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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등록 :
2019-09-02 13:43

수정 :
2019-09-02 17:05

韓, 배터리 치킨게임…재계 “최태원 구광모 나서라”

양사 자존심 건 치킨게임 그룹간 다툼으로
SK이노 “대화의 문 열어뒀다” 화해 가능성
LG화학 “잘못 인정하고 배상” 사실상 거절
패소땐 치명타 사실상 시장 퇴출 가능성↑
재계선 “유일한 해결 방안 총수간 대화 뿐”

국내 배터리 공룡기업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이 그룹간 다툼으로 번지면서 양대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LG화학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으로 촉발한 사태가 소송전에 이어 감정싸움으로 치달으면서 최태원 SK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이 직접 톱다운 방식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시작은 LG화학…그룹 갈등으로 판 키운 SK이노 =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제2의 반도체’인 전기차 배터리 패권을 두고 벌이는 총성 없는 전쟁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뿐더러 존폐가 걸린 만큼, 충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전쟁의 시작은 LG화학이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이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 인력을 빼갔고, 이들을 활용해 핵심 영업비밀도 탈취했다는 게 골자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SK이노베이션 측에 내용증명 공문을 보내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ITC 제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즉각 반발했다. 배터리 기술개발이나 생산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굳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빼올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인력을 빼온 적이 없고, 공개 채용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지원한 후보자 중 채용했을 뿐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경력직원들의 이직 사유가 보수 등 우수한 기업문화와 미래 성장가능성이라며 우회적으로 LG화학을 비판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 “근거 없는 발목잡기를 계속하면 맞소송을 고려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5월 말 ITC가 조사개시를 결정하는 등 LG화학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자 곧바로 국내에서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전에 돌입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공방전은 한동안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SK이노베이션이 공식적으로 ITC 맞제소를 준비 중이라고 공포하면서 두 업체간 갈등은 또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더욱이 LG화학 뿐 아니라 LG화학의 배터리 셀을 공급받는 LG전자에도 소송을 제기하며 판을 키웠다.

◇패소땐 사업 중단 불가피…총수간 합의 필요성 대두 = 두 업체는 서로를 향해 수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전자의 특허침해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지만, 원만한 해결책을 모색해 왔다”면서 “더이상 지체할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LG화학이 제기한 ‘아니면 말고 식’의 소송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다만 타협 가능성은 열어뒀다. 회사 측은 “불가피하게 소송까지 왔지만, 국민경제와 산업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의 의미가 더 크다는 게 SK 경영진의 생각”이라며 “지금이라도 전향적으로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판단해 대화의 문은 항상 열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가 계속된다면 특허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진행 중인 ITC 소송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지연하고 있다”며 “성실하고 정정당당한 자세로 임해라”고 말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이에 따른 보상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 있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인력탈취에 따른 기술유출을 인정하라는 뜻인데, SK이노베이션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LG화학이 사실상 소송전을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송전에서 우위를 빼앗기는 쪽은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패소 업체는 배터리 생산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데, 소송이 걸린 한국이나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전체 시장에서 영업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는 우리나라 배터리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먼저 손을 내미는 업체가 켕기는 것이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두 업체간 비방전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며 “그룹 고위 경영진 사이에서의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번 논란은 쉽게 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총수간 만남에 앞서 소송 당사자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진이 좋은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두 업체의 소송전이 난타전 양상을 띄면서 매달 변호사 비용만 50억원이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600억원에 달하는 규모지만 추가 제소 등으로 2000억원에 달하는 소송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서는 미국 로펌만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다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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