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원식 때 한자혼용 선서는 국어기본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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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글이 오늘날처럼 쓰이고 나라 발전에 이바지하게 되기까지에는 한글을 사랑하는 국민과 정부와 학자들이 애썼기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글을 만들어준 세종대왕은 말할 것이 없고, 그 분들에게 국민 모두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행정부와 사법부는 일찍부터 그 깃발이나 건물에 걸린 휘장에 쓰인 글씨를 나라글자인 한글로 ‘정부’와 ‘법원’으로 적고 있는데, 국회의 깃발과 휘장과 국회의원 가슴에 달고 다니는 보람(배지)의 글자는 여전히 한자이다. 게다가 ‘國’(국) 자라고 하지만 ‘或’(혹) 자로 보인다. 정부 기관 가운데 국회가 가장 한글을 우습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대한민국을 세우고 70년이 다 되었는데도 이 꼴이라는 것은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7월 2일 19대 국회가 뒤늦게 개원했다. 그런데 그 개원식에서 국회의원들이 읽은 선서가 “宣誓. 나는 憲法을 준수하고 國民의 自由와 福利의 增進 및 祖國의 平和的 統一을 위하여 노력하며, 國家利益을 우선으로 하여 國會議員의 職務를 良心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國民앞에 엄숙히 宣誓 합니다.”라고 한자 혼용으로 쓴 글이다. 우리말과 한글을 살리고 빛내겠다는 국어기본법을 만든 국회가 개원 첫 날부터 법을 어긴 것이다. 국회가 얼마나 한글을 우습게 여기는지 보여준 사례이다.
다행이 오늘날 의원들 가운데 그 잘못을 깨닫고 바로잡으려는 분들이 있다. 노회찬 의원은 한자로 된 보람(배지)낭 차고 다니지 않는다. 그리고 지난 19대 개원식 때 한자혼용으로 된 선서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하고 한글로 써서 서명을 하면서 국회의장에게 한자혼용 선서문은 국어기본법 위반임을 알려주면서 바로잡을 것을 요구해서 바로잡았다. 그리고 신기남 의원과 함께 우리 말글 정책을 연구하는 모임을 만들어 우리 말글을 빛내려는 의원들이 여러분 있다. 19대 국회에서 한글날 공휴일 지정법안도 통과시켜주고, 세종대왕 나신 곳을 찾아 민족문화 성지로 만드는 일도 국회가 도와주면 좋겠다.
그런데 아직도 한자를 써야 품위가 있을 것으로 착각하여 이름패를 한자로 쓰는 의원이 몇 있다. 국회의장석 이름패도 한자로 ‘議長’이라고 크게 적혀 있고, 그 본회의장 정면에 걸린 휘장에도 한자 ‘或’(혹) 자가 크게 적혀 있다. 국회 법률을 검색하면 일본식 한자 혼용 문장이다. 국회 공문서도 국어기본법을 어기고 한자 혼용인 것이 많다. 오늘날은 한문을 쓰는 조선시대나 한자 혼용을 하는 일제 강점기가 아니다. 우리 글자인 한글을 쓰는 대한민국 시대다. 한글은 정보통신기계와도 잘 어울린다. 한글은 남북통일에도 도움이 된다. 국회가 한글을 더 잘 활용하고 널리 써서 온 누리 글자로 만들 정책과 법을 개발해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 말글은 지난날 중국 한문과 일본말에 짓밟혔는데 지금 영어에 밀려 죽어가고 있다. 국회가 먼저 우리 말글을 바르게 쓰고 법과 제도로 우리 말글을 지켜주어야 한다. 이 일은 그 어느 일보다도 먼저 할 일이고 문화 강국, 선진국이 되는 지름길을 만드는 일이며, 여야가 따로 할 일도 아니고 국회 사무처도 외면할 일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금강석이라도 갈도 닦지 않으면 빛나지 않는다. 한글이 아무리 훌륭한 글자라고 해도 쓰지 않으면 빛나지 않는다. 한글로 이름도 쓰고, 공문서도 쓰고 법률도 만들어야 한다.
이제 조선시대 500년 동안 한글을 천대하고 잘 이용하지 못한 것은 반성하고 앞으로 한글을 더욱 빛내고 잘 활용해서 힘센 나라, 앞서가는 나라를 만들어야겠다. 그래서 우리 후손들은 우리 글자인 한글이 로마자처럼 온 누리 글자로 빛나는 가운데 어깨를 펴고 살 수 있도록 오늘 우리 세대가 열어주어야 하겠다. 19대 국회는 한글을 사랑하는 국민의 생각과 건의를 들어주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성공한 국회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빈다. 한글이 빛나면 나라도 겨레도 빛난다.
/글=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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