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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호주 ‘로이힐 광산’ 가다···채굴장 전면 무인화 ‘가격경쟁력’ 갖췄다

[르포]포스코 호주 ‘로이힐 광산’ 가다···채굴장 전면 무인화 ‘가격경쟁력’ 갖췄다

등록 2018.11.26 14:01

임정혁

  기자

안정적인 ‘양질 원료’ 확보 위한 투자···할인구매는 ‘덤’‘오토노머스 드릴’ 시스템 안착···생산성 극대화 나날이올해 5200만톤 예상···포스코 전체 26% 수준 ‘대규모’철광석 확보 원가경쟁력 갖춰···현대제철도 투자 ‘군침’

로이힐 광산의 철광석 채굴 모습. 사진=포스코 제공로이힐 광산의 철광석 채굴 모습. 사진=포스코 제공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양질의 원료를 생각한 결과입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서호주 필바라(Pilbara)를 횡단하자 황톳빛 장관이 펼쳐졌다. 이쯤이면 도착했을 거라고 되뇌다가 지쳤을 때 비로소 광산이 나타났다. 시계를 보니 뉴먼 공항에서 차로 1시간 40분을 달린 후였다.

마스크와 덧신을 쓰고 헬멧과 선글라스를 착용한 뒤 버스에서 내렸다. 정수리에 꽂히는 햇빛과 발바닥에서 턱을 훑는 지열이 30도를 웃돌아 서울에서의 직선 거리(약 66만9832km)만큼이나 아득했다. 포스코가 ‘안정적인 원료 확보’를 목표로 투자한 로이힐(Royhill) 광산은 그렇게 아련한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에서 로이힐 직선 거리. 사진캡쳐=구글 맵서울에서 로이힐 직선 거리. 사진캡쳐=구글 맵

저 멀리 움직이는 트럭과 굴착기를 바라보며 한기호 포스코 서호주사무소장은 ‘원가 절감’을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포스코의 안정적인 양질 원료 확보와 원가 경쟁력 강화로 이곳에 투자했다”고 요약했다. 포스코는 이곳에 약 15억호주달러(1조2300억원)를 투입해 지분 12.5%를 손에 넣었다.

로이힐 광산은 사실상 모든 채굴 과정에 자동화 시스템이 안착해 나날이 생산성이 늘어날 것을 암시했다. 현장 상황실에 들어가자 채굴에 핵심인 ‘드릴 컨트롤러(Drill Controller)’ 직원이 작업에 한창이었다. 2명의 드릴 컨트롤러는 여러 대의 모니터 앞에 앉아 1개당 1톤가량 나가는 원통형 드릴 장치를 비디오 게임을 하듯 조이스틱으로 360도 돌려 드릴링했다. 최소 14미터나 그 이상쯤 드릴링하며 이러한 작업 9대가 24시간 내내 전부 무인으로 돌아간다고 그들은 설명했다.

2년 전부터 도입된 ‘오토노머스 드릴’ 자동화 시스템은 올해부터 로이힐 광산 전체 무인 시스템으로 적용됐다. 컨트롤러 전문 직원은 “9명이 하던 작업을 1명이 하게 됐다”며 “보통 한 드릴이 파고들어가는 데 8분에서 12분 정도 걸리는 데 인건비가 줄고 가동 시간이 늘어 전보다 생산성이 10퍼센트 이상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하루 최대 113개 지점과 1160m 깊이 드릴링 작업이 역대 최대치라고 소개했다.

비디오 게임처럼 조이스틱으로 ‘오토노머스 드릴’을 작동 중인 로이힐 광산 상황실 드릴 컨트롤러 직원 모습. 사진=임정혁 기자비디오 게임처럼 조이스틱으로 ‘오토노머스 드릴’을 작동 중인 로이힐 광산 상황실 드릴 컨트롤러 직원 모습. 사진=임정혁 기자

무인 드릴링 이후 철광석을 실어 나르는 총 77대의 트럭은 이를 운송했다. 모인 철광석은 로이힐 광산에서 북서쪽 344km에 있는 포트헤들랜드(Port Hedland)항에 기차로 운반됐다. 이러한 일련의 채굴 과정에서 드론 등으로 수집된 데이터와 자료는 작은 것 하나까지 전부 서호주 퍼스에 있는 로이힐 본사 오퍼레이션 센터로 송출됐다.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더 나은 채굴 과정과 생산량 향상을 위한 ‘복기’를 하고 이에 따른 작업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다. 그렉 호킨스(Greg Hawkins) 로이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엔 무인 트럭이 다닐 예정”이라며 “광산 운영 전체를 자동화하고 여러가지 빅데이터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메이저 철광석 공급업체들의 구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00년 중반부터 서호주 필바라 지역의 여러 신규 프로젝트를 검토했다. 이 지역이 호주 철광석 매장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도가 낮다고 내부에서 중지를 모았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와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중국과 일본 등 기타 철강사들 사이에서도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꼽힌다는 시장 분석도 했다. 그 결과 포스코는 2009년부터 로이힐 광산 투자를 위해 대주주인 핸콕(Hancock)사와 협상했다. 자원 전문 지주회사인 핸콕사가 호주 부호인 지나 라인하트(Gina Rinehart) 로이힐 홀딩스 회장 소유며 1993년부터 공동투자 대상을 찾았다는 점이 투자 위험을 낮추는 장점으로 꼽혔다.

협상 끝에 포스코는 2010년 로이힐 프로젝트에 1단계 투자를 거친 뒤 2012년 3월 일본 마루베니상사(Marubeni), 대만 차이나스틸(CSC)과 최종 공동투자를 결정했다. 현재 로이힐 광산 지분구조는 포스코가 확보한 12.5%를 포함해 핸콕 70%, 마루베니상사 15%, 차이나스틸 2.5%로 구성됐다.

한기호 소장은 “포스코의 연간 총사용량 26%에 해당하는 연간 1500만톤의 철광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며 “특히 철광석 생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6년부터 포스코는 할인 구매를 적용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로이힐 철광석 품질 인덱스(지표)는 전 세계 표준에 들어가는 62퍼센트”라며 “브라질과 함께 전 세계 철광석 생산량의 59%를 차지하는 호주에서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점과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도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포트헤들랜드항 로이힐 선석 전경. 사진=포스코 제공포트헤들랜드항 로이힐 선석 전경.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에 따르면 로이힐 프로젝트는 올해 5200만톤 생산이 예상된다. 내년부터는 사업 정상 궤도로 평가받는 5500만톤 생산이 추산된다. 이는 호주 내 메이저 공급사 3사에 이어 4번째로 큰 생산 규모다. 포스코가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1년간 사용하는 철광석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로이힐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투자로 메이저 철광석 공급업체들의 구매 의존도를 벗어나 원가 경쟁력까지 확보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며 “로이힐 프로젝트의 지난해 영업이익률 30%라는 장점뿐만 아니라 내년부터는 최대 구매 가능한 1500만톤을 이곳에서 구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1500만톤은 포스코 연간 총 사용량의 26%에 해당하는 수치다. 최소 26%의 사용량은 메이저 공급업체들의 입김이나 알력과 관계없이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철광석은 유연탄과 함께 쇳물을 만드는 원료로 제조 원가의 60~70%에 달해 그만큼 가격에 민감하다.

세계 철강업체들이 철광석 확보에 치열한 경쟁을 하는 점에 비춰 포스코는 로이힐 구매에서 원가 경쟁력을 따냈다는 평을 듣는다. 이러한 장점이 업계에서도 인식된 셈인지 로이힐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현대제철도 투자 등을 협의 중이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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