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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절벽 현실화①]시중은행, 전방위 대출 축소···연말까지 가계대출 ‘바늘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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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연봉 이내, 마통은 최대 5000만원
인뱅·저축은행도 연봉 이상 신용대출 사라져
“막히기 전에 서둘러야”···‘가수요 현상’ 뚜렷
일주일 사이 신용대출 잔액 2조9000억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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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농협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을 비롯한 주요 시중은행이 일제히 대출 조이기에 돌입하자 소비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응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라고는 하나,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이른바 ‘대출절벽’이 현실화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신규 가계대출 취급을 전면 중단하고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축소하는 등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곳은 농협은행이다. 올 들어 높은 가계대출 증가율에 금융당국으로부터 경고장을 받은 이 은행은 이달 24일부터 11월말까지 신규 가계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증액이나 재약정을 받지 않는 동시에 물론 부동산담보대출과 비주택 관련 대출도 취급하지 않는다. 신규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또 농협은행은 신용대출도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 이하, 연소득의 100%로 줄였다.

우리은행은 9월말까지 신규 전세자금 대출 취급을 잠시 중단키로 했다. 올 초부터 분기별로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정해 운영해왔는데, 3분기 한도가 소진됐기 때문이란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신용대출의 한도를 연소득 100%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27일부터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한편,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개인당 최대 5000만원으로 축소했다. SC제일은행 역시 담보대출 중 하나인 ‘퍼스트홈론’ 중 신잔액 코픽스 금리 연동 상품 신규를 중단한 상태다.

시중은행의 발빠른 태세전환은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둘러싼 당국의 주문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은행이 집계한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말보다 2.3%(41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1년 전과 비교해 168조6000억원(10.3%) 늘어난 것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이에 취임을 앞둔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는 지난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계부채 급증으로 인해 적극적인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가계부채 관리를 최우선 역점 과제로 삼고 가능한 모든 정책역량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3년까지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적용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기존 방안을 재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과의 면담에서 마이너스통장과 같은 신용대출의 개인 한도를 연 소득 수준으로 낮추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과 외국계 씨티·SC제일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은 지난 27일 금감원에 신용대출 상품 대부분의 최대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대부분 은행이 9월 중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조만간 다른 은행도 이러한 행보에 동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음달 중엔 시중은행에서 연봉을 웃도는 규모의 신용대출과 5000만원 이상의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모두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의 경우 상품별 한도와 정확한 시기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일단 9월부터 가계 신용대출을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국민은행은 생활자금형 소액 신용대출, 집단대출 등을 제외한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아파트 분양이나 전세 계약 등으로 큰돈이 필요한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대출을 받아두려는 ‘선(先)수요’ 또는 ‘가(假)수요’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미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26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43조1804억원으로 일주일 사이 2조8820억원 증가했다. 그 중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51조6749억원으로 2조6921억원 늘었으며, 이 기간에 새로 개설된 계좌도 1만5366개에 이른다.

다만 금융당국은 일부 제한 조치가 대출절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과도한 우려에 선을 그었다. 가계대출 취급여력이 충분한 여타 금융회사에까지 대출 취급중단이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금융위 측은 “대부분 은행이 자체 리스크관리 기준에 따라 대출속도를 조절해온 만큼, 앞으로도 적정수준의 가계대출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것”이라며 “가계부채 리스크관리를 소홀히 했던 일부 은행의 대출취급 중단 조치로 금융소비자 불편이 발생하지 않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1년반 동안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신용팽창이 빠르게 진행됐고, 이 상황이 지속되면 금융안정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만큼 민간신용 공급조절이 불가피하다”며 “경제주체도 이러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금조달 등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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