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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한도, 90%까지 감면"···'새출발기금', 도덕적 해이 우려 속 출범 초읽기

"15억 한도, 90%까지 감면"···'새출발기금', 도덕적 해이 우려 속 출범 초읽기

등록 2022.08.28 12:00

수정 2022.08.29 07:50

차재서

  기자

금융위, 10월 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 가동 '연체 90일 이상' 부실차주 원금 90%까지 감면지자체·금융권은 우려···"고의적 연체 속출할 것"금융위 "허위서류 제출 등 확인 시 조정 무효화"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에 빠진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30조원 규모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오는 10월 공식 출범한다. 정부는 채무조정 한도를 15억원으로 설정하고 차주의 상황에 따라 원금을 90%까지 감면하도록 한다는 방침인데, 도덕적 해이 우려를 둘러싼 현장의 거부감이 상당해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출발기금' 운영 방안을 확정하고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개인사업자 또는 소상공인 가운데 90일 이상 장기연체 중이거나 가까운 시일 내 장기연체에 빠질 위험이 큰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금을 수령했거나 만기연장·상환유예 혜택을 받는 등의 요건을 충족한다면 사업자·가계·담보·보증·신용 등 대출의 형태와 무관하게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단, ▲부동산임대·매매업 관련 대출 ▲주택구입 등 개인 자산형성 목적의 가계대출 ▲전세보증대출 등 코로나19 피해와 무관한 사안은 제외된다.

한도는 담보 10억원, 무담보 5억원 등 총 15억원이며, 조정은 신청기간 중 1회만 가능하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신용상태와 대출 유형에 따라 맞춤형 채무조정을 받는다. 부실차주가 보증·신용채무 조정을 신청했다면 대출 원금을 감면하고 상환일정을 조정하는 식이다.

금융위는 총 부채가 아니라 보유재산가액을 넘는 부채분(순부채)의 60~80%에 대해 원금조정을 지원한다. 보유재산에 따라 총부채 대비 감면율은 0~80%(취약계층 최대 90%)로 상이하다. 소득 대비 순부채 비중과 경제활동 가능기간, 상환기간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동시에 채무조정 시 모든 대출은 분할대출로 전환된다. 차주는 자신의 자금사정에 맞춰 거치기간과 상환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일례로 부실차주가 분할상환금 납부를 유예할 수 있는 '거치기간'은 최장 12개월, 분할상환기간은 10년까지다.

금융당국은 법령개정과 금융권 협약체결, 전산시스템 구축 등 준비 절차를 거쳐 10월부터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신청을 받는다. 우선 1년간 채무조정을 접수하되 코로나19 확산 추이 등을 감안해 최대 3년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채권조정 신청 시, 약 2주일 내 채무조정안이 마련되고 채권매입 등을 거쳐 2개월 안에 채무조정 약정이 체결된다. 이후 차주는 스스로 선택한 거치기간, 상환일정에 따라 상환하면 된다.

금융위는 합리적 채무조정 거절 요건을 마련하고 신청 시 면밀히 심사하기로 했다. 채무조정 이후에도 허위서류을 제출했거나 고의적 연체 정황이 포착되면 채무조정을 즉시 무효화하고 신규 신청도 금지한다.

이밖에 부실차주는 채무조정과 맞물려 일종의 '신용패널티'를 받는다. 약정체결 확정 시 장기연체정보가 해제되는 대신, 2년간 채무조정 프로그램 이용정보(공공정보)를 신용정보원에 등록해 모든 금융권과 신용정보회사가 공유한다. 2년이 경과해 공공정보가 해제될 때까지 신규 대출, 카드 이용·발급 등 새로운 신용 거래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구축한 것은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빚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신속한 채무조정으로 더 큰 부실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게 정부의 전언이다.

금융위 측 진단 결과 개인사업자 대출은 2019년말 이후 997조원(44%) 급증했다. 세부적으로 사업자대출은 653조원, 가계대출은 343조원 뛰었다.

또 금리가 높은 비은행 대출이 71% 늘었고, 3개 이상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비중도 약 8만명에서 33만명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제2금융권을 처음 이용한 차주도 약 47만명에 이른다.

주요 기관은 해당 대출에서 5~10% 정도에 부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실이 현실화하기 전에 대응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외부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다. 지나친 원금 감면으로 인해 고의로 연체하거나 추가로 대출을 받는 등의 도덕적 해이가 확산하는 것은 물론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차주만 불이익을 받게 됐다는 이유다. 무엇보다 금융위가 신청 가능한 세부 요건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고, '고의적 연체'를 판단할 기준도 모호해 초기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도 흘러나온다.

지방자치단체나 금융기관 역시 못마땅하긴 마찬가지다. 새출발기금이 각 지자체 산하 신용보증재단의 보증 채권을 헐값에 사들일 가능성이 있음은 물론, 부담도 커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새출발기금은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불가항력의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늘어났던 부채를 우리 사회가 적절히 조정·감면해 이들이 신용을 회복하도록 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채무조정 거절 요건을 수립하고 질적 심사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후에도 과거에 허위 서류를 제출했거나 고의적으로 연체했던 사실이 발견되면 채무조정을 즉시 무효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새출발기금 플랫폼에 접속하면 바로 대상이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모델을 만들고 있다"면서 "가령 신용평점 등 세부기준을 공개하면 자신의 점수를 맞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알고리즘을 공개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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