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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벼랑끝 발언···대한민국 통상팀의 ‘결기’

시종일관 벼랑끝 발언···대한민국 통상팀의 ‘결기’

등록 2017.11.23 15:49

주현철

  기자

한미 FTA 폐기도 옵션, 쌀 손대면 끝···연일 강경발언일사분란한 김현종-강성천-유명희 통상팀···짜여진 각본? “강대강 전략,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맞춤형 전략 필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左), 강성천 통상차관보(中), 유명희 통상정책국장(右) 사진= 연합 제공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左), 강성천 통상차관보(中), 유명희 통상정책국장(右) 사진= 연합 제공

미국의 전방위적 통상 압력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대한민국 통상팀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시간차가 있지만‘ FTA폐기도 옵션’이라거나 ‘쌀을 손대면 끝이다’ 라고 말하는 등 각본이 짜여진 것처럼 통상 팀 전체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는 인상을 준다. 미국과의 통상 전쟁이 이미 시작된 가운데 대한민국 통상팀이 벼랑끝 전술이 먹힐지 관심이다. 특히 이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이런 ‘결기’를 부리는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끄는 통상팀은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을 구사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이 농업 분야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농업은) 우리의 레드라인”라고 선을 그었다.

김 본부장은 우리 농업을 건드리는 순간 미국의 제일 민감한 것을 건드리겠단 말을 미국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동안 김 본부장은 한미 FTA를 두고 줄곧 상호 호혜성과 공정무역이란 두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즉 두 가지 원칙이 무너지면 FTA 폐기도 가능하단 이야기다.

특히 김 본부장은 한미 FTA를 두고 모든 가능성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협상할 때 안보와 통상은 별개라고 본다”면서 “통상협상을 할 때는 국익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장사치 논리로 임해야 한다”고 밝혀 한미 FTA 폐기에 대한 생각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 본부장의 성격을 보면 답은 의외로 쉽게 나온다. 그는 타고난 승부사다. 미국이 요구하는 무기랑 가스 모두를 챙겨주기로 했다. 다만 미국이 욕심을 버리지 않고 더 이상을 요구한다면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 본부장의 승부사 기질은 지난 한미 FTA 체결 때도 빛났다. 자동차, 반덤핑 분야에서 결론이 나지 않자 담판을 하기 위해 서울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 측의 협상안에 대해 “협상은 끝났으니 짐 싸서 돌아가라”고 압박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김 본부장의 좌우 날개 역할을 맡은 유명희 통상정책국장과 강성천 통상차관보 역시 만만찮은 승부사다. 두 사람 또한 미국에 칼날을 세우며 강단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차례에 걸친 한미 FTA 특별회기 협상대표단으로 참석했던 유 국장은 한미 FTA 개정 협상과 관련해 “불리한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 국장은 “협상도 안 해보고 폐기를 하는 것보다는 대화를 통해 일단 발전방안을 모색해 이익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이 과정에 들어갔다”며 “개정밖에 없다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틀 내에서 개정과 개선방안을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해 충분히 한미 FTA 폐기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강 차관보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권고안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만약 ITC가 삼성·LG전자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이 시행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할 뜻을 나타냈다. 특히 권고안 중 저율관세할당(TRQ)을 적용한 120만대 이하의 수입 물량에 대해서도 20% 관세를 부과하는 안은 불가능하단 태도다.

이들이 발언하는 수위를 보면 당장 한미 FTA가 종료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통상팀이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청와대, 정부, 여당 모두 한미 FTA를 두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앞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미 FTA 개정 협상과 관련해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가 이어지면 폐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한다는 정부 입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추 대표는 “우리한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면 폐기도 검토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한미 FTA 폐기 카드도 거론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허윤 교수는 “‘강대강’ 전략을 통해 한국도 협상에서 얻어 낼 건 얻어 내야 할 부분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정책에 손해를 보거나 반대하는 미국 내 정·재계를 아군으로 만들어 미국 정부에 부담을 주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 FTA 협상의 잣대가 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도 최근 미국은 멕시코의 일몰조항 도입 합의와 최저임금 인상을 받아냈다. 일몰 조항은 미국이 강하게 요구해왔던 것으로 5년마다 재협상을 벌여 협정을 연장하지 않으면 자동 파기됨을 뜻한다. 장근호 홍익대 통상학부 교수는 “NAFTA 협상 과정을 봤을 때 한미 FTA에서도 미국이 강하게 나올 것”이라며 “미국의 반응을 보면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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