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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허 따른 ‘6가지 실수’

공정위,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허 따른 ‘6가지 실수’

등록 2016.07.06 15:57

수정 2016.07.06 16:56

한재희

  기자

판단 기준·시장 흐름·심사 기한..기업에 부담만 가중정부기조와도 엇박자···기업 선제적 구조조정 막아 KT의 독주 체제 더욱 굳건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을 불허했다. 지난 4일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공정위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M&A를 경쟁제한을 이유로 주식 취득 및 합병금지 명령을 내렸다.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을 불허했다. 지난 4일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공정위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M&A를 경쟁제한을 이유로 주식 취득 및 합병금지 명령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패착’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사안에 대해 ‘불허’를 내리면서 정부의 정책기조와 엇박을 내게 됐다.

케이블 TV 시장은 전체적으로 침체 됐으며 글로벌 미디어 그룹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조차 마련할 수 없게 됐다. 지난 4일 발송된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는 미래 경제를 생각한다면 바둑에서 잘 못된 한 수(手)로 경기 결과를 망치는 ‘패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난 4일 발송한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보고서에 ‘불허’ 방침이 담긴 것으로 확인되면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충격에 빠졌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앞으로 2주 내 공정위에 제출할 소명 자료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반대의 결정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공정위원회가 ‘M&A 불가’ 결정이 내려진 사안에 대해 반대의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팽배하다. ‘공정위와 협의해 인허가 심사를 해야 한다’는 법 원칙 때문이다.

◇공정위 판단 기준 ‘불공정’
공정위는 이번 인수합병이 시행되면 SK텔레콤이 방송사업자로서 23개 권역 중 21곳에서 1위가 돼 시장 지배적 지위가 강화된다고 판단했다. 경쟁제한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합병 불허는 물론 주식매매 체결을 해서도 안 된다(인수 불허)는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의 판단은 그동안 인수합병을 반대해온 측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통신과 방송을 묶은 결합상품이 나오면 합병 시너지 효과가 커져 통신과 방송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하지만 실제 양사 가입자를 합해도 KT의 가입자에 못 미치는 숫자다. 현재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가입자 820만명을 가진 KT(29.4%)가 1위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합병을 해도 총 점유율 25.77%(717만명)로 2위에 그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케이블 TV 사업자들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미 독점적 권역을 획득했었다. 때문에 권역별로 시장 점유율을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이미 IPTV 등 전국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유료방송 시장 흐름 중에 권역별 시장점유율 합산에 따라 경쟁을 제한한 것은 구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이 불허됨으로써 KT의 독주 체제가 더욱 굳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기의 케이블 업계, 탈출 전략 없어
공정위의 ‘불허’ 심사 결과가 세간에 알려지자 케이블 업계 전체가 술렁였다. 케이블 방송 시장의 위기설이 본격화 되면서 이번 M&A를 탈출 전략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케이블 업계는 IPTV 시장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케이블TV 가입자는 계속 감소하는 반면 IPTV가입자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3월 기준 IPTV 가입자는 1264만명으로 2014년보다 16.6% 늘었고,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도 같은 기간 426만명에서 431만명으로 1.2% 증가했다. 반면 케이블TV 가입자는 지난 2월 말 기준 1442만명으로, 2014년 1468만명보다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M&A로 활로를 모색하던 케이블TV 업계는 전체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다. 당장 매물로 나와 있는 딜라이브의 향방도 알 수 없게 됐다.

CJ헬로비전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최악의 심사 결과”라며 “경쟁력을 잃어 가는 케이블방송 산업 내 탈출 전략 없이 불허 결정을 한 것은 케이블 업계를 고사 위기에 몰안 넣는 조치”라고 입장을 밝혔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 역시 “케이블 TV 업계 전체가 침체 됐다”면서 “M&A를 준비하던 다른 케이블 업체들에게도 큰 타격이다. 퇴로가 막힌 것”이라고 말했다.

◇‘자발적 구조조정’ 정부의 기조와도 배치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하반기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선제적인 대응을 잘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한바 있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아닌 업계가 스스로 나서서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구조조정의 길을 찾으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기조 아래 정부는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방송 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규제완화와 방송통합법제정 등을 진행해왔다.

공정위의 결정이 정책 기조를 훼손할 뿐 아니라 업계의 자발적 구조개혁 의지를 꺾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이번처럼 사전에 차단을 해버리면 주무부처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의 운신의 폭이 좁아 질 수밖에 없다. 정부 내에서 엇박을 내고 있는 모습이 아쉽다”고 말했다.

◇기업 경쟁력 제고에 ‘브레이크’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신사업 추진에도 비상이 걸렸다. SK텔레콤은 이번 인수합병으로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을 꿈꿨다.

또 방송통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계획도 있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해 투자함으로써 새로운 변화와 성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인수합병이 불발 되면 그간 세웠던 사업 구상은 물거품이 된다. 심사가 진행되는 7개월 동안 다른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시간만 뺏긴 셈이다.

CJ헬로비전도 마찬가지다. CJ그룹은 CJ헬로비전 매각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할 계획이었다. CJ E&M과 홈쇼핑업체 CJ오쇼핑에 집중해 콘텐츠 경쟁력 제고에 나선다는 구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기업과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자율 M&A시도가 무위에 그치게 됐다.

◇7개월 간 ‘허송세월’
공정위는 ‘늑장 심사’라는 비판도 피하기 힘들다. 유례없이 심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공정위는 “심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도 했다. 그때마다 공정위는 “심사 기한(120일)을 초과 한 것이 아니다”라는 해명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지난 7개월 동안 찬반 논쟁이 격화되면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관련 업계 뿐 아니라 언론, 학계, 시민단체 등이 논쟁에 뛰어들면서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이해 당사자인 CJ헬로비전이다. CJ헬로비전은 지난 7개월 동안 신사업 추진은 물론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업계에서는 CJ헬로비전의 실적 회복은 올 4분기까지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대흐름에 뒤떨어지는 판단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는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조치였다. 기업 간 M&A를 통한 ‘성장 메커니즘’은 시장 경제에 자리잡은 지 오래다. 세계적으로도 이미 다수의 미디어 기업들이 방송통신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M&A를 진행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 중이다.

특히 넷플릭스나 유튜브, 애플TV 등 글로벌 사업자들의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는 방송통신시장의 흐름으로 볼 때 M&A를 막는 것은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는 판단이다.

이번 M&A가 방송과 통신 산업이 재편 될 수 있는 신호탄이었지만 공정위의 ‘불허’ 결정에 앞으로의 이종 사업간 M&A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김성철 고려대학교 교수는 “공정위가 지난 7개월 동안 어떤 부분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알 수 없다”면서 “공정위는 그동안 자료를 통해 판단한 것이 아니라 여론과 정치권, 경쟁사들의 눈치만 보고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인수합병에서 있어서 보완할 점이 있다면 시정 조건을 붙이면 된다. 이번 결정으로 케이블 업계의 M&A는 더욱 어려워지고, 퇴로가 막힌 상황에서 케이블TV 사업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며 “공정위가 무리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an324@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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