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점 업체에 따르면 최근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6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소비자가 굳이 마트나 백화점까지 가지 않고 명절 선물을 주문할 수 있는 집 주변 편의점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편의점 선호 현상을 한마디로 나타내는 말도 있다.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 위치해 필요한 물건을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는 지역을 이르는 신조어인 ‘편세권(편의점+역세권)’이다.
여기에 설명을 보태면 요즘 편의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그저 생필품 구매뿐만은 아니라는 점. 없는 거 빼고 다 있고 안 되는 거 말고 다 되는 요즘 편의점을 보면, 소매점 그 이상의 기능들을 수행하며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 듯하다.
근래 전해진 몇 가지 소식을 통해 ‘편의점에 이런 것도 있나?’ 싶은 사례들을 살펴봤다.
최근 편의점에서 시가로 약 27억원 규모에 달하는 순금이 내놓기가 무섭게 모두 팔려나갔다.
GS25는 명절을 앞두고 시가 16억원 규모의 황금소 코인 3종(10돈, 5돈, 3돈) 5,000돈을 선보였는데 출시 3일 만에 모든 수량이 판매됐다. 이마트24도 설 선물용으로 골드바 10돈 세트를 예약판매하고 나섰는데 최근까지 11억원어치(380돈)가 팔려 나갔다.
또 다른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은 드라이버‧아이언세트 등 골프용품을 내놨는데 지난해 추석 대비 판매가 44%나 증가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접이식 러닝머신 등 스포츠 가전도 인기를 끌고 있다.
CU는 다소 특이한 상품을 설 선물용으로 내놨다. 1,600만원 상당의 복층 고급형 이동주택이다. 올해 선보인 600여 가지 설 선물 중 가장 고가이면서 독특한 이 상품,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판매가 완료됐다.
명절 시즌이 아닌 평상시에 이용할 수 있는 이색 서비스도 갈수록 다양해지는 중이다.
GS25에서는 들고 다니기 힘든 짐이나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물품을 일정 시간 맡겨놓을 수 있는 물품보관 서비스를 시작했다. 심지어 일부 점포에서는 냉장 택배 보관도 가능하다. CU는 지난해 좁은 주거공간에 놓을 수 없는 짐을 대신 보관해주는 창고형 보관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가까운 편의점을 통해 한층 편리하게 세탁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굳이 편의점을 통해 세탁을 할 일이 있을까 싶어도,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록적 한파가 이어지던 시기 서비스 이용률이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수도관과 배수관이 얼어 집에서 빨래가 어려워진 사람들이 집 근처 편의점으로 향한 것이다.
또 급하게 팩스‧복사‧인쇄‧스캔 등이 필요할 때 역시 경우에 따라 근처 편의점에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취급 상품의 다양화와 함께 기능적인 면에서도 그 영역이 크게 넓어지고 있다. 편의점 업계의 아동‧여성 지킴이 역할이 대표적.
CU와 GS25, 세븐일레븐은 각각 전국의 매장 인프라를 이용해 길을 잃거나 학대받는 아동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지난 3년간 길 잃은 아이가 편의점을 통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사례는 CU 한 업체에서만 80여 명에 이른다.
실종 및 학대 의심 아동과 함께 여성, 치매 노인, 지적장애인이 가까운 편의점에서 도움을 받는 일도 적지 않다.
이렇듯 경계를 허물며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는 편의점 업계의 변신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집계된 국내 편의점 점포수만 5만여 개, 인구 1,077명당 1개에 달하며 포화 상태에 이렀다는 진단이 나온다. 편의점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수치(2,280명당 1개)도 뛰어 넘는 수준. 편의점들의 영역 확장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전국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1위 편의점, 2위 한식, 3위 치킨
주요 업체들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 모색에 한창이다. GS는 지난해 홈쇼핑과 편의점을 합병으로 온‧오프라인 통합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코로나로 늘어난 홈술족을 겨냥해 주류특화매장을 선보였다. 또 CU는 곰표 맥주를 잇는 이색 협업 상품을, 세븐일레븐은 먹거리‧쇼핑 특화 프리미엄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를 벗어나 해외시장 공략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밀집도가 높은 업계에서 기업과 점포를 운영하는 가맹점의 고민은 어느 때보다 깊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집 근처 편의점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지는 상황이 무척 반가운 게 사실. 더군다나 계속된 코로나 확산으로 여기저기 멀리 돌아다니는 일이 불편해진 요즘 같은 때는 집 앞 편의점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우리 일상생활 깊이 파고들며 변화를 이어가고 있는 편의점 업계. 그 변신은 과연 어디까지 계속될까? 또 소비자들은 편의를 위해 생활의 어느 부분까지 편의점을 허용하게 될까? 앞으로가 궁금해진다.
뉴스웨이 박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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