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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경제불황에도 신약 포기 못해···R&D 투자 '쑥'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NW리포트

경제불황에도 신약 포기 못해···R&D 투자 '쑥'

등록 2024.02.23 17:30

유수인

  기자

LG화학, 매출액 31.7% 신약개발에 투입···글로벌 임상 확대유한·대웅 R&D 성과···한미·동아ST '뜨는 신약' 확보 나서 JW중외·부광도 지속 투자하며 개발 가속화, 올해 성과 주목

지속적인 R&D 투자로 성과를 내는 제약사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그래픽=홍연택 차장지속적인 R&D 투자로 성과를 내는 제약사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그래픽=홍연택 차장

지난해 전 세계적인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기업들은 '연구개발'(R&D)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제네릭(특허 만료 후 복제약)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경쟁력 확보와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필요해졌고, 한미약품의 개량신약 성공신화, 코로나19 등의 상황을 거치며 신약개발의 중요성이 커진데 따른 것이다. 특히 지속적인 R&D 투자로 성과를 내는 기업도 속속 나타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LG화학·유한양행 R&D 투자 늘리고 글로벌 임상 ↑
23일 전자공시시스템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LG화학은 생명과학 부문 R&D에 전년 대비 35.9% 증가한 3750억원을 투자했다.

작년 매출액은 1조183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31.7%다.

당초 회사는 2023년 R&D 예산을 3400억원으로 책정한 바 있는데, 지난해 1월 인수한 미국 항암신약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아베오)의 비용이 합쳐지며 숫자가 늘었다. 아베오 실적은 지난 2월부터 연결로 잡혔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매년 R&D 비용을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970억원에서 ▲2018년 1240억원 ▲2019년 1640억원 ▲2020년 1740억원 ▲2021년 2000억원 ▲2022년 2760억원으로 급증했다.

R&D 비용이 증가하게 된 것은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 수가 많아진 영향이 크다.

그 중 하나가 최근 미국 리듬 파마슈티컬스에 기술이전한 희귀비만증 신약 'LB54640'이다. 'LB54640'은 G단백 결합 수용체 일종인 MC4R(포만감 신호 유전자)를 표적으로 한 새로운 기전의 경구용 약물이다. 임상 1상 결과에서 용량의존적 체중 감소 경향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고 지난 10월 미국 임상 2상 단계에 진입했다.

현재 상용화된 MC4R 타깃 치료제는 리듬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임시브리(성분명 세트멜라노타이드)가 유일하다. '임시브리'는 주사제형으로 개발돼 2020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또 회사는 글로벌 임상3상 단계인 경구용 통풍 신약 '티굴릭소스타트'의 임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티굴릭소스타트'의 임상 프로젝트는 '유렐리아1 스터디', '유렐리아2 스터디' 등으로 구분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이 지난해 8월 유럽에 임상3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한 '유렐리아2 스터디'는 작년 12월 15일(현지시간) 조건부 승인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지난해 2월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아울러 아시아, 중남미, 오세아니아 등의 일부 국가에서도 임상을 진행 중이다.

'유렐리아1 스터디'는 현재 미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사질환 분야에서도 신약개발을 이어가는 중이다. 현재 LG화학이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LC542019'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후보물질 'LG203003', 'LG303174' 등은 미국에서 임상1상 단계에 있다.

비소세포폐암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로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도약을 꿈꾸는 유한양행은 2021년 1783억원, 2022년 1800억원, 2023년 1854억원의 비용을 R&D에 투입했다.

그 결과, '렉라자'는 지난해 6월 말 국내에서 1차 치료제로 허가 받고 12월 급여 확대에 성공하면서 경쟁약물인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동등한 위치에 올라서게 됐다. 약물치료 전력이 없는 암 환자에 가장 먼저 쓸 수 있게 된 국산 항암제는 렉라자가 유일하다.

회사는 렉라자를 이을 차기 성장동력으로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YH35324'를 꼽고 있다. 'YH35324'는 유한양행이 2020년 7월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기술 도입한 신약으로 현재 공동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YH35324'의 임상 1a상 전체 결과가 SCI급 국제 학술지인 '국제면역약리학회지(International Immunopharmacology; Impact Factor: 5.6)'에 게재됐다. 이 임상시험은 YH35324를 사람에게 처음으로 투여하는(FIH) 임상 1a상이다. 그 결과 모든 역량에서 우수한 내약성과 안전성을 보여주었고, 약동학적으로는 용량 비례성을 보여주었다. 또 주요한 약력학적 바이오마커인 혈중 유리 IgE에 대해 위약/오말리주맙 대비 더 강력하면서 지속적인 IgE 억제 활성이 확인됐다.

한미·동아ST, 뜨는 '비만·MASH' 개발 박차···대웅제약 신약 성과 속속
한미약품은 매출 대비 20%씩 R&D에 투자하던 기조가 13%대까지 줄어들기도 했지만, 'R&D는 한미의 핵심 가치'라는 경영 철학에 따라 최근 신약 연구개발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R&D 비용으로 매출 대비 13.8%인 2050억원을 투입했다. 한미약품도 2021년 1615억원, 2022년 1779억원 등 R&D 비용을 늘리고 있다.

회사는 전주기 비만관리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가동, 혁신신약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비만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한국인 맞춤형 GLP-1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작년 10월 식약처의 임상 3상 승인 후 2개월여 만에 첫 환자 등록까지 이뤄지는 등 속도감 있는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MASH(대사질환 관련 지방간염, 구 NASH) 치료제로 개발 중인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미국 MSD가 글로벌 2b상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으며, 같은 적응증으로 개발한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 역시 글로벌 임상 2상에 진입하며 임상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등 한미그룹 전체 임직원 중 R&D 인력은 박사 84명, 석사 312명을 포함해 6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임직원 28% 이상을 차지하는 비중으로 업계 최대 규모다.

임직원 중 의사, 수의사, 약사는 모두 76명으로 대부분 R&D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 R&D센터에서도 북경대, 칭화대 등 중국 최고 수준 대학 출신 연구원 180여명이 신약개발 업무 등을 맡고 있다.

대웅제약은 2021년 1112억원, 2022년 1393억원, 2023년 1453억원을 R&D에 투입했다. 그 결과 회사는 2022년 국산 34호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와 2023년 36호 당뇨병 신약 엔블로을 출시하며 2년 연속 신약개발에 성공했다.

국내 유일의 SGLT-2 억제제 신약 엔블로는 우수한 약효와 안전성을 바탕으로 주요 종합병원에 랜딩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출시 6개월만에 메트포르민 복합제 '엔블로멧'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장하는 한편,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에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펙수클루는 현재 한국과 필리핀 등 2개국에 출시된 상태이며, 멕시코, 에콰도르, 칠레 중남미 3개국에서 품목허가를 받아 올해 현지 출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13개국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대웅제약의 R&D 성과는 기술이전에서도 빛을 봤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약 1조 36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공했다. 지난해 1월 중국 CS파마슈티컬즈와 섬유증 신약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에 대한 4130억원 기술수출 계약 체결을 신호탄으로, 2월에는 브라질 제약사 목샤8(Moksha8)과 1150억원 규모의 엔블로의 중남미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미국 생명공학 투자회사 애디텀바이오(Aditum Bio)의 자회사 비탈리바이오(Vitalli Bio)에 6390억원 규모로 자가면역 치료 신약 후보물질 'DWP213388'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권리를 이전했다.

지난해 말에는 자이더스 월드와이드 디엠씨씨와 1220억원 규모로 항암제 DWJ108U(류프로라이드아세트산염) 데포 주사제 미국 내 임상 개발 및 상업화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조 2220억원, 영업이익 1334억원, 영업이익률 11%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6% 성장했고, 영업익률은 2% 포인트 상승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비용을 15.5%까지 늘렸다.

지난 2019년 회사의 R&D 투자비용은 741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12.1% 정도였는데, 2021년 823억원으로 늘려 매출액 대비 13.9%를 연구개발에 투입했고, 2022년엔 매출액 대비 13.6% 수준인 868억원을 R&D에 썼다.

이는 동아에스티가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들의 진행상황과 올해 사업을 본격화하는 바이오시밀러 사업 등의 영향이 크다.

현재 동아에스티는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DMB-3115'(성분명 우스테키누맙)의 유럽·미국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회사는 글로벌 임상3상을 마치고 지난해 6월과 10월 각각 유럽의약품청(EMA)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다국적제약사 얀센이 개발한 스텔라라는 판상 건선과 건선성 관절염,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질환의 치료제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글로벌 매출액은 177억 700만 달러로 집계돼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는 바이오 의약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와 함께 동아에스티는 미국 신약 개발 자회사인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이하 뉴로보)를 통해 MASH 치료제 'DA-1241'(GPR119 Agonist)과 비만치료제 'DA-1726'(GLP-1/GCG)을 개발 중이다.

MASH 치료제 'DA-1241'은 미국에서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 3분기 결과 발표가 예상된다. 비만치료제 'DA-1726'은 올 2분기 중 글로벌 임상1상을 개시해 하반기 결과 도출이 전망된다.

회사는 면역항암제 'DA-4505'도 개발하고 있다. 이 물질은 지난해 11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1/2a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DA-4505는 AhR(아릴탄화수소수용체) 길항제다. AhR은 면역계를 조절하는 인자로, 면역반응을 억제하고 종양 세포가 공격받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동아에스티는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신약 개발에도 뛰어든 상태다.

회사는 작년 12월 ADC 전문 기업 '앱티스(AbTis)'를 인수, 앱티스의 경영권과 신규 모달리티인 3세대 ADC 링커 플랫폼 기술,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며 R&D 부문에서 신성장동력을 갖게 됐다.

향후 계열사인 에스티팜, 에스티젠바이오 간의 시너지 효과 창출에도 주력해 중장기적으로 동아에스티만의 독창적인 ADC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고 ADC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으로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기술반환·영업적자에도 신약개발 가속화···'JW중외·부광' 주목
지난해 기술반환이라는 쓴맛을 본 JW중외제약은 지난해 3분기에만 R&D에 558억원을 투입하며 신약개발에 매진했다. 이는 전년 전체 R&D 투자 비용의 91%에 달하는 수치다.
회사는 2021년 506억원, 2022년 611억원 등으로 매년 R&D 비용을 늘려왔다.

JW중외제약은 자체 구축한 데이터 사이언스 플랫폼 '주얼리'와 '클로버'를 통해 Wnt(윈트)와 STAT(스탯)을 타깃으로 하는 항암·면역질환·재생의학 분야의 신약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현재 Wnt 또는 STAT에 작용하는 10여 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개발 속도를 높여 나아가고 있으며, STAT3 표적 항암제 'JW2286'의 경우 지난해 12월 식약처에 임상 1상 IND를 제출하기도 했다.

Wnt 표적 탈모치료제 'JW0061'도 올해 임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통풍 신약 '에파미뉴라드'(코드명 URC102)의 글로벌 임상3상도 진행 중이다.

에파미뉴라드는 지난 2022년 11월 국내에서 IND 승인 후 작년 3월 환자 등록 및 투약을 시작했으며, 대만에서도 지난해 8월 IND 승인 후 12월 첫 환자 등록을 마쳤다. 이어 9월 태국과 싱가포르에서 IND를 승인받았다.

특히 최근 미국 의약품 안전성 모니터링 위원회(DSMB)가 에파미뉴라드에 대한 다국가 임상 3상 1차 결과를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임상을 지속할 것으로 권고함에 따라 회사는 신약개발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경구제로 개발하고 있는 에파미뉴라드는 hURAT1(human uric acid transporter-1)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기전의 요산 배설 촉진제로, 혈액 내에 요산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고요산혈증 및 통풍질환에 유효한 신약후보물질이다.

부광약품은 지속적인 적자 상황에서도 R&D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부광약품의 작년 매출액은 1259억2824만원, 영업손실은 364억886만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매출은 34% 줄고 영업손실 폭은 362억원 커졌다.

그럼에도 회사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전년 대비 100억원가량 늘린 342억원을 투입했다.
매출 대비 R&D 비용은 2022년 12.7%에서 27.2%로 늘었다.

이는 덴마크 자회사 콘테라파마에서 개발 중인 파킨슨병 환자의 이상운동증 치료제 'JM-010'의 임상 2상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R&D 비용 집행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콘테라파마는 2014년 부광약품이 2014년 34억원에 인수한 중추신경계(CNS) 신약개발사다. 콘테라파마는 올해 'JM-010' 임상 2상에서 성과를 낼 경우 코스닥 또는 해외 증시에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우현 부광약품 대표(OCI그룹 회장)는 지난 8일 부광약품 2023년도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자금 여유에 따라 R&D 비용을 늘리고 줄일 수 없다"고 강조하며 "임상 막바지에 있는 물질이 있었고 '라투다' 같은 여러 임상 지원이 진행됐기 때문에 R&D 비용을 어느 정도 유지했어야 했다"고 투자 당위성을 설명했다.

라투다(성분명 루라시돈염산염)는 조현병 및 양극성 우울증 치료제로, 2017년 일본 스미토모 파마로부터 도입한 약물이다. 회사는 작년 11월 라투다의 국내 품목허가를 받았다.

한편, 신약개발은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사업이다. 통상 1조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되는데, 후보물질 발굴에서만 5년 이상의 기간이 걸리고 전임상~임상 개발 단계에서 5~10년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

막대한 시간·비용 투입에도 불구하고 상용화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신약후보 물질이 품목허가 승인을 받을 확률은 7.9%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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