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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오너 2~3세의 ‘경영수업’···사원→임원→CEO 속도전

증권가 오너 2~3세의 ‘경영수업’···사원→임원→CEO 속도전

등록 2019.11.26 15:54

고병훈

  기자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 장남, 영업점 사원 입사대신·키움도 승계 작업 돌입···‘30대 CEO’로 경영 전면20대 입사·빠른 승진·지분 확보로 사내 영향력 확대

증권가 오너 2~3세의 ‘경영수업’···사원→임원→CEO 속도전 기사의 사진

증권업계 오너 2~3세들의 경영 수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업무 전반을 익히는가 하면, 30대 젊은 나이로 사장에 올라 경영 일선에 나서며 본격적인 승계 작업에 돌입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의 장남 김동윤(27)씨가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영업지점 사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통상 ‘중간 관리자’급으로 시작하는 국내 오너 일가의 입사 사례와 달리 김동윤 씨가 평사원부터 시작을 하는 것은 현장 경험을 중시해온 가문의 전통으로 풀이된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김남구 부회장 역시 1991년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명동 지점에 대리로 발령받아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아버지의 지시로 참치잡이 원양어선을 직접 타는 등 혹독한 과정을 거친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김동윤 씨는 지난 4월 해외대학 출신 신입사원 공채를 통해 입사해 4개월여 간의 연수를 마치고 강북센터지점에 정식 발령을 받았다”면서 “직급은 알려진 대로 평사원으로 시작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금융지주는 김남구 부회장이 20.23%로 최대주주다. 김동윤 씨의 경우 아직까지 보유 지분이 없지만 경영수업을 받는 과정에서 승계를 위한 지분 확대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그가 근무를 시작한 한국투자증권은 모기업 한국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김동윤 씨는 김 부회장 슬하 1남 1녀 중 장남으로, 영국 워릭대(University of Warwick)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인 2015년에는 동원그룹 계열사에서, 2016년에는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인턴 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가 후계자들의 ‘경영사관학교’라 불리는 베인앤드컴퍼니는 상당수의 재벌 2~4세들이 거쳐간 곳이다.

대표적으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오너 3세인 서민정씨는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베인앤드컴퍼니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2017년 1월 아모레퍼시픽으로 입사했다. SK 최태원 회장의 딸 최윤정 SK바이오팜 책임매니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녀인 정남이 아산재단 상임이사, 조석래 전 효성 회장의 아들 조현상 효성 사장 등도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이다.

한편, 증권업계 대표적인 오너기업인 대신증권은 창업주인 고(故) 양재봉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의 아들 양홍석 씨를 33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장으로 임명해 눈길을 끌었다.

1981년생인 양 사장은 2006년 8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신증권 공채 43기로 입사해 선릉역·명동지점에서 근무했다. 일반 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입사 1년 만에 대신투자신탁운용 상무에 오르며 ‘초고속’ 승진 코스를 밟았다. 이후 대신증권 전무와 부사장을 거쳐 지난 2014년 대신증권 사장으로 임명됐다.

양홍석 사장은 대신증권의 지분 7.79%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양 사장은 최근 몇 년 간 회사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며, 2010년 5%에 머물던 지분을 8% 가까이로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대신증권은 양 사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12%대에 불과하다”면서 “양 사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왔는데, 이는 3세 경영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과 공동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양홍석 사장은 다가오는 정기인사에서 단독 대표 체제로 올라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2번의 연임에 성공해 ‘장수 CEO’ 반열에 오른 나재철 사장은 실적 부진에 발목이 잡히면서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키움증권 등 4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다우키움그룹 역시 후계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창업주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외아들 김동준 씨를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2세 경영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1984년생으로 대신증권 양홍석 사장보다 3살 어리다. 이는 벤처캐피탈 대표 가운데서도 상당히 젊은 편에 속한다. 김 대표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코넬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김 대표는 26살이 되던 해인 2009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해 약 2년간 근무하다 2011년 퇴사했다. 2014년 그룹 계열사인 다우기술 사업기획 차장으로 입사한 그는 2015년 32세 나이에 이사로 승진해 본격적인 ‘후계자 코스’에 진입했다. 이후 다우기술 상무, 다우데이타 전무 등을 거친 김 대표는 지난해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에 올랐다.

다우키움그룹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김익래 회장이 지주회사 격인 다우데이타를 통해 그룹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우데이타의 최대주주는 김익래 회장(40.64%), 2대주주는 계열사인 (주)이머니(22.27%)다. 경영승계 작업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이머니는 김동준 대표가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지난 2014년 기준 김동준 대표의 이머니 지분은 26.91%였지만,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이머니 지분을 꾸준히 늘려 현재는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이머니는 다우데이타에 대한 지분율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2011년 말 다우데이타 지분율이 10% 수준에 불과했던 이머니는 최근까지 다우데이타 지분을 2배 가까이 늘렸다. 이를 통해 이머니의 최대주주인 김 대표가 사실상 김익래 회장에 이은 다우데이타 2대주주 위치에 올라설 수 있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젊은 CEO들이 대거 등장하는 추세에 맞춰 오너 2~3세들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경영수업을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이들 모두 빠른 승진 및 안정적인 지분 확보 등을 통해 회사 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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