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형찬 삼성전기 상무 "악천후에도 끄떡없는 전장용 카메라 모듈 연내 양산"

"시장 제품 대비 발수력 6배, 내마모성 1.5배 향상"

"1분 내 눈과 성에 등 제거하는 렌즈 히터도 강점"

"차량에 카메라 모듈 '20개' 탑재되는 시대 올 것"

곽형찬 삼성전기 전장광학팀장(상무)이 14일 서울 태평로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세미나를 열고 '전장용 카메라 모듈'을 공개했다. 사진=삼성전기 제공

"특정 기업의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다는 기사를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바로 카메라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장에선 더욱 사양이 높은 카메라를 원하고, 삼성전기는 그 니즈에 부응하고자 고민하고 있습니다."

곽형찬 삼성전기 전장광학팀장(상무)의 말이다. 그는 14일 서울 태평로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세미나를 열고 발수 코팅 기술과 히팅 기능이 적용된 '전장용 카메라 모듈'을 공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소개된 제품은 눈·성에·안개와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도 안정적으로 구동되는 전천후 전장용 카메라 모듈이다. 삼성전기는 연내 이 상품의 양산에 돌입한다.

삼성전기가 생산을 앞둔 새 카메라 모듈은 ▲발수 코팅 ▲렌즈 히터 ▲하이브리드 렌즈 ▲자동차용 IRIS(조리개) 등 신기술이 적용됐다. IT용과 달리 전장용은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서도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신뢰성을 높이고자 높은 수준의 기술을 활용했다는 게 회사 측 전언이다.

먼저 곽형찬 상무는 발수코팅과 관련해 "자동차용 카메라에 물방울이 계속 남아 있으면 차선 변경, 움직임 감지 등 주행안정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서 "렌즈에 물방울이 맺혀있을 때 빠르게 제거되는 게 중요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기가 개발한 발수 코팅 기술은 발수각을 최대화해 물방울이 렌즈에 접촉하는 면적을 최소화함으로써 쉽게 날아갈 수 있게 했다"면서 "시장 제품 대비 6배 이상 수명이 긴 발수력과 1.5배 이상의 내마모성 등 성능을 낸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내마모성은 흙먼지나 주차 시 긁힘 등에 의한 마모가 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곽 상무는 능동적 온도 제어로 항온 상태를 유지하는 '렌즈 히터'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보통 시장에선 렌즈 위에 커버를 씌우고 그 커버를 데우는 방식을 채택하는데, 삼성전기는 렌즈에 직접 열을 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면서 "카메로 모듈에 눈과 성에 등이 맺혀 있으면 1분 이내에 녹고, 히팅 동작 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전력 소모를 최소화했다"고 언급했다.

삼성전기의 하이브리드 렌즈는 플라스틱·유리렌즈의 강점을 결합하고 단점을 보강한 제품이다. 사진=차재서 기자

아울러 플라스틱과 유리의 강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렌즈도 이번 카메라 모듈의 '백미'다. 유리 렌즈는 빛을 잘 투과하고 오랜 기간 사용 가능하지만, 무겁고 충격에 약하며 가격이 높은 게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또 플라스틱 렌즈는 사출성형 방식으로 자유롭게 가공할 수 있고 가볍지만 온도에 따라 수축·팽창하면서 성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이에 삼성전기는 패키징 기술로 둘의 장점을 결합하고 단점을 보강한 렌즈를 만들었다.

곽 상무는 "삼성전기는 렌즈설계와 금형, 고성능 엑츄에이터 제조 등 카메라 모듈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면서 "환경에 따라 렌즈가 변화하는 것을 패키지로 극복하도록 하는 설계로 장차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도출했다"고 귀띔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렌즈는 곧 시장에서 후방, 서라운드뷰모니터링 등 차량용 카메라에 탑재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삼성전기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조리개를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에 탑재했다. 사진=차재서 기자

곽 상무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동차용 조리개(빛의 양을 조절해 사진 밝기를 조절하는 장치)를 모듈에 탑재한 성과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그는 "모바일용 카메라 모듈에 탑재한 조리개는 대부분 실온에서 작동하지만, 전장용은 영하 40도, 영상 50도 등 가혹한 환경에서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면서 "핵심부품의 내재화와 독자적인 기구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신뢰성을 확보한 전장용 조리개 카메라 모듈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신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대신증권은 이 회사의 매출에서 전장용 카메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10% 초반에서 2025년 24% 수준으로 지속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전장용 센싱 카메라의 사양과 탑재 수량이 늘어나는 와중에 삼성전기의 전기차용 카메라 모듈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콘세직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도 전장용 카메라 모듈 시장이 2030년 85억달러로 연평균 약 13.8%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한 바 있다.

곽 상무는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전장용 카메라 모듈 시장도 고성장이 예상된다"면서 "과거엔 차량 한 대당 4~5개의 모듈이 적용됐다면 앞으로는 20개까지 들어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안전 규제 법제화, 첨단운전자보조기능(ADAS) 고도화 등이 전장용 카메라 모듈 시장의 성장을 부추질 것"이라며 "IT용 카메라 모듈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장용 영역에서도 키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