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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아 기자
등록 :
2018-08-23 15:13

수정 :
2018-08-24 17:01

[창업자로부터 온 편지]이해진 - 지금도 매 순간이 절박하다

편집자주
‘창업자로부터 온 편지’는 한국 경제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대기업 창업자들부터 미래를 짊어진 스타트업 CEO까지를 고루 조망합니다. 이들의 삶과 철학이 현직 기업인은 물론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살아남기 위해 매 순간 절박하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주식회사’가 미국과 일본 증권 시장에 동시 상장되던 날, 이해진 창업자의 말입니다.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을 이끌어온 이 창업자이지만, 그도 끊임없이 변하고 경쟁하는 인터넷 환경이 늘 두렵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지금까지 업계 선두를 꾸준히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삼성SDS 사내 벤처로 검색 엔진 연구를 시작한 이해진 창업자가 포털업계에 정식 진출한 것은 1999년. 글로벌 업체인 구글, 야후, 라이코스를 비롯한 다음, 엠파스 등 많은 국내 기업과도 경쟁을 펼쳐야 했던 때였습니다.

업계 후발주자로 시작한 사업 초기, 선보인 서비스는 제대로 검증받기 어려웠고 뚜렷한 수익 모델도 없어 문제였는데요. 이 창업자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게임 업체 한게임과 합병을 결정, 2000년 NHN을 세웁니다.

당시 파격적이었던 두 기업의 합병은 보다 많은 회원 및 자금 확보 등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만들었고, 오래 지나지 않아 NHN은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하기에 이릅니다.

“리더의 역할은 변화에 대응하는 것, 애초 설정했던 목표를 고집하기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물론 그에게도 힘든 시기는 있었습니다. 인터넷 분야의 거품이 꺼진 2000년, 업계에는 살아남기 위한 마케팅 경쟁이 시작됐고 이 창업자는 80억원의 적자를 냅니다. 불과 1년 후에는 회사 존립에 위협이 될 만큼 재정 상태가 나빠지기도 했지요.

또한 검색 엔진만으로는 업계에서 도태될 수 있단 불안감에 이메일, 커뮤니티 등의 사업에 손대기도 했는데요. 이 일로 수익은 올리지 못하고 핵심 역량인 검색 사업마저 위태로워지고 말았습니다.

잘못된 선택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기에 이 창업자를 구한 것은 검색 광고와 웹보드게임. 이는 NHN을 세우고 새롭게 벌인 사업이 아닌 네이버와 한게임이 오랜 기간 집중해온 핵심 사업으로, 추후 본질에 더욱 충실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핵심 역량에 집중해야 사업의 질을 높일 수 있고 고객의 발길을 붙들어 둘 수 있다.”

이 창업자는 사업 초기부터 일본 사업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 진출에도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국내 인터넷 산업이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언젠가 외국 기업에 의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는데요.

하지만 한게임재팬, 네이버재팬 등 꾸준한 도전에도 해외에서 사업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왔습니다. 여기에 인터넷 환경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등 급격한 변화는 그에게 네이버가 없어질 수 있다는 강한 위기감을 느끼게 했지요.

이에 이 창업자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연중 절반 이상 일본에 체류하면서 연구 또 연구, 마침내 2011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내놓습니다. 해외 시장과 모바일이라는 두 토끼를 잡기 위한 회심의 한 수였지요.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라인은 2016년 말 기준 전 세계 가입자 7억명을 넘겼고 현재 일본, 대만, 태국, 베트남 등에서 모바일 메신저 시장 점유율 1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결과만 보고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사실 지독하게 수없이 도전한 시도 중 하나가 통한 것.”

오랜 기간 업계의 선두를 지켜온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변화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매년 다시 태어나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이제는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서 변화를 이어갈 그의 행보가 어디까지 닿을지 기대됩니다.

“내가 아는 성공은 천재의 영감이 아닌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더는 발 디딜 곳이 없을 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박정아 기자 p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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