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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걸’서 ‘추잡한 먹튀꾼’ 전락한 최은영 전 회장

‘여걸’서 ‘추잡한 먹튀꾼’ 전락한 최은영 전 회장

등록 2016.05.14 09:09

수정 2016.05.14 11:08

정백현

  기자

檢, 최 회장 주식 처분 관련 수사 박차내부서 미공개 정보 취득한 정황 포착회사 부실 알면서도 사업 확장만 몰입상식 넘은 ‘도덕적 해이’···책임 치러야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사진=뉴스웨이DB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사진=뉴스웨이DB

한때 해운업계의 여걸로 주목을 받았던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이 ‘회사를 버린 오너’로 추락할 위기에 놓였다.

13일 검찰 등 사법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최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고 회사 관계자들과의 대화 내역, 회사 내부 문건 등을 면밀히 분석해 최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주식 거래에 이용했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 측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시 주가 하락으로 최 회장 일가가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내부 관계자들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부당하게 취득한 뒤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공개 정보를 주식 거래 과정에서 취득·이용했다가 적발될 경우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라 최소 3년, 최대 10년 이하의 실형을 선고받거나 이익 또는 회피 손실액의 1~3배에 상당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최은영 회장과 두 딸 조유경, 조유홍 씨 모녀는 지난 4월 6일부터 20일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한진해운 주식 전량(96만7927주)을 매각했다. 최 회장 모녀가 2주간 주식 처분으로 얻은 현금은 무려 42억8458만원(주식변동 공시 내용 기준)이다.

공교롭게도 최 회장 일가의 주식 처분이 끝난 뒤인 지난 4월 25일 한진해운은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이후 한진해운의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최 회장의 주식 처분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손해를 피하고자 자율협약 신청 이전에 미공개 내부 정보를 입수한 뒤 주식을 팔아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금융당국이 이 석연찮은 거래에 대해 조사했고 이제는 사법당국으로 공이 넘어갔다.

최 회장은 한때 업계를 주름잡았던 여걸이었다. 지난 1985년 결혼 후 줄곧 주부로만 살았던 그가 경영에 참여하게 된 것은 지난 2006년 남편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부터다.

최 회장은 2007년 3월부터 회사 경영에 나섰다. 이때만 해도 한진해운은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하던 우량기업이었다.

최 회장의 등장 이후 한진해운은 지주회사 출범을 통해 한진그룹과의 계열분리를 추진하는 등 독자적 행보를 꿈꿔왔다. 한진해운이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선두권 선사였고 회사 기반도 탄탄했던 만큼 최 회장의 포부는 컸다.

그러나 무리하게 자금을 차입하며 사업을 확장한 것이 독을 키웠고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불거진 해운업의 장기 불황이 겹치며 한진해운의 경영은 난항에 봉착했다.

영업을 통해 창출하는 이익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해외 선주들에게 배를 사용한 요금(용선료)을 꼬박꼬박 내다보니 부채비율은 치솟았고 회사의 유동성 현금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결국 한진해운은 지난 2013년 대한항공으로부터 직·간접적 자금 지원을 받다가 2014년 시아주버니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조 회장은 ‘무급경영’을 선언하며 한진해운 정상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단기적 흑자 전환에 성공했을 뿐 근본적 업황 부활이 따르지 않으면서 회사 경영 사정이 더욱 나빠졌다.

그 사이 최 회장은 한진해운홀딩스를 유수홀딩스로 개명하고 외식업 등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회사의 부실에 대해서는 어떠한 도움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에게 돌아올 손해를 막기 위해 주식을 처분해 논란을 키우게 됐다.

최 회장의 주식 처분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이미 수많은 부를 축적한 상황에서 어려운 회사 사정을 무시하고 주식 처분으로 현금을 더 불렸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부실 경영의 당사자로서 자신의 이익만 강조했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이미 수천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자산가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 북촌에 한옥 주택 등 다량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최 회장은 1000억원 이상의 재산을 갖고 있다. 두 딸의 재산까지 합하면 약 1800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회사의 부실을 키운 최 회장이 사재 일부를 회사 정상화를 위해 내놔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최 회장 측은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운업계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벌어진 최 회장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최 회장의 행동은 본인 자체를 넘어 재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인 만큼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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