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걸그룹, ‘억’ 소리나는 데뷔 비용소형 기획사일수록 비싸게 구입해야 하는 구조적 악순환소형 기획사 비싸게 구입 VS 대형 기획사 싸게 또는 선별적
걸그룹이 대한민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비단 음악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공연, 산업, 방송 예능, 영화, 광고계에 막강한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과거에는 배우를 중심으로 광고계가 움직였지만 이제는 걸그룹 및 아이돌그룹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미쓰에이’ 수지는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국민 첫사랑’ 반열에 오르면서 통신, 식음료, 패션, 화장품, 전자 등 모든 연예인들이 하고 싶은 광고를 섭렵하고 있다. 실제로 JYP 박진영은 지난 해 방송에 출연해 수지가 2013년 1년 동안 100억 수익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20대 또래 여성들에 비해 엄청난 인기와 수입을 기록하는 것에 고무돼 많은 기획사들이 걸그룹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크레용팝의 성공 이후 걸그룹을 만들려는 기획사 CEO 출신도 다변화되고 있다. 기존 가요계는 가수와 작곡가 출신 또는 가요 전문 매니저들이 투자를 받아 기획사를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요업계에 입문하지 않았던 이들은 투자자에 만족하는 분위기였지만 크레용팝 소속사가 신생 기획사라는 점과 가요업계 출신 CEO가 아니라는 핸디캡을 깨고 당당히 가요계 정상을 차지하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에 그동안은 트로트 등 성인가요를 주로 제작하던 업계 관계자와 일반 기업을 운영하면서 가요 기획사를 만들고 싶던 이들 등 다양한 분류의 사람들이 걸그룹 만들기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그 동안 가요업계 종사자들로 이뤄진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마인드는 늘 비슷했다. 파격을 배제하고 오랜 동안 소위 가요계 밑바닥부터 배워온 과거의 행태를 그대로 이어받으려 한 것이 도리어 대중들에게 외면받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신생 기획사 및 신생 가요 기획사 CEO들은 기존 패턴, 고정관념을 일단 버리고 시작했다. 제일 중요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소위 ‘임팩트 있는 이슈’와 보다 세련된 일반 기업형 비즈니스 전략으로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걸그룹이 누구에게나 문을 두드리면 부와 명예를 안겨주는 약속의 땅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2012년 7월은 가요계 아이돌 업계가 치열한 혈투를 벌였던 시기였다. 그동안 준비했던 걸그룹 기획사들이 일제히 첫 신곡을 들고 가요계에 데뷔했다. 문제는 해당 시기인 2012년 7월 너무도 많은 걸그룹이 가요계에 한꺼번에 몰렸다는 점이다. 이전만 해도 평균 한달 사이 많아야 5~6팀 정도의 걸그룹이 데뷔 했었지만 2012년 7월에는 무려 70여 걸그룹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당시 데뷔하거나 컴백한 팀들 중 현재 대중들이 이름을 기억하는 걸그룹들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이렇게 화려한 이면 속에 많은 걸그룹들이 재정난에 부딪혀 사라지면서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게 현실이다.
걸그룹을 결성 해 약 1년 간 준비 끝에 데뷔시킨 가요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돈이 많고 유명 브랜드 기획사가 오히려 지출이 적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대형 기획사가 많은 자본을 들여 더 좋은 의상, 더 좋은 작곡가 섭외, 녹음, 최고의 스탭비를 줄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반적인 상식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 물론 이 관계자의 말이 전부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형 기획사와 신생 기획사에서 골고루 체득한 비용 지출료를 산출한 결과다. 즉 소형 기획사일수록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같은 품질의 스태프 및 데뷔를 준비시킬 때 비싼 댓가를 치뤄야 한다.
대형 기획사들은 겉으로는 수천만 원부터 100억 원의 비용을 지출했다며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 국내 중대형 소속사인 A사에서 데뷔를 준비했던 모 걸그룹 경우 외부에 100억원을 들여 제작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0억원 정도를 지출했다. 이 또한 사용하지 않아도 무방한 부문에 지출을 강행했기 때문에 산출된 것이다.
그러나 대형 기획사 혹은 유명 제작사는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속으로는 매우 좋은 퀄리티의 제작비를 저렴하게, 심지어는 공짜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양질의 콘텐츠를 갖고 있거나 고정적으로 대형 기획사와 일을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작비용을 실비 또는 공짜로도 봉사하기 때문이다. 대신 대형 기획사와 소속가수 작업에 참여했다는 영광의 경력 훈장이 따라 붙는다. 이를 자산으로 중소형 기획사와 차후에 일을 하면서 높은 몸값을 요구하고 이를 통해 보상받는다.
음반 발매를 위해서는 녹음 마스터, 곡비, 앨범 재킷 디자인, 의상 제작비, 헤어 메이크업, 안무비,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치료, 백댄서 비용, 디지털 음원의 경우 PR CD 등의 비용이 지출된다. 곡비는 작곡가 성향과 친분관계 유무에 따라 다르다. 기본적으로는 10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제공한다. 하지만 친분이 있는 경우에는 작곡가가 수백만 원에서 심지어는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대신 작곡가는 음원 수익에 대한 독보적인 권한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녹음실 비용도 매우 큰 비중 중 하나다. 평균 녹음 마스터의 경우 500~800만원대라고 알려졌다. 최근에는 녹음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조금 더 유연해지고 있는 편이다. 사진 작가 비용도 매우 유동적이다. 앨범 재킷을 위한 단순 사진 작가 비용도 100만원대부터 500만원대를 넘기도 한다.
최근 뮤직비디오 규모가 과거에 비해 축소됐지만 여전히 데뷔시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하는 요소다. 일반적으로 500만 원대부터 시작해 수천만원이 훌쩍 넘는다. 실제로 가요계 관계자들의 말을 빌어보면 뮤직비디오 제작비용은 꾸려나가기 나름이지만 평균적으로 5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무비와 백댄서 비용도 높은 지출 내역 부분이다. 평균적으로 안무비는 500만원 정도 백댄서는 걸그룹 활동 3주 기준으로 600~800만원 정도다.
마지막으로 높은 지출비용을 제공해야 하는 부분이 외모가꾸기 부분이다. 과거에는 걸그룹들이 비공개적으로 성형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부위마다 수술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수천만원은 가볍게 넘었다. 반면 요즘에도 여전히 비공개 성향이 강하지만 과거와 달리 무조건적인 수술보다는 차츰 시술 위주로 외모 가꾸기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이는 대형 기획사 소속 걸그룹일수록 강세를 보인다. 반면 소형 기획사인 경우 여전히 부담이 가는 큰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호감을 주는 얼굴형 만들기에 필요한 수술비용은 최대 2000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반면 필러와 보톡스와 같은 방법은 300만원 안팎만 지불하면 된다. 대신 영구적이지 않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시간을 만들어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서도 대형 기획사 소속 걸그룹들은 유명 가수들이 있다는 이유로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로부터 무료 내지는 반값 이상의 할인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신생 기획사들은 무료 협찬은 꿈도 못꾸고 30% 내외 할인율에 만족해야 하다. 이 또한 자금력이 부족해 성형이나 시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에 공개하는 PR용 비용말고 실제로 지불하는 걸그룹 데뷔 비용은 대형 기획사는 자체 녹음실에서 녹음하기 때문에 비용은 없다. 대신 외부 녹음 마스터를 사용할 경우 800만원 + 사진 작가 300만원 + 앨범 재킷 디자인비 300만원 + 의상비 1000만원 + 뮤직비디오 5000만원(실내 1회, 야외 1회) 혹은 실내에서 뮤직비디오 촬영시 2000만원 정도를 지출한다”며 “헤어 메이크업으로 400만 원 정도 +안무비 400만 원 + 백댄서 600만 원 정도 + 성형 및 시술비 5인 기준 1인당 평균 4백만 원 곱하기 4=1600만 원 + PR용 앨범 제작비 1000장 기준 230만 원 + 프로모션 광고비 5천만 원 등 총 1억 6천만 원 정도가 든다”고 밝혔다.
이어 “신생 기획사는 걸그룹 데뷔 시 지출 비용이 더 든다”며 “녹음실 녹음 대여비 및 녹음 마스터 1000만 원 + 사진 작가 200만 원 + 앨범 재킷 디자인비 100만 원 + 의상비 500만 원+ 코디비 300만 원 + 뮤직비디오 실내 기준 3천만 원 + 헤어 메이크업으로 400만 원 +안무비 400만 원 + (비용 문제로 소형 기획사는 성형 및 시술비를 지출 못하거나 투자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5인 기준 1인당 평균 4백만 원 곱하기 4=1600만 원 + PR용 앨범 제작비 1000장 기준 250만 원 + 프로모션 광고비 100만원 작곡비 1000만 원 등이다.
외형적인 총 지출비는 대형 기획사 소속 걸그룹들 비용이 더 많이 들지만 질적인 문제를 따져보면 내용은 달라진다. 소형 기획사는 비용 문제로 대형 기획사에 비해 크게 투자를 못하는 부분이 있다. 마케팅 및 홍보, 외모 가꾸기 부문이다. 또한 소형 기획사는 작곡비, 녹음실 대여비, 녹음 마스터비 등 움직이고 사용할 때마다 비용이 든다. 반면 대형 기획사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대형 기획사가 보유한 걸그룹이 성공하는것은 아니다. 결국 앞서 언급된 것과 같이 비록 후발주자이며 소형 기획사라도 팬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상식선에 기반을 둔 차별화된 콘텐츠와 경쟁력을 보유한 걸그룹이라면 성공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앞에 언급된 비용은 경우마다 다르기 때문에 너무 수치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단지 성공한다면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기 때문에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지지만 정작 성공하는 걸그룹은 매우 적다는 것이다. 지금도 걸그룹으로 데뷔하기 위해 많은 연습생 또는 멤버들이 묵묵히 하루 12시간 이상 값진 땀을 흘리고 있다. 이제 대중들은 걸그룹이 유명하건 유명하지 않건 조금 더 애정어린 눈빛으로 이들에게 따뜻한 용기를 던져 주는 건 어떨까.
김아름 기자 beautyk@
뉴스웨이 김아름 기자
beautyk@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