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재활용 허용정유·화학업계 화학적 재활용 사업에 탄력SK지오센트릭·LG화학, 열분해유 설비 구축현대오일·GS칼텍스도 원료 공급·설비 투자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은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와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 바람을 타고 친환경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4일 정부와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화학제품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재활용 가능 유형을 추가하는 내용을 포함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등 3개 자원순환 분야 하위법령 일부개정안을 이날부터 40일간 입법 예고한다.
이번 개정에 따라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로 제조한 열분해유를 원유 대신 납사, 경유 등 석유화학 공정의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폐플라스틱 발생량이 증가하면서 폐플라스틱의 안정적 처리와 재활용 고도화 필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정유·화학업계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활용한 화학적 재활용 사업에 탄력을 받게 됐다.
화학적 재활용은 고분자 형태의 플라스틱을 화학적 반응을 통해 분해해 원료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폐비닐에 열을 가해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가 되는 납사를 추출하는 열분해유 기술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그동안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졌던 과자 봉지, 즉석밥 비닐 뚜껑 등 복합재질의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을 열분해 시킨 뒤 가장 초기 원료인 납사를 추출해 다시 공정에 투입한다.
시장조사업체 등에 따르면 전 세계 화학적 재활용 시장은 폐플라스틱에서 추출 가능한 열분해유 기준 2020년 70만톤에서 2030년 330만톤 규모로 연 평균 17%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화학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이 지난해 9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울산공장에 투입해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데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SK지오센트릭은 폐비닐에 열을 가해 납사 등 원료를 얻어내는 열분해유 기술, 오염된 페트병과 의류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재활용하는 해중합 기술, 폐플라스틱에서 오염물질과 냄새, 색을 제거한 초고순도 PP 추출 기술 등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 확보에 주력해왔다.
SK지오센트릭은 오는 2025년까지 처리량 기준 연 10만톤 규모의 열분해유 설비, 8만4000톤 규모의 해중합 설비, 5만톤 규모의 고순도 PP 추출 설비를 국내에 구축할 계획이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 1월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보유 기업인 미국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와 2024년까지 울산에 아시아 최초의 재생 PP 생산 공장 건설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글로벌 플라스틱 생산량 250만톤을 100% 재활용한다는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 실행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합작을 바탕으로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각각 적용한 상업공장을 세계 최초로 울산에서 운영함으로써 각 재활용 공정간 운영 효율성과 시너지를 높일 것"이라며 "기존에 플라스틱이 매립 및 소각될 때 발생하던 이산화탄소 배출량 만큼의 탄소를 저감하는 친환경 사회적 가치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사 LG화학은 오는 2024년 1분기까지 충남 당진시에 연산 2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을 건설한다.
이 공장은 국내 최초의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이다. 고온·고압의 초임계 수증기로 혼합된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도입한다.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약 10톤의 비닐, 플라스틱을 투입할 경우 8톤 이상의 열분해유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초임계 열분해 원천 기술을 보유한 영국의 무라테크놀로지(Mura Technology)와 협업하기로 하고, 지분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LG화학은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제품 검증 결과와 향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추가 증설을 검토할 계획이다.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지속 가능한 기술, 공정 선도기업들과 협력해 화학적 재활용 설비를 내재화하고,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친환경 소재, 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관련된 신규 시장을 적극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11월 국내 정유사 최초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도입해 처리에 성공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친환경 납사로 생산하는 공정에 대해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인 'ISCC 플러스(International Sustainability & Carbon Certification PLUS)' 인증을 획득했다.
이번 인증 획득에 따라 현대오일뱅크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이달부터는 친환경 납사를 생산해 인근 석유화학회사에 새 플라스틱 제품 원료로 공급한다.
주영민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한 탄소 배출 저감과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그동안 쌓은 사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에너지사업을 확대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정유사 GS칼텍스는 대규모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설비 신설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2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정제 공정에 투입하는 실증사업을 시작했다. 첫 단계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약 50톤을 여수공장 고도화시설에 투입하기로 했다.
GS칼텍스는 이번 실증사업 결과에 따라 오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연간 5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설비 신설 투자를 검토한다.
생산설비 투자가 실행되면 이후 최대 100만톤까지 생산설비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산업계의 저탄소 효율에너지 실현을 위해서는 폐기물 발생을 당연시하는 선형적 경제구조를 재생과 업사이클을 통한 순환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원의 효율적 사용으로 생산된 제품을 통해 고객에게 순환경제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탄소중립 이행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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