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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사명변경···道 넘은 살인기업 ‘옥시’

증거인멸·사명변경···道 넘은 살인기업 ‘옥시’

등록 2016.04.20 16:57

수정 2016.04.20 17:40

황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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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살균제로 100명 넘는 사망자 발생했지만 사과 한 마디 없이 유한회사로 회사형태 바꿔2014년 RB코리아로 사명도 변경 소비자 우롱

사진=정혜인 기자사진=정혜인 기자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가 가습기 살균제로 1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으면서도 증거를 인멸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살인기업’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옥시는 지난 2001년부터 SK케미칼이 제조한 PHMG 인산염 성분(원료명: SKYBIO 1125)을 함유한 살균제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제’를 판매했다. 2011년 11월 수거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10년간 판매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옥시는 가장 많은 피해자를 배출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146명 가운데 103명이 옥시 제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올해 초 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의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관계자들 중 옥시의 임원을 최초로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옥시가 증거를 인멸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지난 2월 초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임직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대거 삭제하고 보고서 등의 서류를 빼돌렸다.

실제로 검찰은 SK케미칼이 제공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폐기한 단서를 확보했다. 특히 옥시 사내 서버에서 이와 관련된 내부 이메일이 일괄적으로 삭제돼 폐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옥시 측이 지난 2월 이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조직적으로 증거를 없앴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 역시 수사에 대비해 증거인멸을 하라고 지시한 인물이 누구인지 조사할 계획이다.

옥시의 비도덕적인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은 2001년 옥시가 살균제를 출시할 당시 영국 본사가 한국법인에 PHMG 인산염을 원료로 한 제품을 출시해도 좋다고 승인한 사실을 포착했다. 이는 그동안 본사가 한국법인은 법적으로 독립적인 회사라며 본사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 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옥시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살인사건이 논란이 되자 자사에 유리한 맞춤실험을 서울대와 호서대 연구팀에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연구진을 돈으로 매수해 실험을 중단했다는 의혹이다.

특히 형사 처벌을 면하기 위해 김앤장을 법률대리인으로 민사소송 피해자 유족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합의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옥시가 손해배상액과 조정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옥시는 갖가지 꼼수로 소비자를 우롱했다. 지난 2011년 11월 질병관리본부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유해한 성분이 있다는 경고를 발표한 바로 다음 달 옥시는 회사 형태를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변경했다.

유한회사는 외부 회계감사를 받을 의무가 없고 실적 공시 의무도 없다. 즉 법적으로 살인 살균제를 제조한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가 된 셈이며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회사 이미지를 고려해 2014년에는 회사명에서 옥시를 빼버리고 레킷벤키저의 이니셜 RB을 따 RB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제품인 데톨, 옥시크린, 오투액션, 스트렙실, 개비스콘 등은 사명 대신 브랜드명을 강조해 마케팅을 진행했다. 생활밀착형 제품들의 브랜드를 앞세우는 교묘한 수법으로 그동안 불매운동 등을 피할 수 있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이 늦었지만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옥시에게는 이런 대응 자체도 없다. 옥시는 현재 언론 등 외부에는 철저히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해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옥시는 그동안 건강, 위생, 가정을 회사 3대 가치로 내세우는 등 고객 중심의 이미지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소비자의 건강과 위생을 해치고 더 나아가 가정을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살인 살균제 판매보다는 현재의 미온적 대처, 무대응과 무책임이 공분을 사고 있다. 사고를 은폐하는 것보다 진정어린 사과의 한 마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토로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

뉴스웨이 황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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