 캐릭터간의 동선 등이 ‘롤러코스터’의 백미다. 알려진 바대로 감독은 배우 하정우다. 초보 감독의 데뷔작이란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꽤 괜찮은 결과물이라고 칭찬이 자자하다. 정경호는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솔직히 촬영 때는 각 장면이나 신 별로 길어봤자 2~3번 정도 찍은 것 같다”면서 “다른 영화들은 촬영 때 정말 다들 민감하고 시간도 촉박하고 그런다. 우린 정말 놀면서 찍었다. 또 한 번 ‘이래도 영화가 될까’ 싶을 정도로 현장이 자유로웠다”고 의아해 했다. 그 이유는 감독 하정우의 철두철미함에서 비롯됐다고.

 정경호 “‘롤러코스터’ 촬영, 데뷔 후 가장 재미있던 경험” 기사의 사진

정경호는 “리허설만 3개월을 했다”면서 “‘롤러코스터’ 자체가 연극적인 요소가 강한 영화라 연습도 실제로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것처럼 연습했다. 3개월 동안 죽어라 이 작품에만 매달렸으니 실제 촬영 현장에선 다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합’(연기의 동선)이 들어맞았다. 정말 촬영이 재미가 있기는 나도 데뷔 후 처음 이었다”고 웃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이어졌다. 정말 단 1분도 가만 두지 않는 각각의 캐릭터들의 욕설과 상황 속 황당한 설정이 ‘롤러코스터’를 끌고 가는 동력이 됐다. 정경호는 “솔직히 난 진짜 사람답게 연기를 했는데, 일부 지인들이 ‘너 진짜 만화 같더라’라고 할때는 속상했다. 진짜 그랬냐”며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

정경호가 이번 영화를 통해 얻은 것은 연기의 스펙트럼도 있겠지만 아버지로부터의 인정이란다. 그의 아버지는 대한민국 방송계의 거물 감독인 정을영PD다. 평소 정PD는 아들인 정경호에게 한 없이 무섭기만 한 감독이자 아버지였다고.

그는 “그냥 난 아버지 눈에 ‘똥배우’였다. 그런데 이번 영화를 보신 뒤에는 딱 한 말씀만 하셨다”면서 “시사회가 끝나고 늦은 저녁이었다. 술이 좀 취하셔서 전화가 오셨는데 ‘이제야 좀 노력하는 게 보인다. 배우 같다’고 하셨다. 그 말이 아직도 귀에서 잊혀지지가 않는다”며 조금은 울컥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듯 입을 닫았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흥행이나 이런 부분에선 연기를 시작한 초반부터 굳이 신경을 쓰려하지 않았단다. 아니 신경 자체가 그쪽과는 멀다고. 정경호는 “아직은 한 없이 부족한 내가 흥행이란 엄청난 결과물을 탐하는 것은 정말 되먹지 못한 태도 같다. 아직은”이라며 “난 아직도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정경호일 뿐이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걸출한 액션도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 코미디도 경험했다. 가슴 절절한 멜로도 경험했다. 차기작으로 생각하는 장르를 묻자 “내가 주인공인 멜로를 하고 싶다”고 단박에 못을 박았다. 그는 “멜로도 해봤는데, 내가 주도하는 역할은 아니었다. 나도 좀 가슴 깊이 절절한 사랑을 하는 멜로를 해보고 싶다”며 웃는다. 단 액션은 절대 아니란다. 너무 힘들다며 “정말 액션은 나랑 아닌 것 같다”고 고개를 도리질 쳤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예의 바른 바른 생활 사나이 배우 정경호가 ‘롤러코스터’ 속 마준규라니. 인터뷰 시간이 다 지난 뒤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정경호에게서 콧대 높은 한류스타 ‘마준규’를 조금이라도 찾아보려 노력했다. 정말 영화 ‘롤러코스터’ 속 마준규가 정경호일까. 이 영화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꼭 다시 한 번 봐야겠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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