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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장악한 보험사 CEO…3분의 1만 의장에 사외이사

12개 상장사 중 8곳 非사외이사
삼성생명 등 4곳만 사외이사 선임
전문성·효율성 이유로 CEO 선임
금감원 “이사회 독립성 강화해야”

2020년 상장 보험사 이사회 의장 선임 현황. 그래픽=박혜수 기자

올해 국내 12개 상장 보험사 중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사봉을 잡는 곳은 4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보험사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이사회 의장직을 대부분 최고경영자(CEO)에게 맡겼다. 일부 보험사의 ‘이사회 패싱(Passing)’이 금융당국을 지적을 받은 가운데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12개 상장 보험사 중 올해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거나 선임할 예정인 곳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롯데손해보험, 미래에셋생명 등 4곳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강윤구 전 보건복지부 차관, 박대동 전 국회의원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10월 최대주주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로 바뀐 이후 선임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계속해서 의장직을 수행한다.

오는 25일 사외이사를 전원 교체하는 미래에셋생명은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 위경우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김학자 법무법인 에이원 변호사, 최승재 최신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등 신임 사외이사 4명 중 1명을 의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사의 이사회는 매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해야 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사외이사가 아닌 자도 의장으로 선임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사유를 공시하고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 사외이사를 별도로 선임해야 한다.

나머지 8개 보험사는 이 같은 예외 조항을 근거로 대부분 CEO에게 의장직을 맡기고 있다. 최대주주 본인이나 최대주주 측 고위 인사가 의장을 맡는 곳도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12월 차남규 부회장의 사임으로 단독대표이사가 된 여승주 사장이 이사회를 이끈다. 한화손해보험 역시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강성수 부사장을 의장으로 선임했다.

김정남 DB손해보험 사장,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권중원 흥국화재 부사장,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 등 다른 손해보험사의 기존 대표이사들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거나 선임될 예정이다.

이 밖에 현대해상은 최대주주인 정몽윤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재선임했다. 상장 보험사 이사회 의장 중 오너는 정 회장이 유일하다.

동양생명은 푸징수(Pu, Jingsu) 기타비상무이사가 의장직을 수행한다. 푸징수 이사는 동양생명 최대주주의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다.

이들 보험사는 사외이사가 아닌 CEO나 최대주주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데 대해 전문성과 효율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DB손보 측은 “김정남 대표이사는 지난 10년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역임하는 등 회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며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적시 대응력 강화와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하여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 측은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을 검토하는 업무 외에 이사회 소집과 의사 진행, 업무 집행에 대한 전문성과 신속한 의사결정 추진 등을 고려할 때 김용범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이사회 의장 선임 관행은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이사회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실시한 종합검사에서는 회사의 중요 경영전략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거나 중립적 입장을 유지해야 할 의장이 실무진의 주장에 힘을 실은 사례가 발견됐다.

금감원이 올해 1월 통보한 경영실태평가(RAAS) 결과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2015년 3월 김용범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수익성 제고를 위해 추진 중인 ‘아메바경영’ 등 중요 경영전략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경영목표, 경영성과 평가에 관한 사항은 중요 경영사항으로 이사회의 심의 및 의결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아메바경영 체계는 일종의 관리회계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관련 사항을 이사회에 부의 또는 보고하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하지만 오히려 이사회의 독립적 의사결정을 저해했다.

그는 2018년 9월 임시 이사회에서 특정 펀드 투자 승인 안건과 관련해 실무진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부연했다.

금감원은 메리츠화재에 검사 결과를 통보하면서 “이사회가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적정한 경영 판단과 함께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운영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기영 기자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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