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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상속자들-사조그룹]3세 주지홍 승계 둘러싼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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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 故 주제홍 사고사 이후 장남 주지홍 중심 승계 구도 재편
사조시스템즈 지분 승계서는 현금 한 푼 안내고 최대주주로
골프장 합병 오너일가 회사 부채 떠넘기기·증여세 마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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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사조그룹은 창업주 고(故) 주인용 사장이 세운 출판사 ‘사조사’의 계열사로, 1971년 3월 설립한 원양어업회사 ‘시전사(현 사조산업)’를 모태로 성장했다. 1973년 본격적으로 참치연승사업에 나서며 큰 성공을 거뒀고 주인용 사장이 1978년 타계하자 미국 유학 중이던 주진우 회장이 귀국해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주진우 회장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사조그룹은 식품·유통을 중심으로 축산, 레저 등 20여 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2016년부터는 장남인 주지홍 부사장이 경영수업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사조해표 상무로 승진하면서 승계 작업이 본격화했지만, 주 부사장이 지분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는 점, 일감 밀어주기 의혹 등 편법승계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소액주주들까지 “편법승계를 금지하라”며 제동을 걸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 꿈꾸던 주진우, 원양어업 회사 대표로 = 주진우 회장은 주인용 창업주의 2남 3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주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경기고등학교 졸업 후 3수 끝에 서울대 정치학과에 차석 입학했고 학사과정을 마친 후에는 외환은행 행장 비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그는 어릴 때 꿨던 대통령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정치학을 더 공부하기로 마음 먹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런데 주 회장이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수학하던 1978년, 아버지 주인용 사장이 갑작스런 뇌일혈로 타계하면서 주 회장은 29세 젊은 나이에 사조그룹을 물려받게 됐다. 주 회장은 “출판사는 포기해도 원양어업은 어떻게든 유지해라”라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사조그룹을 회사를 키웠다.

주진우 회장은 배우자 윤성애 여사 사이에 아들 둘을 뒀다. 장남 주지홍 부사장은 1977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미시간 앤아버 MBA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컨설팅 업체인 베어링포인트에 재직하다 2006년 사조인터내셔널에 입사하면서부터 사조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주 부사장은 사조해표 기획실장, 경영지원본부장, 식품총괄본부장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차남 고(故) 주제홍 전 이사는 1981년생으로 형인 주지홍 부사장과는 4살 차이다. 주 전 이사는 연세대학교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평소 적극적이고 씩씩한 성격이라 주진우 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두고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주 전 이사는 2009년 29세의 나이에 형인 주지홍 부사장보다 먼저 사조오양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2014년 7월 판로 개척을 위해 오른 러시아 출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장남 주지홍, 동생 세상 떠난 후 유일한 후계자로 부상 = 사실 2013년만 해도 주지홍 부사장이 사조그릅 전체를 승계할 것이란 시각은 거의 없었다. 두 아들 중 차남인 주제홍 이사가 먼저 상장계열사 등기이사로 선임돼 후계 구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

주지홍 부사장과 주제홍 전 이사는 각각 사조인터내셔널과 사조시스템즈를 승계 ‘키’로 잡고 있었다. 주제홍 전 이사의 사조시스템즈는 그가 있던 시절 매출액이 2011년 65억원, 2012년 69억원, 2013년 76억원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그렸다. 영업이익도 2011년 8억, 2012년 19억, 2013년 22억으로 오름세였다.

반면 같은 기간 주지홍 부사장의 사조인터내셔널은 매출액이 2011년 543억원, 2012년 507억원, 2013년 37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은 2011년 12억원에서 2012년 2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14억원으로 회복했지만, 동생과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주 부사장의 상장계열사 등기이사 선임이 늦어진 이유를 그의 경영능력과 연관짓기도 했다.

주 회장은 차남에게 상장계열사인 사조오양의 등기임원 자리를 먼저 내줬다. 사조시스템즈를 통해서는 사조오양 지분 22.47%(최대주주)를 보유해 직접 지배하게 했다. 장남에게는 주력인 사조산업 지분을 1.87% 주고, 차남에게는 그보다 적은 수준(0.01%)으로 나눠줬고, 사조인터내셔널도 사조산업 지분 6.78%를 보유하게 해 나름의 균형을 맞췄다.

주지홍 부사장은 동생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 2015년 3월 정기주총 시즌에 사조대림·사조오양·사조해표·사조씨푸드 등 주력 계열사 등기이사에 오르고 나서야 그룹 전체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주 부사장이 지난 2006년 입사 이후 상장계열사 등기이사직에 오른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특히 주 부사장의 사조대림·사조씨푸드 등기이사 선임은 주 회장이 주 부사장을 완전한 후계자로 인정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 회사들은 다른 계열사들과 달리 형제 모두 지분 구도에서 배제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주 부사장은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가 되고 나서야 뒤늦게 등기이사직에 오르게 됐다. 주 부사장은 등기이사직에 오르고 난 후 이듬해인 201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사조산업 식품총괄본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했고 지난해는 부사장직을 달았다.

◇상속세 안 내고 ‘편법승계’·골프장 합병 논란 일자 철회 = 주진우 회장은 주제홍 전 이사의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주지홍 부사장에게 넘기면서 승계를 본격화했다. 주 부사장은 주 전 이사가 보유하고 있던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전량 상속받았다. 주 전 이사의 그룹 지배력이 온전히 주지홍 부사장에게 넘어간 것이다.

사조인터내셔널에 더해 주 전 이사의 사조시스템즈까지 손에 넣은 주 부사장은 이들 회사를 활용해 지배력 강화와 상속 재원 마련 등 승계를 위한 발판을 다졌다.

주 부사장은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아버지가 보유한 사조산업 지분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승계를 마쳤다. 주 회장은 2015년 8월과 2016년 10월에 사조산업 지분 75만주(15%)를 사조시스템즈에 팔았다. 사조시스템즈는 2015년 12월 사조산업 지분 33만9000주(6.78%)를 보유한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했다. 이로써 사조시스템즈의 사조산업 지분은 2014년 1.97%에서 2016년 23.75%로 늘어 그룹 지배력을 갖추게 됐다.

그런데 이 상속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주 부사장이 상속세를 피하고자 비상장주식을 활용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것. 주 부사장이 주제홍 전 이사의 사조시스템즈 주식 53.3%를 상속받는 과정에서 비상장주식을 상속세(30억원)로 냈기 때문이다.

주 부사장은 조세 납부 때 현금 마련이 어려운 경우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상속·증여세법의 허점을 이용했다. 기획재정부는 공매를 통해 사조시스템즈 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5번 유찰됐고 6번째 입찰에서 사조시스템즈가 자사주 방식으로 27억원에 다시 매수했다. 결국, 주 부사장은 현금 한 푼 안 내면서 사조시스템즈 최대주주로 등극했고 세금으로 냈던 주식마저도 회삿돈을 이용해 자사주로 만든 셈이다.

사조그룹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인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제주의 합병 시도를 두고서도 주 부사장의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란 의견이 제기됐다. 주 부사장은 사실상 사조그룹 경영권을 장악한 2015년부터 꾸준히 사조산업 지분을 늘려왔으나, 아직 핵심 계열사인 사조산업 지분은 6.8%에 불과하다. 주진우 회장의 지분(14.24%)을 상속받으려면 자금을 두둑하게 확보해야한다.

캐슬렉스서울과 제주를 합병하면 주 부사장 개인의 지분율은 약 12%에 달한다. 향후 주 회장이 주 부사장을 대상으로 지분 증여에 나설 때 주 부사장이 캐슬렉스 지분을 매각해 증여세 납부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문제는 캐슬렉스제주와 서울이 자본잠식 상태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오너일가 개인 회사의 부실을 캐슬렉스서울이 떠안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사조산업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을 냈다는 데서 주주들은 분노했다.

캐슬렉스제주는 주지홍 부사장의 지분이 49.5%, 사조시스템즈가 45.5% 지분을 갖고 있어 사실상 주 부사장의 개인 회사라 볼 수 있는데, 2019년 말 기준 자본총계 -206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두 회사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캐슬렉스서울은 캐슬렉스제주의 부채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상황이었다. 캐슬렉스서울도 자본잠식 상태나, 2018년 이후 줄곧 흑자를 내왔다.

특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캐슬렉스서울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평이 많았다. 캐슬렉스 서울은 재무제표상 자산이 1263억원으로 공시돼 있다. 그러나 캐슬렉스서울이 보유한 부동산은 약 184만8000㎡에 달하고 이 중 8000㎡는 앞서 2011년 하남시가 160억원에 수용했다. 당시 가격으로 단순 계산해봐도 캐슬렉스서울 부지 약 184만㎡는 3조6800억원이 된다. 합병이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주지홍 부사장은 수조원 대에 달하는 ‘알짜 회사’를 손에 넣을 수 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시도는 무산됐다. 소액주주들이 제동을 걸어서다.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사조그룹 오너일가의 일방 경영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됐다며 사조산업 경영에 참여해 대주주의 의사결정을 감시하겠다고 나섰다. 사조산업은 캐슬렉스 합병에서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없던 일로 되돌렸지만, 소액주주연대는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오는 14일 오전에는 사조산업 임시주총이 열리면서 주진우 회장과 소액주주들 간 싸움이 예고돼 있다. 소액주주연대가 얼마나 많은 소액주주들의 위임장을 확보할지, 그리고 사조산업의 지분 6.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누구의 손을 들지 등에 따라 주총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김민지 기자 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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