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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이쑤시개를 튀겨?' 애들 따라할까 걱정되는 이상한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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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쑤시개를 튀겨?' 애들 따라할까 걱정되는 이상한 유행

등록 2024.01.25 10:06

이석희

  기자

'이쑤시개를 튀겨?' 애들 따라할까 걱정되는 이상한 유행 기사의 사진

사람이 먹고 마시는 것을 통틀어 음식이라고 부른다. 치아 사이에 낀 것을 쑤셔 파내는 데 쓰는 물건은 이쑤시개라고 부른다. 음식과 이쑤시개 둘 다 입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공통점이 없다.

그런데 요즘 이쑤시개를 음식으로 취급, 조리해서 먹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물론 흔히 생각하는 나무로 만든 이쑤시개를 먹는 것은 아니다. 녹말로 만든 이쑤시개를 기름이 튀겨 각종 소스와 함께 먹는다.

누가 녹말 이쑤시개를 처음 기름에 튀겨서 먹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난해 1월 한 개그우먼이 방송에서 "최근에 녹말 이쑤시개를 튀겨먹었는데 맛있더라"라는 발언을 한 후 그녀가 실제 녹말 이쑤시개를 먹었던 영상이 화제가 되며, 각종 SNS에서 녹말 이쑤시개 '먹방'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이쑤시개를 튀겨?' 애들 따라할까 걱정되는 이상한 유행 기사의 사진

녹말 이쑤시개는 옥수수전분과 식용색소로 만든다. 재료만 보면 먹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위생용품으로 제조됐기 때문에 관리 기준, 품질 규정 등이 식품과 전혀 다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녹말 이쑤시개에 대해 위생용품의 성분·제조방법·사용 용도 등에 대한 기준·규격을 설정하여 안전성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식품으로서의 안전성은 검증된 바 없으므로 녹말 이쑤시개를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녹말 이쑤시개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관심이 수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상한 걸 먹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이 괴식(怪食)으로 돈을 버는 행위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쑤시개를 튀겨?' 애들 따라할까 걱정되는 이상한 유행 기사의 사진

괴식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우마(U.M.A)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유튜버를 빼놓을 수 없다.

우마는 각종 매운맛 소스를 먹는 방송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매운맛 외에 사람들이 먹지 않는 것들로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지렁이로 만든 탕부터 거머리, 돈벌레라 불리는 그리마, 지네 등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을 먹었다. 인분에서 커피콩을 꺼내 일종의 루왁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영상도 있다.

우마가 올린 괴식 영상들은 조회수가 100만이 넘을 정도로 관심을 많이 받았다. 인분 커피 영상의 조회수는 470만을 넘길 정도다.

'이쑤시개를 튀겨?' 애들 따라할까 걱정되는 이상한 유행 기사의 사진

유명 BJ 감스트는 '괴식 챌린지'라는 제목으로 뱀 알로 프라이를 만들어 먹는 등 이상한 음식을 먹는 쇼를 아프리카TV와 유튜브를 통해 중계하기도 했다.

유튜버 헌터퐝은 연가시를 활용한 각종 영상을 올린 바 있는데, 2023년 마지막 영상으로 연가시를 먹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밖에 민달팽이, 불가사리, 갯강구 등도 조리해 먹었다.

이충근이라는 이름의 유튜버는 매미를 초밥에 얹어 먹는 영상을 올렸다.

'이쑤시개를 튀겨?' 애들 따라할까 걱정되는 이상한 유행 기사의 사진

해외에서는 이상한 것을 먹다 병원 신세를 지거나 목숨을 먹는 사례도 있다.

2022년 중국의 영상 공유 플랫폼 더우인의 한 남성 먹방 인플루언서는 말벌을 먹는 영상을 올렸다. 살아 있는 말벌을 입에 넣은 그는 얼굴이 퉁퉁 부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태국에서는 돼지고기를 먹는 영상이 유행했다. 돼지고기를 제대로 먹었다면 괜찮았겠지만 생으로 먹는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돼지고기를 생으로 먹는 먹방의 유행으로 지난해 태국 내 연쇄상구균 감염이 500건에 달했고, 이 중 24명은 사망했다.

'이쑤시개를 튀겨?' 애들 따라할까 걱정되는 이상한 유행 기사의 사진

괴식 먹방들의 문제점은 무분별하게 모방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구하기 쉬운 녹말 이쑤시개의 경우 먹방이 챌린지 형식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유튜브나 틱톡 등에서 녹말 이쑤시개를 검색하면 먹방 영상이 줄줄이 나온다.

아직까지 이로 인한 치명적인 결과가 없었다고 해도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식약처의 말대로 식품으로서의 안전성은 검증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상한 것을 먹는 행위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괴식을 막을 수도 없다. 물론 법으로 문제가 안 된다고 괴식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행위에는 사회적으로 허용해주는 선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음식을 섞어 이상한 맛을 만들거나, 우리나라에서는 잘 먹지 않는 취두부, 수르스트뢰밍 등 악취가 심한 것들을 먹는 행위는 적어도 음식이라는 틀을 벗어나지는 않기에 선을 넘었다고 손가락질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요즘 괴식들은 선을 넘었다. 음식으로 분류하지 않는 것들을 오직 자신에게 돌아올 이득을 위해 먹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 쏟아지는 사람들의 관심과 그로 인해 얻어지는 수입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가 무심코 넘은 괴식 먹방의 선을 누군가 따라할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언제 어떤 형태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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