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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채경 - 사람이 먼저다

[창업자로부터 온 편지]허채경 - 사람이 먼저다

등록 2018.10.25 13:51

수정 2018.10.25 17:19

이성인

  기자

편집자주
‘창업자로부터 온 편지’는 한국 경제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대기업 창업자들부터 미래를 짊어진 스타트업 CEO까지를 고루 조망합니다. 이들의 삶과 철학이 현직 기업인은 물론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허채경 - 사람이 먼저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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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채경 - 사람이 먼저다 기사의 사진

경영자는 사업을 어떻게 전개해갈지 구상합니다. 이는 주로 제품을 잘 알리고 잘 팔기, 즉 회사 바깥일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지요.

그런데 여기 ‘바깥’ 이상으로 ‘안’에 신경 쓴 기업가가 있습니다. 바로 한일시멘트의 창업자, 우덕(友德) 허채경 명예회장입니다.

안에 신경 썼다는 말, 무슨 뜻일까요?

허 회장은 1919년 개성에서 태어났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부터 광산에 들어가 갱목을 납품하는 등 일찍이 사업에 투신했는데요. 석회석을 통해 전도유망한 청년사업가로 이름을 알린 것도 잠시,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맙니다.

전쟁 통에 혈혈단신 월남한 허 회장은 부산에서 수산물 판매로 돈을 다시 모았습니다. 휴전 이후 이곳저곳에서 복구사업이 벌어졌고, 이는 석회석 사업을 다시 한 번 일으키는 계기가 됩니다.

1961년엔 20여 명의 공동출자를 견인, 한일시멘트를 세웠습니다. 이후 내실을 꾸준히 다지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큰 도약의 기회를 잡습니다. 과천에 조성되기로 한 놀이공원을 허 회장과 한일시멘트가 맡은 것이지요.

허 회장은 재임 기간 내내 공장 규모를 차근차근 늘리며 입지를 넓혀갔는데요. 그럼에도 사업이 ‘시멘트’의 범주를 벗어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모험보단 지금 선 길을 올곧게 걸어가는 정도경영이 그의 스타일이었던 것.

외연을 넓히는 데 에너지를 쏟는 대신, 허 회장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습니다. 바로 회사 내부, 직원, 즉 ‘사람들’로 말입니다. 인간 존중이라는 기본 없인 기업도 빛이 바랜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건 ‘글 무식’이 아니라 ‘인(人) 무식’”

허 회장의 이런 마음가짐은 업계 최고 수준의 복리후생제도로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사내 근로복지기금을 꼽을 수 있는데요.

기금을 통해 주택자금이나 생활안정자금 명목으로 대출을 제공하는 한편, 자녀 두 명까지 대학 학자금 등을 전액 지원하기 시작한 것. 이 제도는 기업들 돈이 말랐던 외환위기 당시에도 축소나 폐지되지 않았습니다.

허 회장의 복지 지도엔 새 일자리를 만들고자 함께 노력하는 등 일을 그만두는 직원을 위한 것도 있었습니다. 시킬 때만 ‘가족 같이’를 내세우는, 일방향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일부 기업과는 확실히 달랐지요.

이밖에 직원 목소리에 늘 귀 기울인다는 취지로 운영 중인 지금의 제안제도 또한 허 회장이 손수 만들었습니다. 물론 좋은 의견엔 그에 걸맞은 보상도 잊지 않았다고 합니다.

직원을 향한 이 같은 물심양면의 지원, 노사 간 신뢰를 두텁게 쌓아올리는 밑거름이 됐다고 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1965년 노조 설립 이래 한일시멘트에선 지금껏 단 한 차례의 파업도 없었습니다.

한일시멘트는 현재 단양공장을 비롯해 25개의 레미탈·레미콘·슬레그시멘트 공장과 유통기지를 보유한 국가대표 시멘트 회사가 됐습니다. 업계에선 허 회장을 통해 자리 잡은 연대감과 내실이 이 같은 발전의 토대가 됐다고 말합니다.

한일시멘트 홈페이지에선 ‘한일人 이야기’라는, 직원 스토리가 연재 중입니다. 허 회장이 봤다면 꽤 좋아했을 법한데요.

사업이든 무엇이든, 바깥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선 먼저 ‘우리’ 안에 따뜻함을 불어넣을 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 그가 남긴 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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