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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창업주 신춘호 물러난다.···2세 신동원 체제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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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 신춘호 회장 경영서 손 떼 장남 회장 선임 유력
신동원, 농심 평사원 입사 부회장까지 경영 능력 증명
계열 분리는 아직, 농심홀딩스·율촌화학 지분 정리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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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농심그룹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의 ‘2세 경영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다. 신 부회장은 다음 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 선임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은 다음 달 25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신 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 16일까지다.

1932년생으로 올해 92세인 신 회장은 1992년 회장에 선임된 이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그룹 회장직만 맡으며 세부적인 경영 현안은 경영진들에게 맡겨왔다. 이번 주주총회에는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과 박준 부회장, 이영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됐다. 이에 신동원 부회장이 차기 회장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농심그룹은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 주력인 농심을 맡고,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이 율촌화학을, 막내인 신동익 부회장이 메가마트를 맡는 구조로 승계 판이 짜여있다.

◇주력사업 재도약 신동원, 신성장동력 발굴 박차=이번 주총에서 신동원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되면 본격적인 2세 경영 시대가 열리게 된다. 신 부회장은 오랜 기간 농심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경영권을 잡은 인물이다. 1979년 평사원으로 농심에 입사해 구매, 마케팅팀 도쿄사무소 등에서 근무하며 현장 감각을 익혔다. 신 부회장은 1996년 부사장에 오르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고 이듬해 농심 국제담당 대표이사 사장직을 역임, 2000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0년부터는 농심홀딩스 대표까지 맡으며 농심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라면업계 1위를 지키던 농심이 ‘점유율 지키기’에만 안주하지 않도록 유연한 경영 전략을 펼쳤다. 시장점유율이 3년 동안 8% 가까이 하락하며 위기에 빠졌던 2015년 ‘짜왕’을 내놓으면서 단숨에 라면 신화를 다시 썼다. 신 부회장은 짜왕 흥행의 주요소였던 굵은 면발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쟁사 오뚜기가 ‘진짬뽕’으로 열풍을 일으키자 추격 카드로 ’맛짬뽕’을 내놓으면서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신 부회장은 1996년 농심의 첫 해외생산 공장인 중국 상하이공장이 준공되면서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신 부회장은 상하이공장 준공 다음 해인 1997년 국제담당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1997년 칭다오공장, 1999년 선양공장 등 중국 사업과 2005년 미국LA공장 준공 등 해외사업 확장에 힘을 쏟았다. 신 부회장이 해외사업을 맡으면서 농심은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일찌감치 해외 기반을 다져온 농심은 지난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대히트를 치며 미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빠르게 넓혔다. 뒤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도 뜻밖의 수혜로 찾아왔다. 농심은 지난해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4% 성장한 9억9000만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중국 등 주요 법인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거뒀고 코로나19로 전 세계 라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수출실적 또한 크게 늘었다.

신 부회장이 농심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사업은 생수와 가정간편식(HMR)이다. 농심은 2012년 백산수를 내놓으며 생수 시장에 진출했다. 백산수는 현재 8%대의 점유율로 시장 3위에 안착했다. 생산법인인 연변농심광천음료유한공사(연변농심)는 지난해 법인설립 이래 최초로 1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HMR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농심은 브랜드 ‘쿡탐’을 내세워 HMR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식품업계 트렌드인 식물성 대체육 시장에 관심을 두고 ‘베지가든’이라는 브랜드로 가정간편식 라인업을 확대했다. 그러나 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등 기존 사업자를 제치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신 부회장이 농심을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만큼 향후 HMR 사업 확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동원·동윤·동익 삼형제 계열분리 속도낼까=농심그룹이 신동원 부회장 체제로 들어섬에 따라 계열분리에 속도를 낼지도 주목된다. 현재 농심그룹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는 신동원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42.9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뒤이어 신동윤 부회장이 13.18%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치면 총 66.60%에 달해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공고한 상태다.

메가마트는 신동익 부회장 지분 56.14% 외 다른 형제들의 지분은 없어 사실상 계열 분리가 완료된 상황이다. 메가마트 지분 9.54%를 보유, 3대 주주에 있는 이스턴웰스 지분도 신동익 부회장(30%), 장남 신승렬 씨(35%), 차녀 신유정 씨(35%)가 갖고 있다.

메가마트 계열사는 농심홀딩스와도 지분 관계가 얽혀 있지 않다. 신동익 부회장도 올해 3월 농심홀딩스 사내이사직을 내려놨다. 신동익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은데, 신동익 부회장의 장남 신승렬 씨가 올해 7~8월에 걸쳐 농심홀딩스 보유 주식 1964주를 연이어 처분한 것도 계열 분리를 위한 작업이라는 추측이다.

율촌화학은 농심홀딩스가 지분 31.94%를 보유해 최대 주주로 있다. 신동윤 부회장이 2대 주주로 지분 13.93%를 보유 중이고 이어 신춘호 회장이 13.5%를 가지고 있다. 율촌화학이 완벽하게 계열 분리를 하기 위해서는 신동윤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지분 13.18%를 팔고 농심홀딩스가 가진 율촌화학 지분 31.94%를 매입하면 된다. 이와 함께 신춘호 회장의 율촌화학 지분(13.5%)이 신동윤 회장에게 넘어가면 계열 분리가 마무리된다.

김민지 기자 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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