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해외에 생산 공장을 증설하고 새로운 제조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배터리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실제로국내 대표 배터리 3사가 2027년까지 증설하기로 한 글로벌 공장 규모는 연산 1109.3GWh에 이른다. 이는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표한 후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이 북미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업계도 중국 영향권에서 벗어나 배터리 재료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 독립성 높이자"···정부, 예산 2000억원 투입 등 노력
실제 국내 업체들의 중국 의존도는 매우 높다. 한국무역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배터리 용량 및 전압을 결정하는 양극재의 기초 재료인 전구체의 97.4%를 중국에서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차전지 소재인 수산화리튬 또한 중국산 수입 비중이 82.3%에 이르며 한국이 지난해 초부터 11월까지 수입한 중국산 수산화리튬은 총 46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도 배터리 산업의 독립성과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이차전지, 반도체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된 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인력, 인프라 등의 지원을 위한 신규 사업에 239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국가 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선정된 경북 포항시와 울산광역시,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된 경북 구미시를 대상으로는 안정적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 392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 이차전지 분야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배터리아카데미를 신설하고 첨단산업 특성화대학원도 지정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도 국가산업과 정책 금융을 연계해경제적인 지원이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2022년연말 관계부처와 정책금융기관과 함께 정책금융지원협의회를 출범했다. 작년 12월 제5차 정책금융지원협의회를 개최해 올해 배터리 등 첨단산업 및 신성장 분야에 2023년 대비 11.5% 증가한 수준인 약 102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공장 증설 추세···화학물질 관련 사고 대비책 필요
동시에 일각에서는 안전사고에 대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완성품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화학 물질을 활용해 다양한 공정을 거쳐야 하는 배터리 특성상 공장에서는 여러 종류의 원료를 다루게 되는데, 이를 전달 및 보관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관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사업 운영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재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흑연을 정제할 때 사용하는 염소가스는 환경부의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사고 위험성이 높은 사고 대비 물질로 분류된다.
완성품도 사고 원인이 될 수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이 전극을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액체 상태의 전해질을 사용해 제작된다. 특히 전해질의 낮은 발화점으로발열에 취약한 리튬 이온 배터리는 화재의 원인이다. 연기 발생량 또한 상당해 특수 제작된 소방 장치가 없을 경우 진압하기에도 까다롭다.
이 같은 안전 사고 방지를 위해 배터리 생산 공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을 사전에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때문에 국내 배터리 업계와 국가기관은 물론 보험사까지 배터리를 안전한 환경에서 생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발굴하는 데에 노력하고 있다.
국내 대표 배터리 3사 중 한 곳은 충남 서산에 있는 배터리 생산 공장에 배터리 안전성 평가센터를 개소했다. 해당 시설에서는 배터리 안전성 검증을 위한 시험을 진행하고, 컴퓨터 단층촬영장비를 활용해 배터리 상태나 발화 원인 등 배터리 구조를 분석함해 사고 발생률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은 개발부터 양산 단계까지 리스크를 제대로 검증하고, 고객에게 고품질 배터리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8개의 프로세스를 거친다. 해당 과정을 통해 제품 내 유해 물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철저한 공정 관리 체계를 확립해 안전 사고를 방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11월 '제1차 ESS산업 발전협의회'를 열고 ESS산업 발전 대책의 일환으로 배터리에 대한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제조 공정을 개선하기 위한 ESS 안전 관리 체계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배터리 제조사는 제조공정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공정을 개선해야 할 의무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자체 소화 시스템 설치 및 배터리실 폭발 예방을 위한 설비를 추진하고, 주기적인 안전 점검 또한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 기업은 화재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소화 시스템을 갖추고, 정상적인 동작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해외사례, 사고 발생 전 전문 엔지니어 관리···FM글로벌 재물보험사 주목
해외에서는 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한 전문적인 손실 경감 솔루션을 이용하는 기업이 다수다.
특히 글로벌 재물보험사 'FM 글로벌(FM Global)'은 해외 진출 기업이 규모를 확대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리스크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FM글로벌은 200여년 동안쌓아온 손실 예방에 대한 전문 지식을 활용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안정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소속 엔지니어는산업 현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위험 요소가 있는지 면밀히 점검한다. 또한 배터리 업계를 포함한제조 기업이 시설을 증설할 때 초기 설계부터 완공 시점 전 단계에 걸쳐효과적인 리스크 관리방안을 제공한다. 아울러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 있는 자체 연구 시설인 FM글로벌 리서치 캠퍼스는 고객사가 물리적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해당 시설에서는 ESS 배터리 종류별 랙에서의 화재 스프링클러 테스트를 진행하고, 고객사에게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한 ESS 랙 설비 안전 권고 사항을 제공하고 있다.
사업장의 회복탄력성(Resilience) 지원도 이뤄진다. FM글로벌이 매년 발표하는 회복탄력성 지수(Resilience Index)는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 요소를 기반으로 한 국가별순위를 제공한다. 기업이 사업장 선정, 공급망 설계와 같은 비즈니스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할 때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더불어 2022년 이래로고객이 회복탄력성 제고를 위해 투자할 수 있도록약 6억5000만 달러 규모의 회복탄력성 크레딧(Resilience Credit)도 제공한다.
펜티 토프테 FM글로벌 데이터 분석 담당 수석 부사장은 "기업들은 객관적이고 직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향후 계획하고 있는 비즈니스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리스크 발생으로 인해 산업 시설을 운영하지 못하게 될 경우에도 회복탄력성을 갖춘 기업은 시장 점유율 및 실적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해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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