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는 약 2년간 이어진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입은 대표적인 업종입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절체절명의 생존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대형항공사(FSC)처럼 화물을 실어나르는 것이 한계가 있고, 자금력 악화에 항공기 반납과 유상증자로 버티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LCC업계는 초호황기를 달렸습니다. 항공여객 수요는 매년 10%대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LCC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노선 확장과 기재 도입에 집중했습니다. 정부가 신생 LCC의 시장 진입을 허가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시장이 가파르게 확대되는 만큼, 신규 항공사 등장을 저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 들어서면서 성장세가 본격적으로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여행 보이콧이 심화되면서 LCC들의 영업환경이 악화된 것입니다. 일본 노선의 경우 비행거리는 짧지만 수익성이 좋아 업체들이 앞다퉈 진출했습니다.
LCC업계 1위 제주항공은 19분기 연속 이어진 흑자 행진이 깨지기도 했습니다. LCC들은 국내선 항공운임을 평균 7% 이상 인상하거나, 고객 편의 서비스를 폐쇄하는 등 수익성 확보에 나섰습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데미지는 크지 않았습니다. 제주항공이 경쟁 LCC인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인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문제는 코로나였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막기 위해 글로벌 하늘길은 막히기 시작했고, 국내선 노선도 축소됐습니다. 비행 스케쥴이 줄면서 직원들은 휴업에 들어갔지만, 고정비 비율이 높은 항공업 특성상 자본금 까먹기는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자 결국 로드맵을 전면 수정하고,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습니다.
현 상황은 처참하기 그지 없습니다. 정부 지원금과 유상증자, 긴축경영 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위기입니다. 국내 LCC들은 모두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재매각을 통해 중견 건설업체 ‘성정’을 새 주인으로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권협상 등의 과정이 녹록치 않습니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본사와 거점공항을 대구공항으로 이전하기 위한 물밑작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의 자금 지원이 더이상 불가능한 만큼, 다양한 방안으로 현금 확보에 나선 것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본사 이전시 해당 지역 상공회의소에서 일정 금액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티웨이항공 대주주의 경우 경영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대구시와 현지 기업들의 지분 투자까지 이뤄내길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신생 LCC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합니다. 가장 먼저 비행에 나선 플라이강원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습니다. 강원도가 더이상 지원이 힘들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소문도 돕니다. 플라이강원은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생존법을 찾고 있습니다.
에어로케이는 지분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에어프레미아는 최근 첫 비행을 시작했지만 상위 업체들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입니다.
LCC들이 작금의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출혈경쟁과 고유가 등도 고려해야 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때, 시장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입니다. 업계에서도 경영 환경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매물설이 꾸준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비상경영 중인 LCC업체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 외형성장에만 집중하느라 자체 생존력을 키우지 못했습니다. 위드 코로나로 가더라도 9개 LCC가 모두 생존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도태되는 업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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