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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제목? ‘찌라시’보다 더 강렬한 단어 있을까요?”

[인터뷰] 정진영 “제목? ‘찌라시’보다 더 강렬한 단어 있을까요?”

등록 2014.02.28 09:33

김재범

  기자

뉴스웨이 DB뉴스웨이 DB

우선 그를 보면 정말 공부를 잘했을 것 같다. “같다”란 말은 그럴 수도 있다는 뜻 아닌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는 대한민국 최고 학부를 나왔다. 그는 평소 말쑥한 양복에 넥타이를 맨 채 한 점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자기 관리를 할 것만 같다. 여기서 “같다”란 말은 “꼭 그럴 것만 같다”는 뜻이다. 사실 그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매주말 밤 시사교양프로그램 진행자로 안방극장에 나섰던 경험이 있다. 그럼 그는 연예인인가. 맞다. 더 정확하게는 배우다. 연극배우로 출발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지낸 이창동 감독의 연출부 생활도 했다. 1000만 영화의 주인공도 해봤다. 안방극장의 여러 화제작을 이끈 ‘공’으로 스포트라이트도 받아봤다. 부러울 게 없는 그가 한 허름한 건물 지하 골방에 틀어박혔다. 우리사회의 온갖 터무니없는 ‘쓰레기’ 정보를 취합하는 업자가 됐단다. 일명 찌라시 업자다. 배우 정진영이 영화 ‘찌라시:위험한 소문’에 출연한 이유가 궁금했다.

영화 개봉 전 정진영을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개인적인 인터뷰 만남은 2005년 영화 ‘왕의 남자’ 이후 처음이었다. 정진영 역시 언제 언론과 인터뷰를 했는지 기억조차 가물거린단다. 눈에 띄는 것 하나. 앞서 설명한 정진영에 대한 이미지. 반듯하고 스마트할 것 같은 그다. 하지만 평소 모습은 덥수룩한 수염투성이, 헝클어진 곱슬머리 그리고 편한 캐주얼 스타일이 좋단다. 그게 정진영이라고. 영화 속에서도 그는 후줄근하다. ‘찌라시 업자’ 박사장 역할이지만 너무 후줄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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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준비하고 감독님 소개로 실제 업자 분을 만나본 적이 있어요. 영화 속 박 사장처럼 그러진 않아요. 오히려 상당히 스마트하고 젠틀한 느낌이었죠. 옷도 샐러리맨처럼 깔끔하고.근데 감독님과 상의를 했죠. ‘찌라시’란 단어의 어감과 젠틀함이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어요. 당시 몸도 좀 날렵했는데, 살도 좀 찌웠죠.”

8kg 정도 몸무게를 늘렸다. 빼는 건 어려워도 찌우는 건 너무 즐거웠다고. 정진영은 “너무 행복했다”면서 “배우란 늘 한 결 같은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데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냐”며 웃었다. 감량 중이라는 그는 “뭐 이젠 이 나이에 굳이 꼭 배야 하나란 생각도 든다”며 다시 한 번 웃었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4년간 진행한 경력이 있다. 그것 때문일까. 정진영은 스마트함의 대명사가 됐다. 때문에 영화 ‘찌라시’ 속 그의 모습은 언뜻 떠올리기 힘들 정도다. 세속에 찌들고 권력과 타협하고 급기야 굴복까지 하는. 정진영은 “꽤 오래전부터 출연을 맘먹은 영화였다”고 전했다. 처음 기획 의도를 들은 게 2009년 초였다. ‘찌라시’의 제작을 맡은 영화사 수박이 만든 ‘이태원살인사건’(2009) 촬영 당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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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는 감독보다 먼저 내가 들어왔다고 보면 되요(웃음). 처음 얘기를 듣는 데 ‘그런게(찌라시) 있다고? 재미있겠다’ 정도였죠. 이후 같은 제작사에서 만든 ‘특수본’에도 출연하게 됐고···. 그러면서 ‘찌라시’ 시나리오는 차근차근 밟아 나간 것 같아요. 나중에 읽어보니 내 생각보다 훨씬 깊이가 있고 흥미롭더라구요. 너무 오래전부터 출연을 약속해 놔서 그냥 밀어붙였죠.”

무엇보다 그는 ‘찌라시’가 사회 고발 영화가 아닌 오락 영화로 머문 점이 너무 좋았단다. 소재 자체가 민감할 수밖에 없고, 사회 속 어두운 면을 둘추는 고발성이 강한 결과물로 나올 것이 예측됐다고. 하지만 포인트 자체가 ‘재미’에 맞춰져 있다보니 더 없이 즐거웠단다. 그는 “오락 영화 자체가 필연적으로 세상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그런 오락영화에 또 다른 사회성을 담으면 넘쳐흐른다. 감독이 조절을 정말 잘했다고 본다”며 시나리오를 작업한 김광식 감독을 극찬했다. 물론 촬영을 하면서 단순한 오락 영화로만 자신에게 다가오지는 않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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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생활 동안 ‘찌라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죠.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처음 봤어요. 나와는 먼 얘기들인 줄 알았는데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니 그게 아니더라구요. ‘찌라시’ 자체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것도 있더라구요. 권력들의 부당거래나 드러나면 안 되는 비밀 등 말이죠. 물론 이런 모든 부분을 담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에요. 그냥 그런 부분보단 재미로만 받아들이고 즐겼으면 좋겠죠.”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출신인 정진영에게 물었다. 혹시 영화 제목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나라고. 국문과 출신이며 대놓고 일본어를 제목으로 내세운 영화가 조금 거슬릴 법도 했을 텐데 말이다. 정진영은 한 참을 웃었다.

“뭐 일본어인가 속어인가는 모르겠는데, 그럼 다른 표현을 찾아야 하고. 그렇다고 ‘전단지’라고 제목를 붙이기도 그렇지 않나요(웃음). 아마도 감독이나 제작사에서 모두 고민했던 부분일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찌라시’란 어감의 독특함이나 강렬함이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배우들이나 관객들 머릿속에도 오래 남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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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정진영과 ‘찌라시’는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 옷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는 영화계에서도 대표적인 ‘지’(知)적 배우로 통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간판이 아직도 아우라처럼 따라다닌다. 그가 말하면 꼭 거짓도 진실처럼 느껴진다. 정진영은 “그래서인지 감독이 내게 ‘제발 가볍게 좀 해주세요’를 연신 부탁하더라”며 크게 웃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찌라시 업자’ 박사장역을 맡았다. 박사장은 ‘찌라시’ 전체의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일종의 가이드 역할이다. 그러고 보니 정진영은 항상 영화 속에서 비슷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 아우라가 또 보인다.

“그렇게 듣고 보니 진짜 그런 것 같네요. 음, 뭐랄까. 우린 그런 배역들을 ‘짐꾼’이라고 불러요. 내가 전작들에서 대부분 짐꾼을 했던 건 사실이고, 아마 조금 틀리다면 이번 영화와 전작 ‘7번방의 선물’만 조금 틀릴 거에요. 그냥 난 내가 동의하는 작품안에서 주어진 포지션에 나를 맞추는 거죠.”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를 너무도 잘아는 정진영은 변신을 원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꼭 멜로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물론 “이 나이에 누가 불러나 줄지 모르겠다”면서 헛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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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를 끝낸 정진영은 곧바로 SBS 드라마 ‘엔젤 아이즈’에 출연한다. 배우 구혜선의 아버지 역할이다. 그는 “어떤 비밀을 간직한 인물이다”며 약간의 힌트를 공개했다.

배우 정진영은 ‘찌라시’를 통해 분명히 가벼워졌다. 그 가벼움을 그는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가벼운 정진영’ 아마도 대중들이 익숙해지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릴 듯하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그 시간동안 즐기면 그만인 것을.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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