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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혼란 빠진 재계, ‘새해 계획’ 밑그림도 못 냈다

대혼란 빠진 재계, ‘새해 계획’ 밑그림도 못 냈다

등록 2016.11.01 07:10

정백현

  기자

경제 여건·대내 정세 불확실성 증폭‘비상 기조’ 속 세부 내용 두고 고심올해와 경영계획 큰 차이 없을 수도

다수의 국내 대기업이 내년 사업계획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지만 이렇다 할 밑그림마저도 그리지 못하고 있어 혼란을 겪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20대 기업 중 절대 다수가 내년 경영 예정사항에 대한 전체적인 뼈대조차도 완성하지 못했다.

과거의 사례를 감안하면 매년 9월 말부터 각 계열사별로 올해 사업을 결산하고 새해 계획 논의에 착수한 뒤 이를 그룹 차원에서 취합해 11월 초순께 전체적인 윤곽을 드러낸다. 그리고 11월 말이나 12월 초 계열사 임원 인사 발표와 더불어서 새해 사업계획을 공개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들어서 이와 같은 모습은 사실상 사라졌고 올해는 사업계획에 대한 논의마저도 매우 지지부진한 상태다.

각 기업별로는 예정된 대로 새해 계획을 짜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SK그룹이 지난 12일부터 진행한 CEO세미나를 통해 새해 계획 수립에 대한 기반 마련에 돌입했고 LG그룹은 오는 11월 한 달간 업적보고회를 진행하면서 올해를 결산한다.

나머지 기업들도 정해진 계획대로 새해 계획 수립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선다. 그러나 어떤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짜겠다는 방향성만 갖췄을 뿐 세부적 내용 채우기에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 방향성마저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비상경영 체제’ 내지는 ‘보수적 경영 기조 유지’로 유사하다.

내년 계획을 어느 정도 완성했어야 할 시점에서 국내 기업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가장 먼저 사업에 대한 대내외 경제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 문제다.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지 오래인 내수 불황과 수출 부진이 불확실성의 핵심이다.

어려울수록 투자로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역발상 전략’에는 다수의 기업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만을 좇기 위해 지나친 모험성 투자에 나섰다가 되레 화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이 기업을 움츠리게 하고 있다.

올해 국내 주요 기업의 경영실적이 생각보다 좋지 못하다는 점 역시 기업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이른바 빅2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실적이 곤두박질쳤고 이들 기업과 연계된 기업들의 실적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단기간에 실적 반등을 이뤄낼 수 있는 향후 호재가 부족한 만큼 최대한 보수적인 기조에서 새해 사업계획을 짜야하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서는 고민의 깊이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두 번째로는 대내 정세의 혼란이다. 내년 말에는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열린다. 매년 대선이 임박할 때마다 각 정당이나 후보별로 경제 관련 공약을 쏟아낸다. 19대 대선 정국에서도 경제민주화에 대한 칼날이 더 날카로워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더구나 최근 벌어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정치권 내 야권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기업에 대한 각종 활동을 옭아매는 규제들이 다수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것들을 감안해서 새해 계획을 세워야 할 상황인 만큼 기획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새해 사업계획 수립이 늦어질수록 안팎의 피해는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실무선에서 사업을 관장하는 직원들의 혼란이 깊어진다.

사업계획이 조기에 도출된다면 그에 맞는 세부 전략 수립과 조기 실행이 가능해진다. 사업의 조기 실행은 시장 선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경영실적의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계획이 늦어지면 이는 물거품이 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와 짧은 미래의 상황이 워낙 불확실하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서도 어떤 내용을 새해 계획에 넣어야 할 것인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큰 줄기로 볼 때는 올해의 경영 계획과 큰 차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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