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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앞두고 원금 반토막"···기업은행 반포자이WM센터, 펀드 부실판매 의혹

[단독]"만기 앞두고 원금 반토막"···기업은행 반포자이WM센터, 펀드 부실판매 의혹

등록 2022.08.30 09:10

수정 2022.08.30 16:29

정단비

,  

차재서

,  

한재희

  기자

美증시 변동성지수 추종 상품 62억 판매했지만10월 펀드 만기 앞두고 수익률 '-88%' 곤두박질 "WM센터 실적 채우기 급급···불완전판매 우려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기업은행 자산관리 부문의 전초기지인 반포자이WM센터가 대규모 펀드 부실판매 의혹에 휩싸였다. 5년 전 판매해 만기를 앞둔 해외 상장지수 추종 상품의 원금을 대부분 잃은 탓이다. 디스커버리펀드 불완전판매를 둘러싼 갈등을 아직 매듭짓지 못한 가운데, 다시 비슷한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수습해야 하는 은행의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반포자이WM센터는 2017년 시카고옵션거래시장의 VIX(변동성지수, Volatility Index)와 연계되는 5년 만기의 펀드 상품을 판매했으며 오는 9~10월 만기가 도래하면서 정산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규모는 6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8월18일 기준 펀드의 수익률은 '-87.9%'로 곤두박질치면서, 62억원에 육박하던 원금이 10억원도 채 남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는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 중 하나인 S&P500(스탠더드앤푸어스)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해 투자자 혹은 시장 기대심리를 수치화한 지표다. 여기서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의 불안 심리와 매도세가 강해졌다는 의미여서 VIX와 S&P500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즉, 기업은행이 판매했던 펀드는 기초자산의 움직임을 정반대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다시 말해 S&P500지수가 약세를 보여야 수익을 내는 일종의 '인버스 상품'인 셈이다.

하지만 펀드가 운용되는 기간에 미국 증권시장은 반포WM센터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다. 지금이야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기조 등 불확실성으로 인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당시는 아마존·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선전에 힘입어 미국 증시가 호황을 거듭했다. 2017년 2000 포인트 초반이던 S&P500의 경우 올 1월엔 4796.56포인트까지 치솟았고, 연초 대비 20% 가까이 하락한 지금도 4000포인트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 여파에 S&P500과 반대로 움직이는 VIX는 2017년부터 2020년 사이엔 줄곧 20선 수준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반포WM센터가 내놓은 상품은 판매 후 불과 1개월 만에 수익률이 -80%까지 고꾸라졌고, 등락을 반복하다 만기를 1개월여 앞둔 지금은 87.9%의 손실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WM센터가 펀드를 판매하면서 소비자에게 이를 무리하게 권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와 라임 등 부실 펀드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중요 설명을 누락하는 등의 불완전판매 정황으로 도마에 올랐는데, 비슷한 시기 판매한 이 펀드를 놓고도 같은 실책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펀드 불완전판매로 업무 일부 정지 1개월과 과태료 47억1000만원 등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은행 직원이 투자자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은채 펀드가입 결정 후 '공격투자형' 등으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하고, 미국 채권 등에 투자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강조하며 위험이나 원금손실 가능성의 설명도 누락하면서다. 해당 상품이 WM센터 소속 PB(프라이빗뱅커)와 함께 판매해야 하는 공동판매제도 대상임에도 일반영업점 소속 직원이 혼자 판매했던 것도 문제가 됐다.

익명의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 반포자이WM센터가 2017년 외부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독자적으로 가져다 판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는 기업은행이 WM부문에 힘을 실어주던 시기였는데, 해당 센터도 숫자 맞추기에 급급해 판매를 밀어붙였던 것으로 안다"면서 "이 때 판매를 지휘하던 인물도 그 성과를 인정받아 요직으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펀드를 판매하던 당시 센터장은 판교WM센터장으로, 부센터장은 반포지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WM센터 내부에서도 고민이 크다는 전언이다. 이번 손실 사태에 대한 논란이 전방위로 확산되면 소비자의 손해배상 요구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 국정감사를 앞두고 감독당국과 정치권의 감시망에 포착될 수 있어서다. 동시에 '큰손' 투자자가 모인 강남에서 기업은행 자산관리 부문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도 걱정스러운 부분으로 이들은 지목한다.

그럼에도 WM센터로서는 배상에 전향적으로 나서기도 어려운 처지다. 자칫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와 은행의 갈등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서다. 피해자 대책 위원회는 금감원이 제시한 40~80% 배상비율을 거부한 채 여전히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주장하며 기업은행 측의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WM센터를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해당 상품을 취급했던 것은 맞지만, 반포자이WM센터가 독자적으로 판매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금융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최선의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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