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는 강북구 미아동에 GS건설이 시공한 '북서울자이폴라리스'에서 당첨된 수요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예비 당첨자들도 계약을 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도시정비 강자로 잘 알려진 GS건설의 굴욕이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이 외에도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강북종합시장 재정비)도 청약 당첨자의 계약 포기가 속출했고 작년 하반기에 분양한 구로구 개봉동 '신영지웰에스테이트개봉역',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입구역더하이브센트럴', 신림동 '신림스카이아파트', 동대문구 장안동 '브이티스타일' 등도 청약 당첨자의 계약 포기에 따라 무순위 청약(줍줍 물량)으로 이어졌다.
이는 곧 서민이나 2030세대 청년들의 서울에서의 '내 집 마련 꿈'이 점점 멀어져 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저들 아파트 단지가 계속 미분양이었던 것도 아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요즘 누가 미분양됐다고 걱정합니까. 어차피 늦어도 6개월 이내면 완판될 텐데요."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실제 연초 미분양 굴욕을 당했던 북서울자이폴라리스는 3개월도 안 되서 완판에 성공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는 있었다. 지난 2015년 당시 경희궁자이 34평짜리 분양가 5억원대가 비싸다며 미분양됐다. 그런데 현재 시세는 21억원으로 7년 전보다 4배 가까이 뛰었다.
완판의 배경에는 포기 물량이라도 어떻게든 영끌해서 사려는 간절한 수요자들이 몰린 영향도 있겠지만 대다수가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부자들이 쓸어간(?) 영향이 더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즉 아파트를 매입한 수요층이 실수요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외지인을 포함한 투기수요가 유입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들이 줍줍 물량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임대 사업을 통한 시세차익을 얻기 위함이 대부분일 것이다. 실제 작년 하반기 당첨 포기 물량이 절반 가까이 됐던 파주시의 '힐스테이트더운정'만해도 현금 부자들이 대부분 사들이면서 미계약률이 한달도 안 돼 30% 가까이 줄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더군다나 서울 아파트라니 이들에게는 당연 눈독 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결국에는 부익부빈익빈, 양극화만 더 커지는 셈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청포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는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 이 두가지가 가장 큰 이유다. 금리 인상의 경우 물가 인상을 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시장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서민의 내 집 마련 사다리인 대출은 왠만해선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안 그래도 정부가 대출을 규제하면서 일정 기간 동안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거치식 상환'을 디딤돌 대출을 제외한 왠만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당장의 이자 부담을 그나마 감소시킬 수 있는 게 거치식 상환이었는데 이 마저도 없으니 서민들의 비명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5년간 250만호.' 윤석열 정부에서는 후보시절 공약했던 250만호 주택공급대책 청사진을 곧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무리 공급하면 뭐 하나. 현재 이 같은 대출 규제로는 도저히 서민들이 서울에서 내 집 마련 꿈 꾸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당장 융통할 돈이 없어 어렵게 된 청약을 포기하는 서민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게 지금이라도 대출 규제를 완화시켜줘야할 것이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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