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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가상자산 컨트롤타워···"업권법 제정 서둘러야"

사라진 가상자산 컨트롤타워···"업권법 제정 서둘러야"

등록 2022.05.19 16:49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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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루나 사태'에 거래소 점검 나섰지만플랫폼 감독·제재 권한 없어 실효성엔 '의구심'"'머지포인트 사태'와 판박이"···법안 마련 시급

그래픽 = 박혜수 기자그래픽 = 박혜수 기자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든 '루나 사태'로 인해 국내에서도 28만명에 이르는 소비자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지만 금융당국이 좀처럼 손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플랫폼을 직접적으로 감독할 권한이 없을뿐더러, 수장 교체까지 앞두고 있다 보니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련 업계에선 피해자 구제도 재발 방지책도 없이 당국과 정치권의 관심에서 사라진 '머지포인트 사태'를 돌아보며 가상자산업권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했다. 거래량과 보유자 수, 100만원 이상 고액 투자자 수는 물론, 거래소 차원의 대응책 등 자료를 제출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산 가상자산 '테라'와 자매 코인 '루나'의 폭락으로 소비자 피해가 확산된 데 따른 조치다. 테라는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됐고, 루나는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등에 쓰이는 테라의 가치를 뒷받침하고자 발행됐다. 루나는 한 때 시가총액이 50조원을 웃돌았으나, 테라가 최근 1달러 아래로 내려가자 동반 폭락했다. 지난 일주일 사이 전 세계에서 증발한 루나와 테라의 시가총액은 450억달러(약 57조78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당국은 가상자산거래소를 중심으로 피해 현황을 살피고 사업자별 소비자 보호 체계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대목은 이번 행보가 말 그대로 점검 차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지금으로서는 당국이 테라 플랫폼을 감독하거나 제재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서다. 작년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기는 했지만, 이는 거래소의 자금 세탁 행위를 방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당국은 각 거래소가 루나와 테라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상장폐지 등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데 그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덧붙여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수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이기도 하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적으로 제도화가 되어 있지 않다 보니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한계는 있다"면서 "가격이나 거래 동향, 숫자 현황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역시 임원회의에서 "관계법령 부재에 따라 감독당국의 역할이 제한적이지만 피해상황과 발생원인 등을 파악하라"면서 "앞으로 제정될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불공정거래 방지, 소비자피해 예방, 적격 가상화폐공개(ICO) 요건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이 충실히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서둘러 가상자산 시장 규율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머지포인트 사태' 때처럼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간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머지포인트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무제한 2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성장(가입자 100만명)한 결제 수단인데, 운영사 머지플러스가 작년 8월 돌연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면서 환불 대란 사태를 일으켰다. 그러나 당국의 대응은 미흡했다. 루나 사태와 마찬가지로 법안(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지 않아 금감원이 사업자를 감독할 수 없다는 이유였는데, 지금은 금융위와 한국은행 등의 입장차로 법 개정조차 요원해진 상태다. 결국 피해자들은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분쟁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당국은 작년부터 가상자산 법안을 준비해왔지만 아직까지 틀을 잡지 못했다. 국회에 여러 법안이 계류돼 있고, 금융위 차원에서도 쟁점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시장 자체가 광범위하고 기술적으로도 복잡해 검토할 사항이 많아서다. 발행과 상장, 미공개 정보 이용과 시세조종 등에 대한 내용을 조율하고 새 정부의 정책 철학까지 반영하려면 법안이 나오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는 가상자산의 특성에 따라 '증권형'과 '비증권형'(유틸리티, 지급결제 등)으로 분류해 규제하겠다는 정책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증권형 코인은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된 '자본시장법'을, 비증권형 코인은 국회에 계류된 법안을 바탕으로 규율 체계를 확립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한국핀테크학회 등은 성명을 통해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여야 정치권과 정부 당국이 조속히 디지털자산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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