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에서는 오전 10시부터 12시간이 넘는 ‘마라톤 청문회’가 열렸다. 여야 국조특위에 의해 증인으로 채택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날 오전과 오후에 각각 출석해 여야 특위 위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았다.
민주당 등 야당이 사전 예고한 대로 초반부터 맹공에 나서면서 청문회는 뜨거운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을 필두로 박영선·박남춘 김민기(이상 민주당)·이상규(통합진보당) 의원 등은 동영상과 녹취록 등을 총동원해 두 증인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들은 “얼마나 거짓말을 하면 선서를 못 하나(박영선)”라고 윽박지르는 동시에 때로는 “정권이 바뀌고 토사구팽 당해 억울한 심정은 없나(정청래)”라고 달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증인들의 진술을 이끌어내려 했다.
하지만 김 전 청장과 원 전 원장은 극도로 조심스런 발언을 이어가며 확실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구분해 대답했다. 전자에는 당당한 태도로 답변했으나 후자의 경우는 철저히 묵비권을 행사하는 식이었다.
그렇다 보니 국정조사의 본래 취지인 ‘실체적 진실’에 대한 규명은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보인 강공 일변도의 질의가 가시적인 결과물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청문회 초반 혹여나 ‘폭탄 발언’이라도 나올까 다소 긴장한 기색을 나타냈던 새누리당 의원들도 두 증인의 대응에 안도감을 느끼는 분위기를 보였다.
이렇게 1차 청문회는 치열한 소모전 끝에 소득 없이 끝을 맺었다. 때문에 야권 일각에서는 ‘국정조사 무용론’이 제기됨과 동시에 결국 검찰 조사를 기다려야 한다는 자괴감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기 청문회는 오는 19일과 21일에 예정돼 있는 가운데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댓글녀’로 알려진 국정원 전직 직원 김모 씨 정도 외에는 무게감 있는 증인·참고인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만약 이때에도 이날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야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크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희 기자 allnewguy@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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