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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 접촉 관리하겠다는 금융당국···실효성 있나

외부인 접촉 관리하겠다는 금융당국···실효성 있나

등록 2018.03.29 09:41

정백현

  기자

4월부터 외부인 만나면 상부 보고 의무화“접촉 제한 사유 지엽적” 벌써부터 우려 ↑예외규정도 너무 관대···꼼수 등장 가능성

금융당국이 전관예우를 퇴치하고 공정한 업무 진행을 위해 업무 연관성이 있는 외부인과의 접촉과 관련된 규정을 별도로 만든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 이에 대한 의문 부호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 규정을 지켜야 하는 당국의 공직자들도 고개를 젓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금융위 공무원과 금감원 임직원 등이 지켜야 할 ‘외부인 접촉관리 규정’을 마련해 오는 4월 17일부터 시범 시행하고 5월 1일부터 이 규정을 정식 시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 검사·제재, 인·허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회계감리 관련 업무 진행 과정에서 변호사나 회계사, 금융기관이나 주권상장법인 임직원, 금융위·금감원 퇴직자 중 보고대상 사무 담당자를 만날 경우 5일 이내 감사·감찰 담당 부서에 보고해야 한다.

다만 금융 행정의 특수성을 감안해 금융시장 안정이나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한 시장 모니터링, 신속한 대응 조치 등이 필요한 경우는 보고 대상 사무에서 제외했다.

또 사회 상규 상 허용되는 경조사, 토론회, 세미나,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한 접촉, 출입기록이 확인되고 녹음 등 내부통제시스템이 구축된 환경에서의 접촉, 관계법령 등에서 허용된 절차에 따른 접촉 등은 보고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 기관 중에서 외부인 접촉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만든 것은 지난 2월부터 관련 규정을 시행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금융위·금감원이 두 번째다. 내용만 놓고 보면 외부인 접촉 이후 5일 내로 접촉 사실을 보고해야 하는 점이 서로 똑같다.

이 같은 규정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여러 의견이 나왔다. 대부분은 이 규정이 시행된다고 해도 과연 전관예우 등의 문화가 사라지겠느냐는 비판적 목소리였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보고 대상이 지엽적이고 실질적이지 못한 면이 있어 보인다”며 “감찰 관련 상위 부서에 자체 보고를 하고 징계 사유가 적발되더라도 온정주의에 입각해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면 서로에게 안하느니만 못한 규제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금융회사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서로가 서로를 만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게 됐다”며 “업무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되레 당국과 시장 간의 체감적 거리를 더 멀게 하는 규제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외부인 접촉 관련 규정에 대해 금융위와 금감원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취지는 공감하겠지만 규제 실효성이 과연 있겠느냐는 점이다.

금융위 간부인 A 과장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를 악용하는 꼼수가 안팎에서 여전하지 않느냐”며 “규정에 보면 접촉 제한 범위가 지나치게 좁고 예외규정도 생각보다 관대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외부인이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간부 B 과장은 “일상적 식사 자리에 대해서도 명확한 보고 규정이 없기 때문에 소위 말해서 ‘밥만 먹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고 양쪽이 서로 잡아 떼면 접촉 과정에서 비위 사실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지 않겠느냐”며 “규정의 향후 시행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의문이 많다”고 말했다.

C 과장도 “과거 사례를 보면 전화로 청탁이 오고가는 경우가 빈번한데도 전화 통화에 대한 별도 보고 의무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며 “2주간의 시범 운영 기간이 있는 만큼 규정을 시범적으로 시행하다가 고쳐지는 점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금감원의 한 직원도 “‘청탁금지법’에서도 문제가 지적된 부분이지만 ‘사회 상규’라는 부분을 어디까지 양해해야 하는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해석이 모호한 규제를 연달아 적용시키기 보다는 전관예우 퇴치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먼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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