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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대혼란’에 발바닥 불난 은성수 위원장

‘금소법 대혼란’에 발바닥 불난 은성수 위원장

등록 2021.03.29 15:57

정백현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소비자-금융사 동시 불만은성수, 업권 관계자·일선 창구·CEO 등 잇달아 만나적극 소통 행보 천명했지만 금융권 반응은 ‘시큰둥’“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책, 시장 전체 망치는 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내수동 KB국민은행 광화문종합금융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은 위원장은 금소법 시행에 대한 은행의 대비 상황을 경청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내수동 KB국민은행 광화문종합금융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은 위원장은 금소법 시행에 대한 은행의 대비 상황을 경청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 소비자의 권익을 높이고 금융 시장 내 질서 구축을 위해 마련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시행 5일째를 맞았다. 지난해 3월 법안 공포 후 1년여의 준비를 거친 법안임에도 시행 초기부터 법 시행에 대해 금융 소비자와 금융회사 모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결국 금융 관련 정책의 최고 총괄책임자인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고 있다. 그러나 은 위원장의 ‘소통 발품’이 소비자와 금융회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업계 안팎의 우려 섞인 전망도 있다.

금소법은 지난 25일부터 시행됐다. 금소법의 핵심은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상품 가입을 권유할 수 없고 금융 상품 세부 사항을 고객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는 점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설명 의무의 확장은 일부 금융 상품에만 한정 적용되던 ‘6대 판매 규제’가 모든 금융 상품으로 확장 적용된 것과 연관된다. 쉽게 말해 간소한 적금통장 1개를 만들어도 은행원이 상품 관련 유의사항 등을 일일이 설명해야 하고 고객은 이를 다 들어야 한다.

결국 시행 첫날부터 소비자들과 금융회사 직원 모두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소비자들은 “통장 만드는 것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고 직원들을 타박하고 직원들은 “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해명을 입이 닳도록 하고 있다. 양쪽 모두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셈이다.

금융당국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시급히 나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6일 갑작스럽게 금융업권별 협회장들을 서울 명동 은행회관으로 불렀다. 예정에 없었던 간담회였다.

이 자리에는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 정희수 생명보험협회 회장, 정지원 손해보험협회 회장, 김주현 여신금융협회 회장,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전무, 하은수 저축은행중앙회 전무, 박영범 신용협동조합중앙회 관리이사, 조영익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이 참석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를 통해 “금소법 시행에 대한 세부 지침 마련이 늦었고 일선의 금융기관 창구까지 지침이 잘 전달되지 않아 국민들의 불편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 속에 스며든 ‘빨리빨리’ 문화와 ‘금융 소비자 보호’는 안타깝게도 양립하기 힘든 문제”라면서 “금소법 시행으로 금융 거래 시간이 더 걸리고 불편한 점이 다소 있더라도 불완전판매라는 과거의 나쁜 관행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간담회가 끝난 직후 은 위원장은 일선 은행 창구로 달려갔다. 은 위원장의 집무실인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장 가까운 KB국민은행 광화문종합금융센터를 찾아갔다. 이곳에서 은 위원장은 금소법 시행에 대한 은행의 대비 상황을 경청했다.

이후에도 은 위원장은 금융권 관계자들과 부지런히 만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장 돌아오는 목요일인 4월 1일 은행장 간담회가 예정돼 있고 4월 5일은 증권사 CEO, 4월 6일은 보험사 CEO, 4월 9일은 저축은행과 여신금융사 CEO들과 만날 예정이다.

은 위원장은 연쇄적인 CEO 간담회를 통해 금소법 시행의 취지와 개선 여지를 논의할 계획이다. 또 각 업권별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경청해 추후 제도 개선에 반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여기에 덧붙여 언론과 금융권 관계자들에 대한 공개서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 위원장은 지난해 ‘회사채 시장 4월 위기설’ 때나 최근 가계부채 폭증 문제 등 금융권 안팎의 여러 복잡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공개서한을 통해 당국의 입장을 상세히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당국의 정책 수립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면서 “시행 초기에 발생하는 소비자와 금융권의 불만을 듣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개선안을 찾을 수 있도록 소통에 나서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당국의 이러한 소통 활동에 대해 일선 금융권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낙관적 시각보다는 비관적 시각이 더 많았다. 이미 이 법의 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불편을 예견했음에도 당국이 팔짱만 끼고 방관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장의 업무 처리가 익숙해지면 소비자나 금융회사 모두 안정을 찾을 것이라던 은 위원장의 발언에 놀랐다”며 “고객들이 어디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은행은 가만히 고객들의 불만을 들어주기만 하라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의 관계자도 “1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이런 문제가 숱하게 나타났다는 것은 그만큼 당국 차원에서 정책 시행에 대한 준비를 미흡하게 했다는 증거 아니냐”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정책이 지속되면 금융 시장 전체가 피해를 받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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