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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등록 :
2019-09-09 16:03

수정 :
2019-09-09 16:42

[뉴스분석]폭스바겐 배터리 생산…‘LG-SK’ 분쟁 여파? 살펴봤더니…

폭스바겐-노스볼트 합작…2023년 말 양산
유럽연합 주도의 배터리 기술 내재화 일환
中 업체 부상 배경엔 완성차 업체 친화전략
韓 갈등 반사이익 아닌, 공급처 다변화 영향

독일 자동차 제조사인 폭스바겐이 전기차용 배터리 자체 생산을 선언한 가운데, 최근 격화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쌍방 소송전이 영향을 끼쳤다며 눈을 흘기는 이들이 있다. 더욱이 폭스바겐이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국내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이미 수 년 전부터 배터리 자체 조달과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해 온 만큼, 국내 업체간 갈등과는 별개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스바겐, 배터리 자체 생산…EU 주도 내재화 움직임=배터리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스웨덴의 신생 배터리 제조사인 노스볼트와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한 합작벤처를 설립한다. 폭스바겐은 이 합작벤처에 9억 유로(한화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오는 2020년부터 독일 중북부 잘츠기터에 공장 건설을 시작하고, 이르면 2023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폭스바겐은 그동안 배터리 ‘큰 손’으로 꼽혀왔다. 2015년 불거진 ‘디젤게이트’ 이후 그룹 전략을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2028년까지 약 70종의 전기차 모델을 내놓고 2200만대를 생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목표 달성을 위해 2023년까지 전기차 생산에 300억 유로(약 4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도 밝혔다. 국내 배터리 업체의 핵심 고객사로 부상한 시기도 이 때부터다.

동시에 폭스바겐은 배터리 공장 설립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내 왔다. 디젤게이트 이전에는 자체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계획이 없다는 기조를 보였다. 하지만 그룹 전략이 대대적으로 수정된 2016년에 “전체 생산 차량 중 4분의 1이 전기차로 채워지게 되는 만큼, 내부적으로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폭스바겐은 이후 글로벌 각지의 배터리 업체와 합작사 설립을 검토해 왔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지난해부터 유럽 전기차 공장에 납품할 배터리 생산기지를 짓기 위해 논의해 왔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과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노스볼트에 대한 투자를 확정한 배경을 두고, 국내 업체간 배터리 분쟁이 악영향을 미쳤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폭스바겐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를 공급사로 두고 있어 사업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과 8월, 각각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상대방을 제소했다.

업계에서는 확대해석이라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과 유럽투자은행(EIB) 등이 주도해 2017년 설립한 유럽배터리연합(EBA)은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과 제조를 목적으로 한다. 폭스바겐과 노스볼트가 설립한 컨소시엄도 EBA 활동의 일환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소송전 여파가 아닌, EU 주도의 배터리 내재화 맥락으로 봐야한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폭스바겐과의 조인트 벤처 추진은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르면 연내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韓 대신 中으로…공급처 다변화·최대시장 공략=폭스바겐이 중국 배터리 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거나 합작사 설립을 고심 중인 것을 두고, 시장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폭스바겐은 최근 중국 배터리 생산업체인 궈쉬안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폭스바겐그룹 산하 아우디는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인 비야디(BYD)와 배터리 공급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타 완성차 업체들도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관계를 다지는 모습이다. 비야디는 아우디와 포르쉐가 공동으로 개발한 차세대 프리미엄 전기차 플랫폼(PPE) 배터리 납품업체로 낙점됐다.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유럽 자동차 부품회사 보쉬의 고성능 배터리 셀을 생산하기로 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급부상한 배경에는 완성차 업체들이 추진하는 배터리 공급처 다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단독 공급 체계에 비해 배터리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고,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주장이다.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 향상도 한 몫 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집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팔려나간 자동차는 2800만대로, 2위인 미국(1700만대)보다 1000만대 이상 더 팔렸다. 전기차 시장 규모도 가장 크다. 특히 폭스바겐은 중국 수입차 시장 1위 업체로, 중국 친화적인 전략이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자국 업체에만 혜택을 준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패권싸움이 폭스바겐 등 전략 고객사 이탈로 이어졌다는 해석은 과장된 것”이라면서도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자체 생산 비중이 커지고, 중국 업체들의 선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배터리 경쟁력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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