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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현상’ 일축했지만…커지는 디플레이션 우려

소비자물가, 54년 만에 첫 사실상 ‘마이너스’
한은 “공급측 일시적 요인 크고 디플레 아냐”
전문가 “경기 나쁘며 물가 떨어진 거라 영향”

사진= 연합 제공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기에 처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일축했지만 전문가들은 저물가 장기화를 우려하면서 소비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04% 하락해 1965년 통계집계 후 첫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물가상승률을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하기 때문에 공식 물가상승률은 0.0%이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지수(2015년=100 기준)는 지난해 8월 104.85에서 올 8월 104.81로 하락해 0.04%(0.038%)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는 1월 0.8%를 기록한 이후 계속 1%를 밑돌다가 사실상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물가상승률이 8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한 것은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최장 기록이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유류세·교육복지 등의 영향으로 물가 흐름이 낮아진 상황에서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며 “농산물의 경우 양호한 기상 여건에 따라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내려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률이 전례없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지금 상황을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일정 기간 지속해서 0% 아래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물가상승률이 2년 이상 마이너스를 보이는 경우를 디플레이션으로 규정한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총체적인 수요의 급격한 감소에 의해 디플레이션이 초래되면 경기는 침체에 빠지게 된다.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나 기업은 소비와 투자지출을 더 줄이기 때문에 생산된 상품은 팔리지 않고, 상품의 재고가 급증하면 생산자는 가격을 낮추고 생산을 줄여 경기가 악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와 한은은 이번 저물가 상황이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며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우리나라의 저물가 상황은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은은 내년 이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당분간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등 공급 측 요인의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겠지만, 연말에는 이러한 효과가 사라지면서 빠르게 반등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은은 “최근 현상은 물가 하락이 광범위한 확산을 보이지 않고 자기실현적 특성이 나타나지 않는 데다, 공급 측 요인과 제도적 요인이 상당 부분 가세한 결과이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징후로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더욱더 짙어져 연말에도 소비자물가가 플러스로 돌아서지 않는다면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소비자물가가 0%대 중후반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짙어지면 물가상승률이 추가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식적 지표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되면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공급 측면 요인이 주된 요인이라도 폭이 크거나 지속한다면 디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계속 마이너스였고 상당히 악화해 사실상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경기가 나쁘면서 물가가 떨어진 거라 디플레이션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괄적으로 경기에 대해 대응을 해야 한다”면서 “재정과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고 기업 비용이 올라간 것도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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