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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심판대 오른 편의점 시트지···반색한 점주들

유통·바이오 채널

심판대 오른 편의점 시트지···반색한 점주들

등록 2023.04.20 14:22

유지웅

  기자

실효성 없고 근무자 안전 위협하는 '반투명 시트지''규제심판제' 통해 오는 21일까지 국민의견 수렴"노출 고의성 가리는 식으로 법 개정까지 이뤄져야"

규제심판제도에 상정된 '반투명 시트지' 안건. 온라인 토론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 중이다. 사진=국무조정실 규제심판 홈페이지 갈무리규제심판제도에 상정된 '반투명 시트지' 안건. 온라인 토론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 중이다. 사진=국무조정실 규제심판 홈페이지 갈무리

정부가 '반투명 시트지'의 실태 적절성 평가에 나섰다. 반투명 시트지는 담배 광고 외부 노출을 막기 위해 설치됐지만, 편의점 내부 시야를 가려 강력범죄를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업계는 '규제심판제도' 상정을 통해 새로운 해답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17일 '편의점 등 소매점 담배 광고 규제 합리화'를 규제심판제도에 상정하고 오는 21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20일 현재 기준 국조실 게시판엔 1288개 댓글이 올라오는 등 활발한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시트지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시트지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2월 인천에서 편의점주가 강도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으로 더욱 불거졌다.

당시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편의점 내부가 외부에서 보이지 않아 강력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사건의 원인으로 반투명 시트지를 지목했다. 살해당한 점주가 50분이나 지나 발견된 점도 그 근거로 들었다.

반투명 시트지는 2021년 보건복지부가 편의점의 담배 광고를 단속하면서 일선 편의점에 부착되기 시작했다. 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에 의거, 편의점 담배광고물이 밖에서 보일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고 엄포를 놨다.

단속은 초기부터 탁상 규제라고 비판 받았다. 해당 법률 조항은 2011년부터 존재했는데, 누구도 단속하지 않아 유명무실했다. 복지부는 2019년 감사원으로부터 이 점을 지적받고 뒤늦게 규제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편의점 내부로 들어가면 누구나 담배 광고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 지적이 잇달았다.

복지부는 '법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해 왔다. 복지부는 "담배 제조·수입사 및 편의점 가맹본사와 협의해 다양한 시정조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협의에서 당사자인 편의점주들은 제외됐다. 제시한 시정조치 역시 사실상 "광고 떼기 싫으면 시트지를 붙이라"는 강요에 가까웠다.

'반투명 시트지'로 인해 편의점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이수길 기자'반투명 시트지'로 인해 편의점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이수길 기자

시트지가 강력범죄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국내외 연구에서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미국에선 이를 토대로 범죄예방 대책이 수립됐는데 대표적 사례가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시의 '편의점 행정조례'다.

조례는 주요 내용으로 ▲편의점 유리창을 가리는 게시물 부착 금지 ▲계산대를 편의점 밖에서 잘 보이는 곳에 설치 ▲점포 내 보유 현금 한도 제한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조례 시행 후, 편의점 강도 사건은 80% 감소했다. 조례는 효과성을 인정받아 다른 주와 외국 입법에 모델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13년부터 우리나라에 시행 중인 '방범 인증제도'도 미국 편의점 조례와, 관련 연구에 근거를 두고 있다. 방범 인증제는 방범 시설이 우수한 편의점에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제도다. 평가를 통과하기 위해선 점수가 90점을 넘어야 하는데 '외부에서 계산대 주변 시야 확보' 항목이 30점을 차지한다.

한국은 편의점 범죄를 줄일 수 있는 구조적 대책이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방범 인증제는 복지부 단속으로 비롯된 반투명 시트지와 정면 배치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편의점에 경찰과 연계한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곤 하지만, 강도·폭행 등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경찰 도착 전까지는 근무자 혼자 상황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매년 300~800건씩 증가했다. 2021년 기준으론 전체 범죄 건수의 1.1%에 달한다. 편의점 수의 증가와 더불어 '심야 1인 근무 체제' 특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지적이다.

편의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은 인천 살인사건 이후 계산대에 망치·도끼·스프레이 같은 호신용품을 구비하는 등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편의점 근무자가 보여준 호신용 스프레이. '마개 제거 후 분사'라고 적혀있다. 사진=유지웅 기자편의점 근무자가 보여준 호신용 스프레이. '마개 제거 후 분사'라고 적혀있다. 사진=유지웅 기자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국무조정실은 두 차례에 걸쳐 업계·정부 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수렴했고 결국 이 문제를 규제심판제도에 올렸다.

편의점주들은 규제심판제에 상정된 것 자체를 큰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보건복지부와 시트지 제거를 두고 논의에 나섰지만, 대립이 첨예해 큰 진전이 없어서다. 일단 '시트지 제거'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됐고, 합의점을 찾기 위한 대화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심판제에 올라가고 나니 소관 부처에 '다시 살펴봐라'는 식으로 지시가 내려간 것 같다. 복지부가 전에는 들으려 하지 않았는데 이야기를 해보자는 쪽으로 분위기로 변했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국민 의견 수렴'을 거치면, 민간 전문가 중심의 '규제심판부'는 사안을 검토 후 소관 부처에 규제 개선을 건의하게 된다.

'권고' 형식이기 때문에 보건복지부가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3~4단계로 추가적인 규제심판제도가 진행된다.

먼저 대통력 직속 '규제 개혁위원회'가 심사 및 재권고를 진행한다. 이 권고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의장인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추가 검토 후 개선안을 확정한다. 이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실상 대통령이 개선안을 확정하는 구조다.

하지만 개선안이 확정되더라도 국회에서 법(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법 개정 없이 단속만 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편의점업계는 출입문이나 유리 벽에 광고물을 부착하는 등 외부에 노출하기 위한 '고의적 경우'를 단속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 2건은 2020년 발의됐으나 상임위원회 계류 중이다.

홍성길 한국편의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입법 과정 없이 협의만 해선 한계가 있다. 이번 기회에 법 개정도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트지를 제거하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 담배 광고를 규제할지 금연 단체·정부와 협의 중"이라면서 "협의 과정에서 많은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원만한 해결이 이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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